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활동가 박현아
MZ세대 활동가 박현아

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편안함이 무서운 거다. 환경연합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도 테이크아웃을 참 좋아했다.

외출할 때 빈손을 앞뒤로 흔들며 걸었었다.

그러다 목이 마르면,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으면, 편의점이나 카페를 들어가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테이크아웃 했다.

음료를 다 마셨지만 녹지 않은 얼음, 버릴 곳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집에는 일회용컵들이 쌓였다.

그리고 “오늘도 플라스틱을 생산하셨군요, 큰딸” 이라는 아빠의 잔소리를 달게 마셨다.

쓰레기가 플라스틱만 있는 게 아니다.

피규어, 장난감 등을 산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도착했고, 포장에 포장에 또 포장이 되어 있는 택배를 언박싱하면서 좋다고 웃었다. 그게 불과 2~3년 전이다.

지금은? ‘프로불편러’가 되었지.

며칠 전 어느 동네의 어느 카페를 갔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아니면 전부터 계획이 있었던건지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도록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회용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키오스크 기기에는 음료를 선택하면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일지 선택하게 되어 있었고, 음료를 담을 용기 또한 일회용컵인지 매장컵인지 선택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래서 고민할 것도 없이 매장컵을 선택하였는데 음료를 받고 나니 선택과 다르게 일회용컵에 나왔다.

영수증을 들고 가서 직원에게 “일회용품 좀 줄이고 싶어서 매장컵을 선택했는데 주문과 다르게 나왔네요”라고 문의하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다 일회용컵에 나가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뜻밖에(?!) 진상고객이 되었다(예~~).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인데 코로나와 상관없이, 특별한 주문 없이도 기본 매장컵에 음료를 주는 곳이 있다.

같은 카페라도 알바생에 따라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기도 해서 음료 주문 끝에 항상 “매장컵에 주세요, 빨대는 괜찮아요”라고 한다.

그러다 당연히 매장컵에 주겠거니 끝말을 붙이지 않으면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게 되는데 그러면 또 그렇게 자괴감이 든다.

어차피 손님이 컵을 반납하고 가는 거라면 ‘설거지하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근데 음료 테이크아웃하는 열에 아홉은 대충 다 먹으면 그냥 길에 버리고 간다. 신발끈 묶는 척,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척. 그럼 이 쓰레기는 누가 치우는데 (ㅜㅜ)

 

코로나를 핑계삼아 음료를 일회용품에 주기에는 매장 인원수 제한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은 빈 곳 없이 앉아있었고, 대부분 음료나 케잌을 먹느라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이 무서우니까’, ‘뭐뭐하기 귀찮으니까’ 등의 핑계로 상황, 상황마다 다른 기준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면죄부를 계속해서 발급하고 있는 것 같다.

온라인상에서 나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면 여기저기 프로불편러들이 많이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프로불편러가 되면 그 사람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게 대부분이다. (선택과 다르게 나왔다고 문의했다 진상고객 된 나만 봐도 그렇지.)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는 게 싫으면 텀블러를 갖고 다니거나 카페에 가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나는 나만 프로불편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같이 일회용품 사용에 하는 것에 불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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