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심대평 이완구 이원종 정우택씨(가나다순) 등 충청권의 전 현직 도지사가 졸지에 여론의 중심에 섰다. 물론 이들 네 명 중 누가 되더라도 그 당사자는 일거에 정치적 주가를 높일 수 있는 호기를 맞는다.

심대평 이원종씨는 정치권의 복잡한 역학관계에 편승해 일찌감치 후보로 부각된 케이스이고 이완구 정우택 두 사람은 현직의 입장에서 드러내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MB의 간택은 곧 불감청 고소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전 현직 지사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이 제멋대로 짜맞추기식 퍼즐을 즐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

우선 지방자치에 대한 정치의 오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에서 물러난 심대평 이원종씨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완구 정우택씨는 비록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안 남았지만 엄연히 도민들로부터 선출된 현직의 신분이다.

그들이 총리설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그를 뽑아준 유권자는 오간 데 없고 지금처럼 안하무인 격의 정치논리만 횡행한다면 그 부작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총리 발탁과 전혀 예기치 못한 돌발적인 총리결정은 향후 파장을 고려할 때 크게 다를 수 있다. 도민 여론을 무시했다가 주민소환의 대상이 된 제주지사의 굴욕을 명심한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충청권 출신들의 하마평은 처음부터 다분히 전략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특정 현안이 이처럼 전략적으로 모색된다는 것은 역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 정권으로부터 이완된 충청 민심을 위무하고 MB가 난국타개책으로 내세운 중도 실용을 위한 동서 화합용 인물을 찾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총리 한 자리로 충청권의 모든 것을 재단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특히 자유선진당의 경우 설령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심대평 카드를 제의받는다고 하더라도 냉철한 심사숙고가 요구된다. 충청을 기반으로 집권세력의 구애를 받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충북에서 유독 두드러지듯 지금의 취약한 지역지지세를 가지고는 자칫 헛방을 날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나라당과 연대해 정권의 한 축을 차지하기는커녕 잘못하면 당 스스로의 정체성과 입지만을 심각하게 훼손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회창 총재가 가장 고민할 사항은 바로 이것이다. 이는 자리 하나 준다고 해서 감읍할 게 아니라 완벽한 명분부터 구축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 마당에 우리가 더 주시하는 것은, 있는 소문 없는 소문 다 만들어 놓고도 막상 최종 단계에서 충청권 인사를 배제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청와대와 여권은 혹 떼려다 되레 암을 키우는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며, 충청권에서의 내년 지방선거는 물어보나 마나 불문가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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