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예 할아버지 이한수씨 다시 만나다

"얼른 마셔봐, 몸에 좋은겨."

19일 오전 청주의 사회복지시설인 성덕원(상당구 월오동)에서 만난 이한수 할아버지(60대 추정·사진)가 취재진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노예 할아버지'로 전파를 탔던 사람임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한수 할아버지는 달라져 있었다.

이날 만나본 그는 고된 노동과 영양 부족에 시달린 60대 노인이 아닌,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인심 좋은 할아버지였다.

최근 이 할아버지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성덕원 내 재활작업장에서 쇼핑백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점심·저녁식사 후에는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산책을 즐긴다.

또 해가 지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할아버지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탄 월급으로 막걸리도 사 마시고, 담배도 사 피운다"며 "얼마 전에는 모자도 하나 샀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쇼핑백 만드는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할아버지는 입소 초기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말수도 적었고, 기상 시간이나 취침시간을 지키지 않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다.

또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과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김태일 원장은 "이한수 할아버지는 지적장애로 인해 감정표현이 즉흥적이어서 주변 사람과 다툼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지금은 단체생활에 거의 적응한 편이며,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아픔을 씻어내기에는 시간이 좀 짧은 것 같았다. 수십년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그는 아직도 뜨거운 음식은 잘 못 먹는다고 한다.

또 차가운 차고에서 얻은 하지정맥류로 고생하고 있다.

이한수 할아버지는 오는 25일 청주의료원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다음달 중순쯤 2차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김태일 원장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시설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전에 살던 차고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할아버지는 모든 일에 의욕이 강해 그 어떤 사람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일거리가 남아 멀리 나가지 못한다"며 작업장 입구까지 취재진을 배웅하는 할아버지는 "날씨가 무더우니 조심해서 가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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