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정책임에도 추진 의지 부족하다 지적
평준화를 대입정책과 지나치게 연결시킨다 비판
교육청 및 직속기관 소속 공무원에 공문 시행
“제천고교평준화는 어느 때보다도 엄정한 상황”
충분한 정보제공과 지역 선택 따르는 것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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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가 지난 26일 개최한 제천고교평준화 간담회 모습.
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가 지난 26일 개최한 제천고교평준화 간담회 모습.

 

오는 9월 말 제천지역 고교평준화를 결정짓는 여론조사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충북교육청의 평준화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타당성 조사연구까지 마친 충북교육청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선택을 따르겠다’는 ‘원칙’만을 강조, 사실상 평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도교육청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중립유지’를 주문하고 있으며, 더욱이 담당 장학사는 평준화제도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대입정책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외에도 고교평준화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제천의 교육환경 개선방안을 설명하지 않아 사실상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도교육청 담당자는 일반고 학생들의 진학환경을 설명했을 뿐이고, 제천의 고교평준화와 관련된 절차들은 매우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5월 30일 제천시문화회관에서 ‘제천시 교육발전을 위한 나눔의 장’이라는 주제로 ‘고교 평준화 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5월 30일 제천시문화회관에서 ‘제천시 교육발전을 위한 나눔의 장’이라는 주제로 ‘고교 평준화 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담당 장학사의 발언 논란

충북교육청의 제천고교평준화 실행 ‘의지’와 관련된 지적은 지난 5월 30일 진행된 2차 공청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고교정책 방향과 제천시 고교평준화’라는 제목의 제안 설명을 통해 △시대요구 분석 △국가단위 고교정책방향 △대입정책 기조 △제천시 평준화 경과사항 △타당성조사 주요사항 등을 말했다.

담당 장학사는 “평준화를 이야기할 때 고교선택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까지 함께 바라보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입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말씀을 드려야 한다”며 앞으로 절대평가가 확대될 것이고, 특정학교(자사고, 특목고) 선호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수도권 대학의 수시는 64.4 %, 정시는 35.6%로 정시가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6개 대학은 정시가 40%이상이고 SKY는 정시가 42.2%이기 때문에 최근 수능에 대한 강화가 계속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학부모간담회에서도 그는 “서울 주요대학의 수능이 필요한 대학은 63%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감추고 (평준화 정책을)추진하는 것과 같다. 평준화의 가치도 고려하고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가치도 반영하면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에서는 양쪽 입장을 다 담아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어떻게, 잘 제공할까 정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또 “충주는 처음 시작할 때 괜찮겠다,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6개 고등학교가 동 지역에 오붓하게 있어서다. 아이들이 배정에 불만이 없으려면 의미가 있어야 한다. 명문이라든지 가깝다든지 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천과 충주는 상황이 다르다 보니 우려가 된다. 정보를 감추고 사업추진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양쪽의 입장을 다 담아서 부모들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정보제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발언은 굉장히 편파적”

이에 일부 교사들과 관계자들은 고교평준화 실행 의지가 없어 보이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자 A씨는 “앞으로 대입제도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이후 대입 자격 고시화되는 것부터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는 쏙 빼고 당장 2~3년 앞의 상황만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충주지역 고등학교는 다 모여 있지만 제천의 특정학교는 거리도 있고 문제가 있다고 한 발언은 굉장히 편향적이다. 이미 제천은 충주와 다르기 때문에 평준화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중을 내뱉은 것이다. 적절한 모습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학교가 거리가 있다는 것은 평준화 공공가치에 비하면 지엽적인 것이고 담당자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자체와 협력해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공청회는 여론수렴이나 정보전달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찬반토론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C씨는 “교육청에서 전 교육감 흔적지우기, 시민연대 활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장학사의 태도를 보니 교육청에서 고교평준화를 확실히 반대하기로 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엄정성 확보 위해 교육청 소속 공무원에 공문 시행

최근 충북교육청이 각 기관 및 학교에 전달한 공문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제천시 고교평준화 여론조사 관련 주요 일정 및 유의사항 안내’라는 공문을 각 기관에 시행했다.

공문의 주요 내용은 ‘도교육청 담당부서 외 교육청 소속기관(지원청 및 직속기관 등 소속공무원 포함)에서는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행사개최 및 참여 등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 공문의 목적은 9월에 실시될 여론조사 추진의 엄정성 확보다.

이후 교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데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교원인 D씨는 “교사들에게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은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친다.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문 시행 이후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후 충북교육청은 교장을 포함해 일선 교사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정책 과제인데 중립이라고?

일각에서는 도교육청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립을 강조하는 것이 맞느냐는 원론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충북도내 고등학교 E교장은 “도교육청에서는 9월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고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평준화는 교육정책 과제이기 때문이다. 평준화를 왜 하려고 하고 왜 논의가 나왔는지를 안다면 (고교평준화는)당연히 해야 하는 정책적 과제다”라고 전했다.

이어 “도교육청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평준화가 어떤 의미가 있고 장단점이 있는지, 지역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그러고 나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원칙은 ‘충분한 정보제공’, ‘지역선택 존중’

반면 이에 대해 담당 장학사는 “제천 고교평준화는 도교육청의 정책이다”라면서도 “지금 제천의 상황은 양쪽의 입장이 함께 있다. 충분한 정보제공과 지역의 선택이 교육청의 원칙이다. 우리는 양쪽에 충분한 정보제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공청회 및 간담회에서 한 말은 일반고의 진학환경을 이야기 한 것이다. 대입정책 기조 속에 현재 수능이 강화되고 있는 경향을 이야기했다. 대입정책 기조는 일반고 고교 선택에 있어 교육수요자가 알고자 하는 현실적인 정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천의 교육력 발전방안은 평준화 향배를 보고 각각에 맞게 추진할 것이다. 10월에 시작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문 시행과 관련해서는, “지역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교육청 사업부서 외 소속 공무원이 한쪽의 여론을 형성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양측의 여론이 함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듯이, 그렇다고 교사나 시민들의 공론화 활동까지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의 공론화를 통해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3분의 2가 찬성이면 도교육청은 평준화를 위한 법령개정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평준화 때문에 지역에서 갈등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게 교육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천지역의 교육력 향상이고 발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오는 21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제천지역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교원,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고교평준화의 여부를 결정할 여론조사는 9월 셋째 주부터 진행된다. 여론조사 대상은 초등 6·중 1~2학년 학생, 해당 학부모(1인), 학교운영위원, 초·중·고 교원, 시·도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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