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2021년 장애인의날 집회, 송상호 교장에 징역10월·집유2년
장애인당사자 4명은 벌금형
그날 무슨 일?…‘장애인생존권 요구안’ 전달 시도, 충북도는 ‘코로나’ 핑계 거부
장애인단체 관계자 도청 진입 시도…경찰은 “3명 방문하기로 했는데 5명이라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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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청주지방법원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2021년 장애인의 날 당시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송상호 청주다사리학교장에 대해 징역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집회에 참여했던 장애인 당사자 3명에게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 2021년 5월 충북 장차연 기자회견 장면)
지난 1일 청주지방법원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2021년 장애인의 날 당시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송상호 청주다사리학교장에 대해 징역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집회에 참여했던 장애인 당사자 3명에게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 2021년 5월 충북 장차연 기자회견 장면)

충북도가 ‘저상버스 도입율 꼴찌’ 등 장애인권 후진도(道) 오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라며 활동했던 활동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종일(뇌병변장애인)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에 따르면 지난 1일 청주지방법원은 송상호 청주다사리학교장에 대해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상호 교장은 20년 넘게 장애인야학 ‘다사리학교’를 운영하며 장애인권을 개선하는 활동을 펼친 활동가다,

지난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당시 충북도청에 장애인의 생존권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서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함께 재판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세명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종일 소장에 따르면 이종일소장과 장애인 A(충북장차연 상임대표)씨와 장애인 B씨(충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와 C씨는 벌금 이백만원, D씨는 벌금 백오십만원 등 75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종일 소장은 휠체어로 경찰을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B씨와 C씨는 도로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4월 20일 무슨일 있었길래?

송상호 교장과 이종일 전 소장이 재판정에 서게 된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교장과 이종일 전 소장등이 활동하는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충북장차연)는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는 30여명의 장애인 당사자들과 충북장차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충북장차연은 기자회견에서 “충북도는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한 기초적 정책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요구안을 충북도에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진행할 수 없다는 성의없는 답변뿐이었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앞서 2021년 4월 9일 충북도에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전달했다.

충북장차연이 제출한 요구안에는 △코로나19 장애인 안전 대책 수립 및 홍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확대 △장애인활동지원사 처우 개선 △장애인 평생교육 기반 마련 △가정폭력피해 장애여성 보호 시설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충북장차연에 따르면 이 단체와 충북도는 매년 장애인의날을 전후에 정책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충북장차연은 충북도가 2021년 당시에는 계속 진행돼왔던 정책협의를 코로나19를 이유로 진행하지 않았다.

기지회견을 마친 충북장차연 대표자들은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충북도청 본관 2층에 있는 도지사 비서실로 향했다.

하지만 충북도청은 청사 출입문을 잠갔고, 경찰은 장애인들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경찰 사이에 몸 싸움이 발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뇌병변장애인 등 활동보조인들의 도움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한 중중장애인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경찰은 당시 이들 장애인들을 제지한데 대해 "코로나19로 도청 출입이 민감한 상황"이라며 "애초 3명이 도지사 비서실에 방문하기로 했으나 단체 측이 갑자기 5명으로 인원을 늘려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날 거리로 내몰렸던 장애인, 한달 동안 천막농성 하기도

장애인의 날 충북도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던 충북장차연과 당시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만나 대화를 하는데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충북장차연은 2021년 4월 20일 사건 이후 그해 5월 6일부터 상당공원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5월 6일, 충북장애친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정책을 요구하며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지난 2021년 5월 6일, 충북장애친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정책을 요구하며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거리로 나선 장애인. 2021년 5월 충북장차연 소속 활동가와 장애인들이 당시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면담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충북인뉴스DB)
거리로 나선 장애인. 2021년 5월 충북장차연 소속 활동가와 장애인들이 당시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면담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충북인뉴스DB)

이들은 이시종 전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외에도 집회를 열고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2021년 5월 14일이 되어서야 겨우 이시종 전 지사와 만났다. 이들은 이 전 지사에게 △장애인 이동권 △자립생활권 △365돌봄센터 시·군 확대 △장애인자립생활시설지원 현실화 △장애인평생교육 활성화 △가정폭력피해 장애여성 보호시설 설치 등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27일 충북장차연과 충북도는 △ 2024년까지 저상버스 36.6% 도입 △2024년까지 특별교통수단 110% 도입 △ 충북교통약자편의증진조례 연내 제정 △광역이동센터 설치 △충북장애인평생교육지원조례 연내 제정 △365센터 군단위 설치를 위한 적극적 조치 △가정폭력, 장애여성쉼터 설치를 위한 다각적 조치 등을 합의했다.

 

약속은 지켜졌을까? … 장애인 저상버스 도입률 여전히 꼴찌

충북장차연은 이시종 전 충북지사와 장애인이동권 보장등에 합의 하는 등 성과를 얻었지만 대가는 컸다. 함께 옆에서 활동했던 비장애인활동가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장애인 당사자 4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장애인 4명이 내야 될 벌금 750만원도 이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 2021년 충북도와 충북장차연은 장애인이동권 보장 세부방안 등을 합의했다.(사진 = 충북인뉴스DB / 충북도와 충북장차연과 합의서를 교환하는 장면) 
지난 2021년 충북도와 충북장차연은 장애인이동권 보장 세부방안 등을 합의했다.(사진 = 충북인뉴스DB / 충북도와 충북장차연과 합의서를 교환하는 장면) 

 

커다란 희생을 치른 댓가로 얻은 충북도지사와 합의사항은 지켜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0월 충북도가 발표한 도내 11개 시‧군 저상버스도입률은 16.2%에 그쳤다.

2024년까지 저상버스도입률 36.6%로 한다는 약속과는 격차가 매우 크다.

톺아보자. 충북장차연과 장애인당사자는 우리 사회의 최고의 교통약자다. 충북도 160여만명의 도민 중에서 50만명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수십년간 힘겹게 싸웠다. 이들이 싸운 만큼,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지표는 조금씩 조금씩 더디더라도 올라왔다.

2021년 충북도와 장애인들은 귀한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키져지 않았다.

충북장차연 활동가들은 현재 귀한 합의를 얻는 대가로 실형과 벌금형이라는 법의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도 법적 책임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과연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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