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수만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한지 올해로 114년이 됐습니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 여성투표권 쟁취를 간절하게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114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어떨까요? 여성들은 114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충북인뉴스는 세계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3·8여성의 날 투쟁 충북기획단’에서 보내온 기고 글을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진영(노동당 충북도당 사회운동팀장)

20대 대선을 맞이하는 기분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다.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대선 판을 보며 느낌은 왔다. ‘아.. 윤·이 둘 중 누가되던 차별받는 사람들은 더 살기 어려워지겠구나’라고. 인간으로서 존엄할 권리를 외쳤던 세계여성의 날 바로 다음날이 대통령 선거라니. 혐오를 자양분 삼는 정치판에 우리가 농약이 돼서 싹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세계여성의 날 행사 모습.
지난해 세계여성의 날 행사 모습.

 

3.8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수 만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시위로 시작됐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는 외침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한 목소리였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요구를 외친다. 여성을 착취하지 말고,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지 말라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많은 국가의 여성들이 젠더 기반 폭력과 무급 돌봄노동에 직면하게 돼 성평등에 이르는데 필요한 기간이 기존 99년에서 무려 ‘135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코로나19 이후에 20대 여성 자살률이 급증했고, 지난 20년 3월, 20대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음 순으로 40대, 50대, 30대 순으로 일자리를 잃어, 20년 고용 통계 중 전체 취업자 감소의 61.5%가 여성이었다. 여성은 점점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펜데믹 이후 여성혐오 정서, 여성대상 범죄 역시 증가했다. 하루에 몇 건씩 보도 되고 있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제일 많이 일어났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줄어들었다. 선진국의 경우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늘어났는데, 여성 인권이 낮은 한국의 경우 다른 제3세계처럼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은 불평등의 모든 책임이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있는 듯 ‘역차별’을 운운하며 성별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다. 여성혐오 발언을 남발하는 후보들을 보면 무력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만 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2월 19일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은 여성도 주권자라는 목소리를 내며 여성들이 바라는 세상을 기존 정치판을 향해 외쳤고, 대선후보로 출마한 진보후보들도 지워진 여성의 권리를 공론화하고 있다. 청주지역 페미니스트네트워크는 지난 27일 마녀행진을 통해 차별의 정치를 당장 멈출 것을, 페미니즘이 성평등이라는 것을 지역 사회에 외쳤다.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구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충북에서도 노동·시민단체·정당들이 함께 참여하는 114주년 세계 3.8여성의날 충북기획단(이하 충북3.8운동본부)이 3월2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일에 걸쳐 청주지역에서 ‘3.8여성의 날 공동행동’을 벌인다. ‘3.8여성의 날 공동행동’은 매년 노동에서의 성별화된 위계를 깨기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올해는 ‘혐오정치 중단’, ‘여성이 만드는 성평등 노동사회’ 등이 주요 요구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연대를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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