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는 국회서 단식농성
충북지역노동자, 오늘부터 성안길서 동조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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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그 쇳물 함부로 쓰지 마라! 부고 없이 죽어가는 노동자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故 김용균 씨.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년이 흘렀다. 김 씨의 죽음 이면에 있는 비정하고 잔혹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각 정당은 모두 약속했다.

약속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뀐 것은 없다.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추모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 옆을 지나던 국민의힘 모 의원은 ‘때밀이’라 조롱했다. 노랑색 옷이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된 ‘때밀이 타올’에 빗댄 것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일곱명, 연간 2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간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정의당도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처벌법안을 각자 발의했다. 그러나 12월 정기국회에서 발의된 법 어느 것도 처리되지 않았다.

15일 충북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영하10도 가까운 거리에 천막을 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충북인뉴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연속해 쫓아가 본다. (편집자 주)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15일 오전 10시, 차량 온도계에 찍힌 바깥 기온은 영하 6도. 성안길 입구 골목 바람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부고 없이 죽어갈 노동자들이 일곱 명입니다. 연간 2400명의 노동자가 그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조종현 민주노총충북본부장이 ‘중대기업재해 처벌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또박 또박 말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성안길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이달 31일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전태일 3법’ 입법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한다.

단식도 진행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에 따르면 농성자들은 단식을 하며 농성에 참여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단식은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먼저 시작했다. 김미숙씨는 지난 11일 국회본청 계단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 달라고 농성하느라, 추모제가 열린 태안 용균이 회사에도 못 가 봤다”며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산재 사망노동자 한명 당 회사벌금 50만원
40명 사망 이천 ㈜코리아2000 물류창고 화재사건, 벌금 고작 2000만원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많은 이유는 사고가 나도 기업주나 회사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까?

대표적인 사건이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 사건이다. 당시 화재로 57명의 노동자중 40명이 사망했다.

법원이 노동자 40명을 죽게 한 ‘㈜코리아2000’에 대해 선고한 형벌은 고작 벌금 2000만원. 노동자 한명을 죽게 한 목숨 값은 고작 벌금 50만원에 불과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했다. 서을메트로사장에게 법원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메트로는 ‘2인1조’ 근무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다른 사건도 다 비슷해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벌금은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법률 백신”

 

민주노총충북본부는 농성에 들어가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만 해도 한익스프레스 이천 산재 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떼죽음을 당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포스코 제철소에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재해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법률 백신’이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올해가 가기전에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성에 참여한 이들은 문재인 정권과 정치권에 대해 입법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북운동본부’ 박원종 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시절이던 지난 2017년 국민생명안전 약속을 하면서 ‘안전 때문에 눈물 흘리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말했다.

박 본부장은 “그러나 현실에선 약속은 지켜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은)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앞에 나서서 말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안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야만의 시간을 멈추는 첫 걸음이자 시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내 팽개 친 정치인들이 국회 앞 농성장을 찾아왔다. 뻔뻔하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농성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입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오늘부터 31일까지 성안길 입구 맞은편(청소년광장 방향)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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