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조성에 공무원이 나서서 “토지편입 동의해 달라” 토지주 설득
산단반대대책위, “민간업체 이익 위해 공무원이 나서고 있다” 비판
사리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는 주민협의체…군이 안내문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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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카페.
출처 :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카페.

 

메가폴리스산업단지(이하 산단) 유치를 위해 괴산군 공무원들이 직접 토지주를 개별적으로 만나고 설득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공무원들의 행위가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반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무원 행동강령 11조(알선·청탁 등의 금지) 3항에는 ‘공무원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공직자가 아닌 자에게 알선·청탁 등을 해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음에도 괴산군 공무원들이 이를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괴산군 공무원들은 최근 산단 예정지 내 토지주들에게 토지편입동의서에 사인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일대일 전화는 물론, 직접 만나기를 여러 차례 시도하고 있다는 것.

반대대책위 한 관계자는 “군 청사 내에 있어야 할 공무원들이 마을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주말 평일 가리지 않는다”며 “다수의 공무원들이 민간업체 이익을 위해서 본연의 업무도 내팽개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옥천군에 사는 한 토지주는 괴산군 공무원들이 매일 전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찾아와 동의해 달라고 해서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하승수 변호사, “민간주도 사업에 공무원 동원은 문제”

국민권익위, “의도, 과정, 부당이득 여부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행동강령 제11조 3항 4호에 따르면 ‘공무원은 계약 당사자 선정, 계약 체결 여부 등에 관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하승수 농본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확정된 사업도 아닌, 민간업체들이 주도하는 사업을 위해서 공무원들이 움직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토지주 설득 자체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의도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부당한 이득을 도모했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말하는 부당하다는 말의 의미는 정해진 절차나 규정에 어긋나서 한다든지, 민간업체의 청탁을 받고 한다든지, 아니면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계속 (설득작업을)한다든지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산단 추진은 민관합동방식이다. 괴산군이 20% 가량 지분이 있지만 민간업체가 80%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민간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메가폴리스산단에 괴산군도 일부 출자를 하지만 더 많은 지분을 민간업체들이 가지고 있다”며 “민간업체들이 해야 할 일을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폐기물매립장 폐해와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괴산군 산업팀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독자 제공).
괴산군 산업팀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독자 제공).

 

주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라더니…안내문자는 군이 보내

특히 최근 구성된 사리면 주민협의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괴산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군이 산단 유치를 위해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주장이다.

괴산군은 지난달 28일 사리면 발전계획을 위해 주민 30여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꾸렸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A씨는 “회의장에 가보니 면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고 사회를 부면장이 봤다”며 “군에서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나는 문자를 받지 못했고 회의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일정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는 괴산군 산업팀에서 발송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말을 의심케 한다. 이와 관련 괴산군 관계자는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도와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괴산군 제공.
괴산군 제공.

 

한편 주민협의체 관계자 B씨는 “산단 유치를 위해 모인 단체가 아니다. 사리면의 현안문제와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단체다”라며 “이합집산 된 사리면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 대다수는 이미 지난해 산단 조성 지지를 표명한 바르게살기협의회 임원, 전·현직 리우회장 등 사회단체장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대상지(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제공)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대상지(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산업폐기물매립장의 폐해를 우려…“결사반대”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메가폴리스산단은 사리면 사담·소매·중흥리 일대 164만 4180㎡에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재원은 괴산군 12억 원, SK건설 19억 5천만 원, 토우건설 10억 5천만 원, 교보증권이 8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괴산군과 SK건설, 토우건설, 교보증권은 2020년 3월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3월에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군은 이곳에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뷰티, 식품 등 기업을 유치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단양 우씨 종중을 비롯해 대다수 토지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군수가 세 번이나 서한을 보내 산단 유치를 호소했음에도 산단과 함께 들어서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산단 내 절반 가까운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단양 우씨 종중은 종중 차원에서 회의를 열고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찬성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기록으로 남겨 대대손손 알린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반대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군청 앞 1인 시위는 4일 현재 185일을 맞고 맞고 있다.

현재 토지편입동의서에 사인을 한 토지주들의 토지면적은 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단 지정계획 승인 신청을 하려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구역 토지면적의 50%이상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토지소유자로부터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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