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몸 미술관, 권준호 홍상식 진익송 displacements전

흔히 디스플레이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배치’를 말한다. 하지만 낯익은 물체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 놓음으로써 재미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즉, 관찰자는 익히 알고 있던 것과 또 다른 것 사이에서 혼란과 함께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에서 5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리는 ‘displacements展’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실험이 난무한다. 꼴라주와 오브제를 이용해 일상적인 환경을 비일상적으로 만들거나, 실용적인 물건을 비실용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기이한 진열’에 동참한 사람은 권준호, 홍상식, 진익송 씨다. 권준호와 홍상식 씨는 5월 9일부터 23일까지 각각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에서, 진익송 씨는 5월 28일부터 6월 11일까지 전시한다.

먼저 권준호 씨는 “어려서부터 옥상이란 곳은 또 다른 탐험이 시작되는 공간이자 놀이터로 여겨졌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옥상 구조물 위에 콘테로 드로잉하거나<작품-은하철도>를 옥상 위에 너부러진 나뭇가지, 파이프, 풍선, 마케킹 손등을 작가의 시각<작품-알바트로스의 봄>으로 진열한다.

이렇듯 옥상은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는 ‘바다’와 같은 공간이며 또한 화려한 도심 꼭대기 속 숨겨진 비밀스러운 장소다. 이러한 설치작업들이 사진으로 찍혀져 또 다시 미술관에서 전시된다.

홍상식 씨는 ‘빨대’ 오브제로 이 시대의 욕망을 읽는다. 이는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에서 출발하지만 선과 면, 그리고 입체로의 모든 변화를 담아내게 된다. 빨대의 빈 공간이 모이면서 관객의 시점에서 따라 고정된 것이 아닌 유동적인 변화를 보여주게 되는 것.

이렇듯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현대인이 갖는 무한한 욕망은 작품<look into - 말말말><시기심>으로 상징된다. 일회용 빨대가 갖는 획일성과 익명성, 그리고 쉽게 폐기되는 성질은 현대인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진열’한다.

진익송 씨는 문들의 이미지를 차용해 우리의 삶속에 존재하는 벽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벽을 또 다른 ‘통로’로 해석하며 이것은 인종, 정치, 종교, 경제, 문화적 배경과 연관된 사회적 체험으로부터 얻게 된 감상이라고 고백한다. 진 작가는 “우리의 인생은 개별적으로 누구나 자신이 욕망하는 문(門)들이 있다. 또 자신이 선택의 문을 넓혀 가면 또 다른 삶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뉴욕에서 2천여 개의 시계를 모아 작업한 작품<타임리스 시리즈>는 불교용어인 ‘억겁’을 뜻한다. 영원한 문 또는 수없이 중첩되어 있는 끝없는 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결국 자기 안의 문을 열어야 소통할 수 있다는 ‘진리’를 표현하고 있다.

한편 5월 9일부터 23일까지 유·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2008 Museum Festival_ 예술체험 그리고 놀이’체험프로그램이 열린다.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3회 째를 맞이하며 전국 36개 회원미술관에서 분산 개최된다.

여기서 스페이스 몸 미술관은 홍상식의 개인전과 함께 체험프로그램 ‘말을 거는 몸’을 진행하는 것. 일상적인 소재인 일회용 빨대, 식용 국수 등을 이용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흡인력이 강한 홍상식의 설치미술을 감상한 후 스티커와 빨대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문의 236-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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