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재판, 사람 죽어도 사업주는 ‘감형사유’ 깔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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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재판, 사람 죽어도 사업주는 ‘감형사유’ 깔고 시작
  • 김남균 기자
  • 승인 2021.01.05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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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행 부인해도 산재보상금만 지급되면 감경사유로 인정
산재보험은 의무가입 대상…가입 안해도 보상금 지급
가입 상관없이 요건 맞으면 100% 지급돼…사업주 100% 면죄부 받는 셈
노동계 “자동차 책임보험 가입했다고 음주사망사고 형 깍아주는 것”

연속기획) 그 쇳물 함부로 쓰지 마라! 부고 없이 죽어가는 노동자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故 김용균 씨.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년이 흘렀다. 김 씨의 죽음 이면에 있는 비정하고 잔혹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각 정당은 모두 약속했다.

약속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뀐 것은 없다.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추모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 옆을 지나던 국민의힘 모 의원은 ‘때밀이’라 조롱했다. 노랑색 옷이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된 ‘때밀이 타올’에 빗댄 것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일곱명, 연간 2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간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정의당도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처벌법안을 각자 발의했다. 그러나 12월 정기국회에서 발의된 법 어느 것도 처리되지 않았다.

15일 충북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영하10도 가까운 거리에 천막을 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충북인뉴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연속해 쫓아가 본다. (편집자 주)

사업주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법의 심판대에 올랐더라도 가해자인 사업주가 일단 유리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법의 심판대에 올랐더라도 가해자인 사업주가 일단 유리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해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고, 피해자와 합에 이르지 못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업무상과실치사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략)... 피고인 주식회사가 가입한 산업재해보상 보험에 의하여 피해자의 유족에게 보상금 내지 배상금이 지급되었거나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점...(중략)...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2019년 수원지법 중대재해 사건 재판 판결문 중)

사업주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법의 심판대에 올랐더라도 가해자인 사업주가 일단 유리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 법원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가 법원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 보상금을 지급 받는 것을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파악해 감형사유로 적용했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한 사업주는 범행도 부인하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도 하지 않았지만, 이런 사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노동계는 산재보험 보상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이 감경사유에 해당한다면 사업주는 100% 감경사유가 적용돼 재판이 형을 낮추게 되고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2019년 수원지방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와 B회사에 대해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12월 12일 A씨가 대표로 있는 B회사에 재직중인 노동자 C씨가 콘크리트 믹서기 날개에 치여 질식과 개발성 골반골 골절로 사망했다.

A씨와 B회사는 정비작업중엔 기계가 작동하지 않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안전교육을 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와 B회사는 노동부와 검찰조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책임을 C씨에게 돌렸다.

이들은 피해자의 유족과도 합의하지 않았다. 범행을 부인하고 합의도 않은 만큼 실형이 예상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죄책이 가볍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C씨의 유족들에게 산업재해보상 보험에 의하여 피해자의 유족에게 보상금 내지 배상금이 지급되었거나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사업주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법의 심판대에 올랐더라도 가해자인 사업주가 일단 유리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법의 심판대에 올랐더라도 가해자인 사업주가 일단 유리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긴인 2019년 9월 19일 청주지방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D씨와 2019년 1월 12일 같은 회사 소속인 노동자 E씨는 2층 공사현장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D씨는 이회사 산업안전 관리자로서 추락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D씨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이중범행으로 여러 처벌 전력이 있는 점”을 지적했지만 “산재보험등을 통해 피해자의 유족에게 보상금내지 배상금이 지급됐을 것으로 보이고 반성하고 있다”며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도 같은 사유로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2019년 8월 13일 인천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피고 2명에게 징역6월과 집행유예 2년, 징역 4월과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작업중인 노동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고, 추락방지 시설을 하지 않아 작업중인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백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고, 산재보험 보상금에 의해 피해자 유족에게 보상금이 지급된 점과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책임보험 들었다고 음주사망교통사고 집행유예로 깍아줄 건가?”

 

취재진이 2019년 이후 사망 중대재해사고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유족이 산재보상금 수령 사실을 감형사유로 삼아 적용한 것만 20여건에 이른다.

이에대해 노동계는 중대재해 사건 재판이 시작부터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연 민주노총대외협력국장은 “차량 소유주가 운행을 하려면 반드시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처럼 산재보험은 사업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며 “책임보험에 가입여부를 중대과실 사고의 감경사유로 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가 형의 감경사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런 식이라면 음주사망사고를 냈어도 책임보험에 가입만 했으면 집행유예가 선고돼야 한다”며 “이런 판결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재해 보상금은 사업주가 산재보험을 가입 안해도 사업주의 과실등 요건만 충족되면 모두 지급되는 구조”라며 “사업주의 과실이 인정돼 재판에 회부된 사업주들은 이 조항으로 100% 형을 감경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은 법에 의해 강제 가입이 의무로 돼있다. 1인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라면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구조와 시간에 관계없이 모두 가입해야 한다. 또 산재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속한 회사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산재보험보상법에 근거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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