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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주)
6월 초쯤, 멋대로 입주한 세입자 청개구리 한 마리. 그때부터 세입자와의 웃긴 동거가 시작됐다.
어디로 들어오는지 몰라도 욕실에 청개구리가 들어와 제집인 양 창문틀에 앉아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됐다.
그 모습이 마치 ‘어, 퇴근했니? 얼른 씻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마다 청개구리는 강제 퇴소당했는데 다음 날이면 언제 밖으로 보내졌냐는 듯이 다시 들어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녀석이 참 똘똘하다며 ‘청식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족으로 임명했다.
그 뒤로 청식이는 욕실에 자리 잡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가끔은 먹이활동으로 외출을 하는데 다시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청식이의 특징은 욕실에 들어오면 새벽에는 주로 세면대 수도꼭지 뒤에 앉아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새벽에 불을 켜면 세면대에서 급하게 자기 몸 색깔이랑 비슷한 초록색 창문틀로 자리를 옮겨 보호색을 띤 채 종일 잠을 잔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제딴의 영역표시라고 세면대를 전용 화장실로 만들어 놓는다.
그렇게 한 두어 달 쯤 지났을까?
청식이 말고도 청개구리 한 마리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날 저녁에 두 마리가 창문틀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청식이는 연두색에 가까운 초록색이라면 다른 녀석은 짙은 초록색이다.
처음엔 한 마리가 색을 바꾼다고만 생각했지 두 마리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처음부터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청식이인 척 있던 건지 아니면 청식이가 나타난 후 한참 있다가 다른 녀석이 ‘여기 적당히 습하고 좋아’라는 소문을 듣고 나타난 건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두 마리가 여기에 자리를 잡은 건 확실했다. 그래서 다른 녀석은 발견한 날에 바로 ‘청삼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디로 들어오는 걸까? 찾아보니 욕실 창문 밖 틈새에 앉아 있었다.
낮 기온이 35~36도까지 오르는 날씨인데,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창문 살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청개구리가 아니더라도 두꺼비, 참개구리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장마철에는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녹음을 한 뒤 올리기도 한다.
그 중 청개구리의 지분이 제일 많았는데, 다른 개구리들과 달리 벽을 타기에 최적화가 돼 있어서 그런지 욕실이나 현관문, 방에서 발견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집에서 개구리 농장해요?’, ‘사진 올리려고 개구리 농장 하는 게 학계의 정설..’ 등이다.
우리 집엔 마당이 있고, 몇 년 전까지 대문 앞에 연못이 있었다.
그곳에는 참개구리와 무당개구리가 가끔 찾아왔다.
집 앞엔 논이 있고, 논에는 장마철에만 생존 신고하는 맹꽁이 두어 마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여름이 오기 전 가끔 두꺼비가 산으로 가다 말고 마당을 경유한다.
아쉽게도 일부러 개구리농장을 하는 게 아니다. 이 녀석들이 원래부터 살던 곳에 우리 가족이 들어온 것이다.
갈수록 더워지는 탓에 개구리들에게 앞으로 여름은 점점 더 최악의 계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청식이, 청삼이가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 집 욕실을 주요 서식지로 택하지 않았을까.
조금이라도 피부가 마르지 않는 습한 욕실 한켠을 청식이, 청삼이에게 내어줌으로써 우리 가족은 청개구리와 공존하며 여름을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