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느린학습자 지원 위해 연구·조사 필요

최경천 충북도의원.
최경천 충북도의원.

지난 17일 충북도의회가 개최한 ‘느린학습자를 위한 교육지원 정책 토론회’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느린학습자 관련 토론회인 만큼 관심을 끌었다.

일부 수도권에서는 부모들의 자조모임이 사단법인으로 성장하고,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만들어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충북에는 느린학습자와 관련된 조례는커녕 지원, 학부모들의 자조모임도 사실상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 내 느린학습자 아동(청소년)들은 대부분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정우 충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령기 학생 뿐 아니라 느린학습자에 대한 전생애 지원이 세밀하면서도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명 쉽지 않은 제안이다. 또 이번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했고 지속적인 논의와 토의를 통해 충북에 맞는 느린학습자 지원방안을 만들자는데 합의했다. 또 향후 좀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 조사를 통해 충북실정에 맞는 ‘충북만의 조례’를 만들자는데 동의했다.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제공.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최경천 의원이다. 대다수 도의원들이 느린학습자라는 단어 자체도 낯설어 하는 상황에서 그가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바로 자기 자신이 느린학습자였다는 점을 고백(?)한다. 이어 교육환경이 갖춰지고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진다면 느린학습자도 얼마든지 훌륭히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때는 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나놓고 생각해보니 제가 바로 느린학습자였던 거예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A, B, C, D를 몰랐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영어 문장을 읽는데 저는 알파벳도 몰라서 시험 때는 컨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영어담당이었는데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셨는지 3~4개월 동안 매일 방과 후에 남아서 선생님과 일대일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그 이후로 자신감이 생기고 느리지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남다른 과거(?) 덕에 최경천 의원은 느린학습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전했다. 단순히 ‘공부를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인 이후 자립과 사회생활로 이어지는 어려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 의원은 다른 지역과 대동소이한 천편일률적인 조례를 만들기 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충북지역 느린학습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은 충북지역 실정을 파악하고 의견을 청취한 후 충북지역 느린학습자 연구와 그에 맞는 조례를 만들 계획이다.

 

“처음에는 지원조례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토론을 하다 보니 충북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고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차이점도 조사해야 하고, 우리 지역만의 연구 조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최 의원의 도정생활은 4개월 남짓 남아있다. 그 기간 동안 이 모든 것을 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느린학습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최 의원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 번 더 주어진다면 조례제정은 물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느린학습자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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