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판지, 두 개의 노동조합 ⑦]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 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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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를 아십니까. 2009년 12월 31일, 노동조합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복수노조가 허용됐습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드는 노동조합에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왔습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이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가질 수 있는 교섭권과 파업권도 하나입니다.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교섭창구단일화를 거칩니다. 노조 간 합의 또는 과반수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이 모든 권한을 가져갑니다. 

대양그룹은 제지사업 2개와 판지 사업 4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 산업용지 생산 기업입니다. 대양그룹의 판지 사업 계열사 중 하나인 대양판지 청주공장에서도 복수노조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대양판지 청주공장지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회사가 주도해서 한국노총 이름으로 또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든 겁니다. <충북인뉴스>는 ‘대양판지, 두 개의 노동조합’ 기획을 통해 그들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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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조 만든다”고 하니…대양판지의 맞대응은 ‘복수노조’

<2> 회사 전무가 말했다 “노동조합 등록해라”

<3> 노무관리이사의 등장, 그는 ‘노조 파괴 전문가’로 불렸다

<4> 회사는 세 번째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5> 부당노동행위 일삼았던 대양판지…이번엔 ‘압수수색’ 

<6> 어용노조 설립 취소 소송…“늦장 재판이 불법노조 키운다”

“노조법 2조 4항에 따르면 자주성이 결여된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고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권택환 증인, 어용노조 설립 지시했습니까?”

“노동자들의 자주적, 자발적 노조 설립 소식을 듣고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어용노조 만들었죠?”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질문을 던졌다. 재차 물어도 답변은 같았다. 증인은 “그런 적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15일(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가 나왔다. 

노조법 제2조 4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정의된다. 

앞서 대양판지 청주공장은 청주지방법원에 어용 노조 설립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김다솜 기자
앞서 대양판지 청주공장은 청주지방법원에 어용 노조 설립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김다솜 기자

그러나 대양판지는 어용 노조로 노동조합 설립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관련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측의 노조 설립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를 비판했다. 회사가 개입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조합 가입 구성원 이름이 언급됐다. 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팀장이 맡았다. 상자가공팀장, 원단생산팀장이 사무장이었다. 

강 의원은 대양판지와 사업주 이익을 대표하기 위해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종용했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3월 31일부터 4월 24일 사이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압박하는 녹취록 7개를 공개했다. 

  • “회사에서 너는 지금 지켜보고 어떻게 키우려고, 기장급으로 키울라고 노력하고 있는 판국인데…. (중략) 절대 회사를 못 이기는 거야. 이 사람아. 너도 알잖아. 회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2020년 3월 31일 22시경 
  • “다시 한국노총으로 올 생각 없냐? 회사는 줄을 잘 서야 돼.” - 2020년 4월 17일 16시경 
  • “너 불이익 당해도 그럴 거야?” - 2020년 4월 20일 19시경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에서 공개한 팀장급 이상 관리자-노동자 간 녹취록 일부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 끝까지 ‘부인’ 

팀장급 이상 관리자가 노동자에게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제공
팀장급 이상 관리자가 노동자에게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제공

“특정 노조 가입 권유하는 화면입니다. 팀장이라는 지휘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가입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노조 가입에 부당하게 개입한 거 맞죠?”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현재 그 부분 저와 저희 대양판지 관련자분들 조사받고 있습니다.” -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회유와 협박, 경고 등 여러 방식으로 노동조합 가입을 강권했다. 강 의원은 “관리자들이 근무시간과 근무 외 시간을 가리지 않고 소속 부서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회사 설립 노조로 가입을 종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는 관련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이미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정황 증거가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대양판지 장성공장에서 노조 결성을 주도했던 이가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자술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사가 노동조합비를 대납해주거나, 동의 없이 출금해간 사실도 드러났다.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제공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제공

어용노조 설립은 노조 할 권리를 가로막는 행위다. 다수 조합원이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는 전례는 많았고, 사회 문제로도 대두됐다. 어용노조 설립이 위법 행위라는 사실은 사법적 판단을 받기도 했다. 이미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갑을오토텍 사주들은 모두 구속됐었다. 

강 의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이런 방식으로 파괴하고, 회사 편 노조를 만들어서 기존에 있는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것. 이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회사 대표로서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지금이라도 사측 노조를 해산시키고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노동자들의 노조에 교섭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조법 위반 사항에 따라 사측이 만든 노동조합은 임의단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의원은 “사건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노동 당국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며 “교섭을 중단시키거나 임의단체 해산에 대해 행정명령을 비롯한 적극적인 구제 또는 개입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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