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복수노조 설립 시도로 노동조합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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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회사는 ‘복수노조’로 답했다. 24일(화) 국내 최대 제지회사 대양그룹의 판지 사업 계열사 대양판지(청주시 강내면 소재)에서 두 개의 노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마쳤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양판지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준비하던 중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이들의 노동조합 결성 준비를 감지한 회사 측에서 ‘또 다른 노동조합’을 내놓는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노동조합’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24일(화) 회사는 개별 면담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불러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했다. 가입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은 2~3차례 불러내 설득했다. 그날 당일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제출됐다. 이 모든 일이 하루 만에 벌어졌다. 

몇 달 동안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해왔던 노동자들에게는 힘 빠지는 이야기였다. 이태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부장은 “금속노조 설립이 가시화되니까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회사가 기업노조를 만들어 대응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회사는 노동조합 무력화 경험이 있는 광신판지 인사노무이사를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양그룹의 판지 사업 계열사 중 하나인 광신판지는 2018년 노동조합 무력화를 위해 복수노 설립을 시도했다. 회사 임원이 조합원들을 찾아가 복수노조를 제안했다. 기업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광신판지에서도 쓰여진 적이 있었다.  

 

복수노조 설립 허용해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서를 청주시청에 제출한 건 24일(화)이다. 청주시청은 신고서를 받은 지 3일 이내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해야 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행정 관청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은성 청주시청 기업지원과 주무관은 “아직까지는 누락 사항이나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다”며 “확인을 더 거친 뒤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동조합법 제2조 4항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 그러나 2011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회사의 의도적인 개입이 가능해졌다. 복수노조를 설립해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청주시청에서 설립신고증을 교부해 대양판지에 복수노조가 생기면 조합원 수가 더 많은 쪽에 노동자 대표 권한을 부여하는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이 남는다. 이태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부장은 “우리는 교섭창구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법률원과 논의 하에 복수노조 설립 무효를 이끌어내는 재판까지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기용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은 “대양판지에 노동조합이 처음 설립됐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게끔 지도할 예정”이라며 “노사가 원만하게 갈등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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