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주)

 

어릴 때부터 전화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

새해 첫날, 어버이날 등등의 날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하거나 배달앱이 없던 시절 전화로 치킨을 시키는 것조차도 전화기만 들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다이얼을 누르고 신호음이 가고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리면 입안이 바짝 말랐다.

1~2분 내외의 통화시간 동안 머리카락이 쭈뼛쭈뼛거리는 느낌도 잊지 못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어릴 때만 그러고 다 커서는 극복될 줄 알았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

어떤 목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고 했을 때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됐다.

단어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데, 그 단어들이 진열돼서 문장이 되어야 하는데, 도대체가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 거였다.

신호음이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내 입안은 바짝 말라서 1-2초 정도 버퍼링이 걸릴 때가 많다.

말을 주고받다가도 ‘어..’ 혹은 ‘...’으로 말이다.

그래도 상대방이 기다려주길 망정이지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재촉했더라면 그냥 전화를 끊거나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현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박현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버퍼링이 걸린 상태로 전화를 하고 나면 도대체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통화내용이 반은 사라지고 반만 남는데 ‘차라리 전화 말고 문자나 ㅇ톡을 주고받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간절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전화하기가 어려운 것은 최근까지 ING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할 때도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잡아먹게 되니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일단 전화하기 전에 종이에 할말들을 쭉 적는 거였다. 아니면 꼭 말해야 하는 단어들을 나열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하겠지? 그러면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이래저래해서 전화가 끝나는 거야.’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디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굴러가나. 아무리 머리 속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전화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질문 혹은 그 외 변수가 발생하면 안절부절하고 만다.

정말 최악은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 거다. 다시 전화를 해야 하거나 부재중을 보고 상대방이 전화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두 가지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다.

아주 최근에 알게 된 게 있는데, 내 또래 사람들을 보면 둘 중 하나는 전화하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워한다는 거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전화 하는게 어렵고, 그래서 전화하는데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도 잘못된 부분이니까 얼른 고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그냥 그게 당연하다는 거다.

통화를 하다가 말실수를 할까 봐, 통화를 하고 난 뒤 중요한 내용을 놓칠까 봐 여러 가지의 이유들이 전화하는 게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세대도 변하고 소통에 있어서의 주요 수단도 변하고 지금 MZ세대는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더 편한 세대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굳이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편리함을 느끼며 성장하는 세대다.

코로나19가 시간을 좀먹고 있는데 정말 중요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대면이 필요할까? 라는 거다.

비대면과 대면 그 어디 쯤에 서서 갈팡질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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