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 8일, 빵과 장미를 달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알고 있나요? 그날 이후 우리 사회 여성 인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충북인뉴스는 '3·8 여성의날 투쟁 충북기획단'이 3·8 여성의날 115주년을 맞아 기획한 연재물 6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 :  지연 (전교조 충북지부 여성위원장)

“동성애 교육 물러가라!”

지난해 10월, 청주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부의 2022개정 교육과정 시안 검토를 위한 공청회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 터져 나온 말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학교라는 공간 이외에도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과정이란 무엇을 왜 어떻게 어느 수준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에 대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고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교과서는 없어도 가능하지만, 교육과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각 교과의 전문가들이 연구하여 시안을 마련하면 다양한 교육 주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가 교육과정이 개정되며 이번 개정은 약 7년 만의 개정이다.

그러나 이번 2022개정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보수·혐오세력만의 의견을 반영한 채 졸속으로 심의·의결하였다.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사회적 합의를 증진시키고자 만들어진 국가교육위원회가 ‘성소수자’, ‘성평등’, ‘섹슈얼리티’, ‘성과 재생산 권리’를 삭제하거나 다른 용어로 대체한 교육부의 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다.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을 바라는 교육계와 학생들의 요구는 무시되었고, 성별이분법에 근거한 위계적 성 관념과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성평등을 부정하는 논리가 그대로 2022개정 교육과정에 실려 ‘개정’이 아닌 ‘개악’이 되었다.

성평등 교육을 검열하고 후퇴시키는 백래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성 보수주의와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시대착오적 조례안이 등장했고, 대전에서는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기관으로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품행 탓으로 돌리는 성교육을 하는 단체를 선정하여 논란이 일었다. 11년 동안 청소년과 학생 인권 향상에 큰 기여를 했던 서울시학생인권조례와 어렵게 만들어진 충남학생인권조례도 폐지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월 25일, 유엔(UN) 인권이사회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성평등 삭제는 국제보건기구, 유엔, 유네스코 등이 제시하고 있는 국제 인권 기준과 차별 금지 원칙,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성평등 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이때, 정부, 교육부 장관, 교육감이 나서 보수·혐오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교육개혁이라며 일제고사 부활과 입시 경쟁·특권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연 옳은가?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성평등 삭제는 시대를 거스르는 심각한 퇴행이며 재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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