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고발자의 외침 "교육청, 학교는 피해자 생각해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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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고발자의 외침 "교육청, 학교는 피해자 생각해본 적 있는가"
  • 계희수 기자
  • 승인 2020.02.1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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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스쿨미투 잔혹사] 1부 스쿨미투, 교복을 벗고 법정에 서다
⑤ "교육청, 학교는 피해 학생들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2018년 9월, 트위터에 개설된 '충북여중 스쿨미투 공론화' 계정의 첫 번째 글을 계기로 교사들의 성폭력을 줄지어 고발하는 '#스쿨미투' 운동이 온라인상에서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충북여중을 비롯해 서원재단 소속 교사 6명이 성폭력 가해자로 학생들에게 지목됐습니다. 교육청과 서원재단은 교사들을 곧바로 직위해제했고, 해당 교사와 학교는 눈물로 사죄하며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연루된 교사 중 일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충북여중 스쿨미투 사건에서 모두의 관심이 멀어져 갔습니다. 그 사이 2명의 충북여중 교사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충북여중 스쿨미투 공론화' 계정을 친구들과 함께 트위터에 개설한 A를 포함해, 6명의 학생이 법정에 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해당 교사들은 지난 7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3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1심 판결 양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A와 학생들은 스쿨미투가 개별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학교와 교육청의 방관 아래 교사가, 선후배가, 동급생이 피해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털어놓습니다. A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어른들의 세심한 조치가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2차 피해'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이번 기사는 스쿨미투 고발 당시 겪었던 2차 가해에 대해 A가 직접 쓴 글입니다. 스쿨미투 이후, 우리가 놓친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이 주도하여 교내 (성)폭력을 학교 밖으로 공론화했다. 학교가 결코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못한 공간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였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스쿨미투에 참여하고 직접 문제제기 한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안중에 없었다. 그 결과 목소리를 낸 학생들은 미투에 가담했다는 이유 하나로 현재까지 2차 가해에 노출되어 있다. 제대로 논의되지도, 언급되지도 않아 기록하지 못했던 2차 가해가 너무나 많다.

계정을 만든 지 1주일도 안 됐을 때의 일이다. ‘불법촬영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는 말을 전한 후에도 스쿨미투 공론화 계정을 삭제하지 않자 재학생 간 갈등이 빚어졌다. 갈등이 점차 양극화되면서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어떤 학생들은 공론화 계정을 비롯해 미투에 참여한 계정들의 주인을 색출하고, 계정주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연락처를 물었다. SNS상에서 활동한 특정 계정들을 학급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등에 게시해, 사이버불링(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욕설, 험담 따위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하는 일은 하도 많아서 무감해졌다. “얘는 누구냐”, “이거 올린 사람 나한테 조용히 톡 보내라”, “이거 000의 계정 아니냐”는 카톡과 댓글이 줄지었다. 이 과정에서 충북여중 재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오해를 받아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들은 본인이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학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기도 했다. 담임선생님이 아닌 교감선생님께 직접 연락이 와 당황했다.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우리에게 연락이 왔는지, 우리가 그렇게 잘못했는지 생각하며 주말동안 전전긍긍했다. 학교 측은 안심시키려고 연락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 측 대응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약 3일간의 사이버불링이 등교하는 순간부터 오프불링(사이버불링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링(bullying)을 말한다.)으로 확장되었다. 월요일 등교 전, 몇몇 학생들이 전교에 미투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 포스트잇을 다른 학생들이 전부 떼어낸 뒤 “포스트잇 하나는 다 썼겠는데?”, “포스트잇 한 뭉텅이네”라며 조롱했고, “cctv 확인하면 재밌을 거 같다”며 누가 붙였는지 알고자 했다.

