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 8일, 빵과 장미를 달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알고 있나요? 그날 이후 우리 사회 여성 인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충북인뉴스는 '3·8 여성의날 투쟁 충북기획단'이 3·8 여성의날 115주년을 맞아 기획한 연재물 6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2022년 3.8 충북여성행진 모습.
2022년 3.8 충북여성행진 모습.

 

글 : 이형린 정의당 충북도당 위원장

1908년 3월 8일 미국 1만 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때 시위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라고 외쳤는데,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다.

1970년 나의 엄마는 고등학교도 가지 못하고 공장의 미싱공이 되었다. 전태일의 시대였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야만 했다. 그 당시 그런 노동환경은 늘 여성의 몫이었다.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노동조합 같은데 가입한적 없냐고. 엄마가 말했다. 무서웠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직장에서 내몰리고, 경찰에 붙잡혀 가던 시대였다고.

2023년 우리는 어떤가. 우리에겐 드디어 빵과 장미가 주어졌는가. 세계은행이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여성의 일과 법’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여성들은 남성들이 누리는 경제활동 관련 법적지위와 권리의 4분의 3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지위 및 권리를 100점으로 했을 때 여성에게 부여된 권리는 평균 76.5점에 그쳤다.

세계은행은 2020년 10월~2021년 10월 190개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제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8개 분야 (이동의 자유, 직장, 임금, 결혼, 육아, 사업, 자산, 연금과 관련한 권리)에 대한 법과 제도를 조사해 ‘WBL지수’를 만들었다. 조사는 각 나라의 가족, 노동법 분야 전문가와 성평등 관련 활동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종합 85점으로 190개국 가운데 61위를 차지했다. 전체 국가별 순위는 이전해 70위에서 61위로 상승했지만, 지난 4년간 85점에서 변동이 없었다. 국내에서 수년 동안 성평등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3.8 여성의날 투쟁 일정 웹자보.
3.8 여성의날 투쟁 일정 웹자보.

 

10년 전만 해도 나는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란 걸 몰랐다. 그 날은 그저 내 동생의 생일이었을 뿐이다. 현재도 많은 여성들은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란 것을 모르고 산다. 하지만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성에게 평등한 세상이 되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여성들이다. 자녀와 부모 등 부양가족의 돌봄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되었다.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있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여성들의 우울증과 경제적 빈곤이 증가한 것은 이미 많은 사례들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마스크를 벗은 오늘, 여성은 여전히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출산과 독박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싸운 용감한 여성들로 인해 우린 장미를 얻었다. 이제 더 나아가 남성과 똑같은 크기의 빵을 얻어내야 한다. 그 옛날 용감히 싸웠던 여성노동자와 같이 우리도 용감히 우리의 정당한 몫을 위해 싸워 나가야 한다.

내년 그리고 그 후년, 매년 발전하는 성평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여성의 날’이 불공정한 여성의 권리를 되새기는 날이 아니라, 불공정을 바로 잡은 날로 기억되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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