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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이 위기를 맞이했다. 

2000년 국악강사풀로 시작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24년 현재 4805명의 학교예술강사들이 8475개 초ㆍ중ㆍ고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국고(문체부), 지방교육재정, 지방비 예산 매칭으로 운영되는데,  윤 정부들어 2년만에 국고 86%가 삭감됐다. 국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시도교육청의 지원 의지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이에 예술강사, 교수와 교사, 학부모 등 문화예술교육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알리고 교육의 필요성, 지방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세곤 충북도립극단 운영위원장이 연출한 공연 모습. (사진=학비노조 충북지부) 
오세곤 충북도립극단 운영위원장이 연출한 공연 모습. (사진=필자 제공) 

 

글: 오세곤 (충북도립극단 운영위원장, 순천향대 명예교수)

우리 헌법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국가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제22조

①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②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국민 모두에게 부여되는 '예술의 자유'란 예술을 감상할 자유와 직접 예술 행위에 참여할 자유 모두를 포함한다.

예술을 감상하고 싶어도 그럴 대상, 즉 예술 작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예술인들이 꾸준히 작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예술 창작 지원의 당위는 여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일은 어떤가?

전문예술인이 아닌 경우 대개는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 입문하고 상당 수준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일반인들이 예술 행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고, 이렇게 일반인들의 예술 행위가 가능하도록 이끄는 전문예술인이 바로 예술강사들이다.

즉 예술강사 파견 사업은 헌법에 명시된 '예술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 의거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좀더 구체적으로 목적과 원칙, 그리고 국가의 책무를 밝히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문화예술교육의 기본원칙)

①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지향한다.

②모든 국민은 나이,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경제적 여건, 신체적 조건, 거주지역 등과 관계없이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평생에 걸쳐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다.

제5조의2(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관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이하 "시·도"라 한다) 교육청 상호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균등한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보장하여 문화예술적 소질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

2024년에 이어 2025년도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이 거의 폐지 수준으로 삭감되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교 교육에 왜 교육청이 아닌 국고를 쓰느냐는 기재부의 논리는 과연 반박할 가치가 있을까 할 정도로 유치하다. 국고든, 지자체 예산이든, 교육청 예산이든 모두 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예술강사나 교육 수혜자들은 그 출처가 어딘지 대부분 알지도 못 하고, 또 알 필요도 없다. 그런 걸 협의하고 조정하라고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해서 많은 공무원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국민 모두의 권리인 문화예술교육이 절대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런데 교육청이 자금대응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다고 국고를 50% 줄이더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인데 왜 국고를 쓰느냐며 다시 72%를 삭감해서, 결국 2023년의 10%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예술강사 급여는 100% 삭감이고 운영비 약간만 남겨 놓은 것이다. 약속을 안 지킨 건 교육청인데, 또 학교 교육은 꼭 교육청 예산으로만 해야 한다는 무지한 논리를 펴는 건 기재부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예술강사와 학생들에게만 돌아간다.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연극 수업 모습. (사진=학비노조 충북지부)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연극 수업 모습. (사진=필자 제공)

 

문득 솔로먼의 재판이 떠오른다.

아이를 놓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는 두 여인과 판별이 안 되니 공평하게 칼로 아이를 갈라 나눠 주겠다는 솔로먼. 옛 이야기에서는 아이를 살리고자 친엄마가 아이를 포기함으로써 진정한 엄마가 가려진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칼이 아이 위로 떨어질 찰나인데 두 여인 모두 딴전을 피우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과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분명 국가에 대해 문화예술교육을 제대로 실행할 의무가 있다고 명령하고 있건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이 그 문화예술교육을 놓고 위험한 칼 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충청북도와 충북교육청은 과연 어떤 마음일지 무척 궁금하다.

충북의 문화예술교육이 죽건 말건, 그래서 충북의 학생들과 도민들과 예술인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 상관없다 할까? 아니면 솔로먼 앞의 어떤 여인처럼 특단의 희생을 해서라도 문화예술교육을 살리고자 나설까?

제발 후자의 마음이길 바라면서, 반드시 그러리라 믿으면서 이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충북이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모범 사례가 되어 주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려면 우선 충청북도 초중고 예술강사 파견사업의 2024년도 선정비율이 43.01%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최소한 주당 2시간 문화예술교육을 받게 하려면, 거기에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상 학교로 분류되면서 실제 교육 수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현재의 5-10배 수준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시일 내에는 어렵고 아마도 10-20년 정도까지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단기 목표를 선정비율 상향에 맞추어서 적어도 각 초중고가 선정을 희망하면서 신청한 수업시수만은 반드시 채워 주고자 노력해 보았으면 한다.

이에 더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예술강사 처우도 상식적 수준으로 개선하고자 시도해 볼 일이다. 중요한 일을 맡겨 놓고 처우를 엉망으로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그 일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증거일 뿐이다.

충청북도와 충북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예산 마련을 위해, 또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충북으로 모여들고 학생을 필두로 모든 주민들이 예술을 즐기게 됨으로써 수준 높은 문화가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진정한 선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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