누가 미투에 참여했는지 알기 위해 “담임선생님의 허락이 있으면 (학생 개인의) 휴대폰 검사를 하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말하는 등 개인의 사생활은 중요치 않았다. “트위터를 하냐”, “네 친구 중에 트위터 하는 애 있냐”, “네 트위터 계정 이름 뭐야?”라 묻고, 대답을 꺼리면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미투에 참여한 학생이 지나가면 “페미다. 페미”라며 비아냥대고, 위탁 급식이 맛없다며 “페미들 트위터에 이거나 올려”라는 조롱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 등 교실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A씨 제공 ⓒ충북인뉴스

학교는 오프불링 환경을 조성했다. 전교생 또는 한 학년이 모여 있는 공간은 2차 가해를 한 학생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이 상반된 위치로 공존한다. 그런 자리에서 “트위터로 미투 참여한 학생은 손 들어봐라”, “이런 말하면 트위터에 올라가냐”, “곡해해서 듣지 마라”는 등의 발언들은 교사가 고발당사자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공개사과하신 선생님은 얼마나 수치스럽겠냐”, “나중에 얘기하지 말고 불만있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라”라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도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교사가 느낄 수치심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 지 걱정했어야 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냐”, “쟤도 당했냐”, “진짜 쌤 불쌍하다” 등 앉은 자리 바로 옆에서 우리가 들었던 말들 속 ‘우리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왔다’는 오명을 묵인할 수 없었다.

공개사과가 끝난 후 교감선생님께 “공개사과를 다수의 학생들에게 한 것은 좋으나, 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건 마녀사냥의 우려가 있다”고 말씀드리자 “2주 뒤에 다시 말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학생 간 사이버불링에 대해서는 “이번 미투로 여러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이 전부였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마다 우리는 다수로부터 쏟아진 모진 시선과 갖가지 조롱에 정신이 혼미했다. 교내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학교의 부실한 대처와 주변인의 2차 가해가 난발하는 곳에서 과연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교직원의 언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안일은 집안에서 끝내라는 말이 있다. 학교일도 그렇게 끝났어야 했는데 외부에 알려진 것이 유감스럽다”는 말을 수업 중에 하기도 하며, 교직원의 언행에 문제제기 하자 “’이새끼’라는 단어가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이지 않지 않냐.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어도 정말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라며 폭력을 훈육으로 포장했다. “너희가 권리를 누리려면 의무 먼저 지켜야한다”며 교칙을 먼저 제대로 지킨 뒤에 요구를 하라고 했다. 학생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교칙을 지키는 게 의무로 여겨지는 것도 답답했지만, 교칙을 운운하는 모습에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우리는 이런 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숨겼다. 핸드폰 검사한다는 소문이 돌자 핸드폰에 남아있는 미투 흔적을 모조리 지웠고, ‘미투에 참여했다’는 확신을 주지 않기 위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해졌다.

기억을 더듬어볼수록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루를 견뎠다는 게 허탈했다. 스쿨미투를 회상했을 때 잔존하는 것은 선생님의 사과가 아니라 미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겪었던 폭력의 파편이었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이 아리게만 남았다. 햇수로 2년이 지났음에도 우리의 일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불링 이후, 핸드폰 알림에 가슴이 철렁하고 SNS계정이 또 타인에게 퍼질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수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든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아있고, 또래 여자애들을 마주보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2차가해를 한 학생을 피하려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나에게는 교실 자체가 트리거였다. 수업 중 불안증세가 나타나 곤경을 겪은 후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마음을 추스리는데 온 체력을 소진했다. 자연히 낫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되려 시간이 갈수록 자기자신을 감추고 검열하는데 도가 텄다. 적어도 교육청과 학교가 2차 가해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교육청과 학교는 과연 고발 당사자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스쿨미투를 ‘수습해야 할’ 사안으로 처리하는데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2차 가해에 대한 명료하고 세심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2차 가해가 무엇인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스쿨미투는 ‘9월의 불미스러운 일’로 불렸다. 유죄 판결이 나온 지금, 무엇이 불미스러운 일인지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미투를 시작한 2018년 9월 7일부터 지금까지, 2차 가해는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일들이라 기억을 모으는데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시간과 체력을 허해준 모든 지인들에게 덕분에 이만큼 왔다고,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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