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 기본소득으로 풀어낼 수 있나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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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충분한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미래시대의 대안임을 이야기하고자 충북 기본소득정치행동은 오늘 시작한다’ - 충북기본소득정치행동 출범선언문 일부 

5일(수) 충북기본소득정치행동 출범식 및 기념세미나가 열리면서 기본소득 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물밑 작업은 지난해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2019년 10월 기본소득강연기획단 구성 및 1차 회의가 열렸다. 이후 기본소득 집담회 및 강연회, 충북기본소득 연대체 구성 논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 김다솜 기자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 김다솜 기자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함께 모이는 자리 자체도 소중한 데 뜻을 모을 수 있는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영광이 아닐 수 없다”며 “기본소득 불모지인 충북이 옥토로 바뀌는 위대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충북기본소득정치행동이 주관하고,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실·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기본소득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행사는 1부 출범식과 2부 기념 세미나로 나눠서 진행됐다. 청주에서도 기본소득이 실현될 수 있을까. 2부 세미나에서는 ‘청주형 기본소득의 도입 필요성 공론화와 그 방안’을 논의했다. 

커먼즈(Commons)에 주목하라  

‘자산조사와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이고,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 정의에 주목했다. 지금의 정의만으로는 좌우를 구분해내지 못하고, 대중을 설득하기에 불충분한 면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은 무상급식이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은 그렇지 않았다. 

2003년 무상급식에 찬성했던 정당은 민주노동당밖에 없었다. 보수 세력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나섰으나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선회하면서 보수 프레임 안에서 정책을 제안했다. 좌우 구분되지 않는 의제의 위험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하나. 백 교수는 보편성과 무조건성 그리고 충분성을 제시했다.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기본소득이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기본소득의 정의는 이렇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커먼즈(Commons)에 대한 권리에 기초한 배당’. 

이 정의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쓰고 있다. 가치 지향적인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바라보자는 입장이 담겼다. 주파수, 햇빛, 지식, 인공지능 등 커먼즈(Commons)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접근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청주 청년들에게 필요한 기본소득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이 안 좋은 연령대가 언제일 것 같으세요? 70대나 80대? 아닙니다. 20대와 70대예요. 통계에서도 20대 삶이 얼마나 힘든지 드러나요. 실제로 20대가 굉장히 불안한 삶을 살고 있죠. 청년 이해를 대변하는 곳이 없어지고, 외부자로 남아 있으면서 소외와 배제를 당하다 보니 사회적 신뢰보다는 불신과 혐오와 더 친화적인 구조적 환경에 노출되는 겁니다.” 

백 교수는 “청년들에게 ‘심리적 안정’만 주더라도 많은 것이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청년 정책이 일자리 정책 위주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본소득을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한민국 미래인 청년들에게 불신을 버리고,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하자는 얘기다.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분기별 25만 원)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 정책을 예로 들었다.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이 정책은 지금에 와서 결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 ⓒ김다솜 기자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 ⓒ김다솜 기자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상당히 많은 함의들을 찾아냈어요. 도전과 시행착오의 기회도 제공해주고, 시간적 여유도 주고….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연대의 경험이에요. 국가의 존재에 대한 첫 경험이죠. 분기 당 25만 원 기본소득을 받고, 처음으로 국가가 내 옆에 있다는 걸 느끼는 거예요. 받고 나서 끝이라 생각 안 해요.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기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청년 기본소득의 변형은 여러 가지로 시도할 수 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처럼 단기적 조건을 달아두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는 청년들로부터 활동계획서를 받고, 심사한 뒤 50만 원씩 6개월에 걸쳐 지급한다. 지역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경기도처럼 지역 화폐로 전달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의 실현, 4월부터 이뤄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실행 의지에 달려있다. 백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잘 된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많이 가져간다”며 “부천시에서 긴급지원제로를 시도한 사례도 중앙정부에서 가져가고, 취업지원제도도 서울시에서 잘 되니까 중앙정부가 가져갔다”고 전했다. 

충북 지방자치단체가 실행하기 전에 기본소득이 실현될 전망이다. 이날 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제안했다. 송상호 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 대표는 4월부터 청년배당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이를 통해 청년 기본소득 운동을 현실화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질적이고, 정책적인 힘을 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송상호 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 대표 ⓒ 김다솜 기자
송상호 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 대표 ⓒ 김다솜 기자

이 프로젝트는 청년 거주 청년 만 20세~30세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2년 동안 총 16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프로젝트 기금은 청주 시민의 모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기본소득 추첨 행사 및 기본소득 파티를 분기별로 진행해 홍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국내 기본소득 실험 현황을 제시했다. <한겨레21>이 1명에게 6개월 동안 135만 원을, 대전에서 3명에게 6개월 동안 50만 원을 지급한 사례 등은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실험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된 사례도 있었다.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진행했던 성남시 청년배당의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시키기도 했다. 

청주에 남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청년들 

세미나 마지막 세션은 토론이었다.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고,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 △송상호 기본소득충북네트워크 대표 △길한샘 전 충북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장 △김호준 청년놀이터가 마주 앉았다. 이날 토론은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 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청주에 청년이 남아 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없다고 봅니다. 남아있는 청주 청년들을 보면 ‘떠날 수 없어서’ 낙오된 경우가 많아요. 떠날 조건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있는 거죠. 청년들이 이 지역을 떠나고 싶은 상태에서 청년 기본소득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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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한샘 전 충북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방 청년들의 질 낮은 일자리에 주목했다. 지방 청년 일자리는 대다수가 계약직이고, 정규직은 공무원이나 교사로 한정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일자리 문제는 정착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청년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중첩된 청년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호준 씨도 큰 틀에서 공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을 되짚으면서 청년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 씨는 “청년 기본소득을 넘어 종착지에서는 모든 시민이 기본소득을 받아야 한다”고 확장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세미나에 대한 부연 설명부터 청년들의 실질적인 고민과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김 씨는 “청년 기본소득이 선거철 표를 받기 위한 회유성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이런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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