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명예훼손 걸린다" 스쿨미투 학생 겁박한 충주여고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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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명예훼손 걸린다" 스쿨미투 학생 겁박한 충주여고 교사들
  • 계희수 기자
  • 승인 2020.05.15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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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스쿨미투 잔혹사] 2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③ 협박, 은폐 등 2차가해 난무..충주여고 감사보고서로 본 교사들의 '부끄러운 현주소'

충북여중 성폭력 가해 교사들이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및 법정구속, 벌금 300만 원과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두 교사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은 2차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가해 교사의 협박이 담긴 음해 편지, 동료 교사와 가족의 협박과 회유까지. A를 비롯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감당하며 재판에 임해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 한두 명 처벌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들이 고발한 교사가 아무런 처벌 없이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 있다고 전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교직사회와 학교, 교육청의 방관과 묵인이 학교를 '그래도 되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충북인뉴스>가 충북 스쿨미투 잔혹사 '1부-교복을 벗고 법정에 서다' 후속으로 '2부-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연재합니다.

지난해 5월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충주여자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작성한 종합감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충주여고는 충북 충주시 용산동에 소재한 공립 학교다. 18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학교 스쿨미투 사안처리 부적정」'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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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지난해 5월 작성한 종합감사 보고서 ⓒ충북인뉴스

보고서에서 학교 이름은 비공개 처리 됐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스쿨미투로 인해 감사를 진행했던 학교는 충주여고가 유일했기 때문에 해당 학교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2018년 12월 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충주여고를 조사해 파악한 내용이 상세히 정리돼있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충주여고 교사들은 성희롱 발언과 함께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했다.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려 앉으면 남선생들이 시선을 둘 수 없으니 바지로 바꾸자”

(영어 가정법 구문 설명하며) “내가 여자라면 너희와 함께 목욕탕에 갔을 텐데”
“여학생이 스타킹을 신는 것이 남자 선생님의 성욕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룸살롱에서 옛 제자를 만났다. 너도 그렇게 살고 싶냐”
     -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실 작성 보고서

“얼굴이 사과같이 빨개서 따먹고 싶다”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밥 먹자”
(팔뚝을 주무르며) “어~ 이쁜이 왔어?”
     - 트위터 ‘충주여고 미투운동’ 계정 제보 내용

시작은 지난 2018년 10월 학생과 교사의 면담 자리였다. 학생들이 일부 교사의 성추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학생들은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트위터에 '충주여고미투운동'이라는 계정을 만들었다. 또한 학교에는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과 사과를 요구했다. 학생들이 미투운동을 통해 지목한 가해 교사 중에는 이미 전근이나 퇴직 등을 이유로 학교를 떠난 사람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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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이 SNS에 제보한 내용 일부 ⓒ'충주여고미투운동' 트위터 계정 갈무리

스쿨미투 운동이 진행되며 사안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충주여고에 감사인력 5명을 파견해 종합감사를 벌였다. 일선 초·중·고교에 대한 도교육청 종합감사는 3년에 한 번씩 일주일의 기간을 잡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 도 교육청은 이례적으로 감사 기간을 2주로 늘렸다.

감사 내용에는 당시 스쿨미투 운동을 통해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학생들이 교사와 학교로부터 어떤 2차 가해를 당했는지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고 절차 미준수 ▲피해 학생 개인정보 유출 ▲사안 축소·은폐 및 2차 가해 ▲교원 인사업무 처리 부적정 ▲허위정보 게시 부적정 등이 적시됐다.

<충북인뉴스>는 도교육청에 도내 스쿨미투 관련 현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재차 청구한 끝에 감사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월 첫 번째 청구에서 도교육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들어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형사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거나 해당 기관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

이후에도 여러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같은 내용의 정보를 요구하고 비공개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자 도교육청이 마음을 바꿨다. 충청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청구한 두 번째 정보공개 청구에서 도교육청은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충북인뉴스>는 또 다른 경로로 감사관실에서 당시 작성한 스쿨미투 조사 결과 문건도 입수했다. 복수의 문건에 담긴 정보를 조합해 지난 2018년 충주여고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명예훼손 걸린다" 선생님의 겁박에 피해자는 입을 다물었다

전국적인 스쿨미투 물결에 용기를 얻은 충주여고 학생들이 몇몇 교사를 지목하며 성폭력을 고발했다. 그러자 학교 측의 협박이 시작됐다. 성희롱,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면 역으로 무고나 인권 침해로 신고,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겁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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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지난해 5월 작성한 종합감사 보고서 내용 일부 ⓒ충북인뉴스

교사들은 피해자를 '교사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0월 ××일 밤 11시쯤 이 학교 △△△△부장 A교사는 한 학생에게 전화해 "수업시간에 한 이야기를 가지고 (너희가 스쿨미투를 해) 선생님들께 상처를 주었다. 역으로 (너희들이) 인권침해로 신고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교사는 같은 해 11월 ×일에도 "가해 교사로 지목된 모든 교사들이 직무정지가 되어 수업 과정에 지장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선생님들이 피해 학생을 고소하면 (경찰 조사에서 죄가 없을 때) 무고죄, 손해배상, 명예훼손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학생들을 협박했다.

이 교사는 또한 대다수의 재학생이 참여한 강당 모임에서, 가해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한 학생들을 두고는 '무례한 언행'을 했다며 역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A교사는 학교 임원을 맡은 학생에게는 "사태를 중단시키지 못하고 뭐 했느냐"고 다그치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장학사, 학부모 등과 오고간 대화 내용을 말하라며 강요하기도 했다.


교사의 은폐·축소에 끝내 포기한 진실찾기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진술서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자료로 쓰였다. 2018년 10월 ××일 A교사는 두 차례의 진술서 작성을 통해 가해 교사 2명을 지목한 학생 3명을 위클래스실에 차례로 불렀다. 이 교사는 "이렇게 진술서를 쓰면 부모님께 알려진다. 너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라고 하며 학생들을 협박하고 회유했다. 겁을 먹은 한 학생이 "그럼 취소하겠다"고 말하자, 이 교사는 진술서 위쪽에 학생이 직접 "취소한다"는 문장을 쓰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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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여고 졸업생이 SNS에 제보한 내용 일부 ⓒ'충주여고미투운동' 트위터 계정 갈무리

충주여고 또 다른 교사 B씨는 2018년 10월 ××일 피해 학생 6명과의 면담 자리에서 "수업 시간에 만진 것이 왜 성추행이냐, 그냥 팔 다리 만진 것이 수업 시간에 있는 일이지 너네가 너무 예민한 게 아니냐. 이 사실이 외부로 나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다음날 1개 학년 전체가 모인 강당에서도 똑같은 발언을 해 성추행 사실을 축소하려 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보고서 '감사자 의견'란에 "'성비위 관련 교사들의 단순 사과로 사안을 무마', '피해 신고 학생들에게 추후 무고죄 등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협박', '학생들이 성관련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는 등 (해당 교사들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라고 해당 교사들의 2차 가해 사실을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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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이 SNS에 제보한 내용 일부 ⓒ'충주여고미투운동' 트위터 계정 갈무리

이어 "스쿨미투 사안 처리 관련자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피해자 보호 및 적극적인 해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안의 축소·은폐로 2차 피해를 유발하였음"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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