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주)

워라~ 워라밸을 접했다

글 : 박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박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박하

워라밸이 ‘일과 삶의 균형’이라던데, 어째 나는 워라밸과 거리가 먼 사람 같다.

두 가지에 대해 경계선이 모호한 워라블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일에 미친 사람처럼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언제부터일까 그 두 가지의 경계가 계속 지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 시간표는 이렇다. 6시에 맞춰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로 해결하고, 출근한다.

8시가 넘어서 집을 나가면 출근하는 다른 차들 속에 섞여 길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가급적 7시 40분에서 50분 사이에 나가려고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8시 10분에서 20분쯤 된다.

그러면 시간이 좀 남기 때문에 9시가 되기 전까지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하거나 오늘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에 오전에는 잠이 깨지 않아 카페인을 충전해서 눈을 부릅뜨고, 점심 이후에는 식곤증을 달래기 위해 카페인을 한 번 더 충전한다.

박하는 개구리와 친하다 . 박하 엄지손가락에 올라탄 청개구리(사진 : 박하 제공)
박하는 개구리와 친하다 . 박하 엄지손가락에 올라탄 청개구리(사진 : 박하 제공)
박하는 개구리와 친하다. 박하 손바닥에 오른 참개구리(사진 박하 제공)
박하는 개구리와 친하다. 박하 손바닥에 오른 참개구리(사진 박하 제공)

그러다 보면 곧 퇴근 시간이다. 그치만 왜 마음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닻 같은지. 왜냐하면 사실 칼퇴 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 못하는 사람이 칼퇴도 못하는 거라던데!! 난가ㅠㅠ)

6시, 땡하고 사무실에서 나오더라도 나만 퇴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집까지 오는데 장장 1시간을 차에서 있기 때문에 칼퇴 못 하는 것에 한몫 더한다.

그래서 ‘교통체증이 좀 나아지면 퇴근하자’, ‘조금만 더 하다가 퇴근하자’, ‘어차피 집에 가도 할 게 없으니까 좀 더 있자’ 등 별별 이유들을 핑계 삼아 책상 앞에 늘어지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일이 잘 될 리도 없고 결국 지친 몸으로 이것저것 챙겨 집에 오면 저녁 8시 혹은 9시.

늦은 저녁을 먹고 잠깐 늘어졌다가 씻고 침대에 누우면 금방 밤 11시다.

까만 천장을 보고 눈만 깜빡거리다가 보면 어느새 자정.

‘내일은 오늘 못한 일을 마무리해야지’,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면 다시 또 새벽 6시 알람이 울린다.

몸은 집에 있어도 정신은 사무실에 있고, 제대로 쉬는 것 같지도 않은 상태가 계속된다.

잠을 자고 맛난 음식을 먹어서 에너지를 충전해도 금방 방전이 되는 느낌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며칠 전, 의도치 않게 워라밸을 참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매일 퇴근할 때 마음의 짐(오늘 다 못한 일거리)을 갖고 퇴근하는데, 어차피 집으로 가져와도 제대로 하지 않을 걸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날은 다음 날 와서 작업할 수 있도록 책상에 세팅만 해놓고 퇴근했다.

그러니까 모처럼 만에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너튜브를 보며 나른해질 수 있다니 좋았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일찍 출근하지 않으려고 했다. 일찍 일어나더라도 여유를 갖고 출근 준비를 하고, 간단히 챙겨 먹는 아침 토스트에 커피를 더했다.

사소한 것 여러 개가 마음에 안정(이라 쓰고 평화라 읽는)을 주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정말 정말 최근에서야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알았다.

어쩌면 일과 삶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는 핑계로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워라밸을 추구하면 자칫 개인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데, 오히려 나는 좀 그렇게 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과 삶,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스스로를 재부팅 하는 시간을 벌고 일이든 삶이든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박하의 퇴근길 워라밸 (사진 : 박하 제공)
박하의 퇴근길 워라밸 (사진 : 박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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