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세 번째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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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세 번째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4.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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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판지, 두 개의 노동조합 ③]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조설립무효소송 걸다 

복수노조를 아십니까. 2009년 12월 31일, 노동조합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복수노조가 허용됐습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드는 노동조합에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왔습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이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가질 수 있는 교섭권과 파업권도 하나입니다.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교섭창구단일화를 거칩니다. 노조 간 합의 또는 과반수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이 모든 권한을 가져갑니다. 

대양그룹은 제지사업 2개와 판지 사업 4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 산업용지 생산 기업입니다. 대양그룹의 판지 사업 계열사 중 하나인 대양판지 청주공장에서도 복수노조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대양판지 청주공장지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회사가 주도해서 한국노총 이름으로 또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든 겁니다. <충북인뉴스>는 ‘대양판지, 두 개의 노동조합’ 기획을 통해 그들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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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든다”고 하니…대양판지의 맞대응은 ‘복수노조’

회사 전무가 말했다 “노동조합 등록해라”

-노무관리이사의 등장, 그는 ‘노조 파괴 전문가’로 불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지부 대양판지지회 노동조합(이하 민주노총 노조) 설립을 두고 모든 일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전에는 없었던 노무관리이사가 내려왔고,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불러내어 노동조합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복수노조 설립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게 하루 만에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수 싸움’이다. 한 회사에 복수의 노조가 생겨도 교섭창구는 하나다. 조합원 수가 많은 노동조합이 교섭창구를 가져간다. 회사는 이 점을 놓쳤다. 

대양판지에는 청주공장과 장성공장까지 두 개의 공장이 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시해서 만든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대양판지청주공장 노동조합(이하 한국노총 1노조)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청주공장’으로만 한정돼있다. 조합원 수를 늘리는 일에 한계가 있다. 

대양판지 공장에 붙은 공고문. 이렇게 대양판지에 세 개의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제공
대양판지 공장에 붙은 공고문. 이렇게 대양판지에 세 개의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제공

노동조합 가입 대상을 청주공장에서 장성공장까지 확대해야 했다. 한국노총 1노조는 3월 30일(월) 명칭 및 규약을 바꾸기 위한 총회를 열었다. 청주시청은 이 총회에서 나온 변경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래 노동조합 총회 공고는 7일 전에 해야 하지만, 그 기간을 지키지 않아서다. 

놀랍게도 바로 다음날 장성공장에서 세 번째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대양판지주식회사 노동조합(이하 한국노총 2노조)이었다. 3일 기준으로 조합원 수는 △민주노총 노조 60명 △한국노총 2노조 76명 △한국노총 1노조 4명이다. 

대양판지는 인력이 부족해 36시간 연속으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정부 최저임금 정책을 맞추기 위해 상여금 600%를 깎은 상태다. ⓒ 김다솜 기자
대양판지는 인력이 부족해 36시간 연속으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정부 최저임금 정책을 맞추기 위해 상여금 600%를 깎은 상태다. ⓒ 김다솜 기자

한국노총 2노조 조합원 수가 장성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보다 높다. 민주노총 노조는 청주공장 노동자들이 일부 가입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고용노동부에서 설립 신고를 해야 한다. 

  • ‘2개 이상의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설립신고를 해야 함’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0조 제1항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안부장은 “조합원 수로 미뤄 봤을 때 청주공장, 장성공장 노동자를 모두 포괄한 것”이라며 “만약 두 개 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이라면 권한 없는 행정관청에 설립 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를 위한 노동조합 

 

박 씨 : 청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건가요?  
문 팀장 : 그려. 어떻게 보면…
(중략)
문 팀장 : 회비도 2% 내야 되고.
박 씨 : 이거는 회사에서 다 내주는 거고?
문 팀장 : 이거는 회사에서 다 내주기로 했어. 
 
-문 아무개 장성공장 원단생산팀장과 박 아무개 씨의 대화 일부(2020년 3월 21일) 

장성공장 관리자들은 노동조합 회비까지 내주겠다면서 한국노총 2노조 가입을 강요했다. 노동조합 경비를 회사로부터 지원받는 건 불법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가 목적이다. 

 

김 팀장 : 회사에서 너는 지금 지켜보고 어떻게 키우려고. 기장 쪽으로 키우려고 노력하는 판국인데 니가 알아서 결정을 해. 그거는. 
최 씨 : 저도 알죠. 그래 가지고 제가 아까도 얘기….
김 팀장 : 너는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절대 회사를 못 이기는 거야. 이 사람아. 너도 알잖아. 회사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중략)
김 팀장 : 내가 너 좋아하니까 그러는 거야. 줄 잘 서, 줄. 너 지금 잘 서고 있어. 한 번 잘못 선택하면 너는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거기에 대한 책임을 못 져. 
 
-김 아무개 장성공장 공무팀장과 최 아무개 씨의 대화 일부(2020년 3월 31일) 

세 번째 노동조합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장성공장 원단생산팀장과 공무팀장은 근로조건의 결정 및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는 ‘관리자’다. 관리자는 노동조합 가입을 강요할 수 없다. 이 역시 노동조합 설립 무효의 근거가 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관리자와 팀장을 동원해 조회시간, 근무시간, 생산현장, 개별 면담 등 갖은 수를 동원해 2노조 가입을 압박했다”며 “대양판지는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을 막기 위해 회사노조를 2개나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안부장은 "회사는 청주공장 노동조합 설립에 문제가 생기자 30일 대책회의를 통해 대안으로 장성공장에서 만든 노동조합 가입을 강요한 것"이라며 "장성공장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근거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안부장은 "회사는 청주공장 노동조합 설립에 문제가 생기자 30일 대책회의를 통해 대안으로 장성공장에서 만든 노동조합 가입을 강요한 것"이라며 "장성공장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근거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불법적 회사노조 설립, 취소 판결 내려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20일(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양판지가 만든 노조 2개 설립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노총 산하 1노조, 2노조는 민주노총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회사가 주도해서 만든 단체로 규정했다. 노동자들의 자주성·독립성이 없는 단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발견한 두 가지 특징을 설명했다. 회사의 준비가 굉장히 신속했다는 점과 어용노조 하나로 부족하니 두 개까지 늘려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사실을 꼽았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대양판지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를 취합해 노동조합 설립 취소 소송을 걸었다. ⓒ 김다솜 기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대양판지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를 취합해 노동조합 설립 취소 소송을 걸었다. ⓒ 김다솜 기자

 

“법원의 판결을 통해 어용노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지 면밀히 살피고 신속하게 무효화시키는 판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법질서가 바로 서고, 사용자들이 이런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노사 관계를 만들면 안 되겠다는 반성하는 계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김남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도 뜻을 함께 했다. 김 부지부장은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는 건 자본가들이 처벌받는 사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벌금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유성기업의 사례를 들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10년째 투쟁 중이다. 유시영 전 유성기업 회장은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통해 제2노조를 설립했다. 대양판지와 똑같이 복수노조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남덕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조남덕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2017년 2월 17일 대전지법 천안지법은 노조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노동자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김 부지부장은 “유 전 회장은 두 번이나 법정 구속을 당했는데도 아직도 노조 파괴 생각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유 전 회장에게 재판부 처벌이 처음부터 내려졌더라면 다른 자본들도 노조 파괴를 생각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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