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이후 6개 고교별 강점·특성 두드러져
중3 학생들, 특징 및 교육과정으로 학교 선택
활발한 공동교육과정 등 학교 간 정보 교류
당초 우려와 달리 대입진학 유리할 수 있어
시설의 평준화, 학생 수 평준화가 우선돼야
다양한 학생 맞춤형 교육위해 행·재정적 지원 필요

묶음기사

충주교육지원청 제공.
충주교육지원청 제공.

 

충주는 2021년 77.14%의 찬성으로 3년째 고교평준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충주지역 고등학교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평준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충북인뉴스는 충주고·대원고·중산고·국원고 교장 및 충주여고 교원에게 평준화 이후 달라진 점, 유의미한 평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충주가 하나의 커다란 캠퍼스가 되었다”

충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는 충주고, 충주여고, 대원고, 중산고, 충주예성여고, 국원고, 충원고, 중앙탑고 등 8개교다. 그러나 현재 평준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6개교다. 충원고는 면단위(엄정면)에 위치,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됐고 중앙탑고는 올해 신설되어 제외되었다.

충주여고, 대원고, 중산고, 국원고 교장과 교원은 평준화로 인해 달라진 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학교의 고른 발전’을 꼽았다. ‘명문고’라 불리는 학교 1~2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학교들은 ‘2류’ 또는 ‘3류’ 학교로 불리며 차별을 당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차별’ 대신 ‘고른 발전’과 ‘특성화’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 사실 비평준화 시절, 충주시는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도 학교(대입진학결과)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기도 했었다.

이병근 중산고 교장은 “한 학교에만 쏠림현상이 있었던 것이 이제는 인원이나 재원이 골고루 분산되면서 경쟁이 아닌 동반성장의 변화가 발생했다. 충주지역이 하나의 커다란 캠퍼스가 되었고 학교특색으로 서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교장들의 협의는 물론 교감과 담당교사들도 모두 참여하는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성적 대신 학교마다 특성을 가지고 중학생들에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충주고는 과학, 충주여고는 진로진학, 충주예성여고는 음악, 중산고는 외국어, 국원고는 체육, 대원고는 정보 또는 AI등에 강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종원 국원고 교장은 “예전에는 중학교 내신 성적 하나로만 학교를 구분 지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학교마다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섭 대원고 교장도 “중3 학부모들이 학교의 명성보다는 각 학교별 교육과정, 특색프로그램 운영, 학교까지의 거리 등을 학교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원 국원고 교장.
윤종원 국원고 교장.

 

견제와 경쟁보단 협력과 상생

두 번째는 공동교육과정 등 학교 간 활발한 협력과 정보공유다.

윤종원 국원고 교장은 “예전에는 학교 간 경쟁이 심했고 학교간의 구분이 있었다. 우수한 아이들을 뽑은 학교는 자랑스러워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서로 견제하면서 지역이 나눠지고 화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별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지역공동체가 살아났고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교장들끼리도 매우 친하다“고 말했다.

김인섭 대원고 교장도 “충주시 교육경비지원사업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지역연합 공동교육과정 운영, 찾아가는 진로·진학 컨설팅 등 충주교육지원청의 체계화된 특색프로그램 운영으로 충주의 고교평준화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충주여고 교원 A씨는 "만일 평준화가 안 되어 있었다면 2~3개 학교끼리만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했을 것이다. 평준화로 인해 다른 학교 정보도 훨씬 잘 알게 되었고 교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병근 중산고 교장.
이병근 중산고 교장.

 

대입에도 좋은 성과 있을 것으로 기대

이들은 평준화가 대입진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고교평준화는 학력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대입진학 또한 저조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윤종원 교장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좋은 학교에 가야하고 그래야 대학가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 입학률부터 다르다. 농어촌전형이나 학교장 추천 전형은 평준화가 비평준화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병근 중산고 교장은 “작년보다 더 성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섭 대원고 교장은 “2021년부터 일반고 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줄어들었고 상위권 학생들이 학교별로 분산되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이 대입 수시전형에 유리해진 부분이 평준화의 긍적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평준화 도입 첫해 고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대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입과 관련, 학교장들의 전망은 매우 밝았다.

한편 이번 인터뷰에서 홍승현 충주고 교장은 평준화로 인해 달라진 점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홍 교장은 "사실 충주는 10여년 전부터 어느정도 평준화가 되었었다. 내신이 불리한 학생은 다른 학교로 진학했었다. 큰 변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문희 충주예성여고 교장은 개인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맞춤형 교육과 시설평준화 요구는 여전

반면 충주 고교평준화와 관련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전히 시설의 평준화와 학생 수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병근 중산고 교장은 “진정한 평준화가 되려면 학생 수 평준화와 시설의 평준화가 있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필요한 이야기이다, 도교육청에 지금도 계속 건의하고 있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맞춤형 교육을 위한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인섭 교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포함한 특별프로그램, 중·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심화·보충수업, 학생 개인의 진로에 맞는 프로젝트 활동, 진로·진학 컨설팅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충주시와 충주시교육지원청의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충주여고 교원 A씨는 “모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학생 수가 예전보다 줄어들기는 했다. 예전과는 다른 대책을 다르게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원할 것이다. 고민의 범위가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