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최근 단재고가 개교를 앞두고 갑작스레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단재고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고민하는 모임에 참여했던 나로선 당황스러운 일이다. 여러 선생님들과 모임을 마치고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러다 단재고가 입시성적이 좋은 학교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는 농담이었다. 실제로 명품 대안학교와 종래의 자립형 사립학교는 그 경계가 아슬아슬하다. 그만큼 단재고 설립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고민은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대안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깊은 이해와 탐구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시민성의 함양, 나아가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표방하는 2022총론의 방향을 충실히 따른 설계였다. 2022에서 진로선택과목의 설정을 통해 융합적 사고를 기르고자 한 취지를 가장 잘 구현하고자 하였다. 단재고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2022국가교육과정을 미리 앞질러 구현하고자 한 것 이외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단재고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수학, 과학을 2022 총론에 맞게 가르칠 것인가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논술형 수학의 대가인 수학교수님을 소개하여 그 분이 몇 번이나 직접 이 모임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학력보다는 인성을 표방하는 통상적인 대안학교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단재고 준비팀 선생님들은 IB교육과정을 전면에 내세우면 인증이나 수치에 집중하는 교육과정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IB도입에는 부정적이었지만, 그들이 가는 길이 IB와는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외부자인 나도 충분히 알만큼 그들의 관심과 열정은 ‘좋은 공부란 무엇인가’에 가 있었다.

단재고 교육과정이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 그런 우려에 대해 한 말씀 전하고 싶다. 최소한 국가 교육과정의 취지와 방향을 따르시라고. 그 방향이 설령 당장의 수능 준비에 미흡하더라도 좀 더 길게 내다보라고. 우리나라의 모든 학부모가 소위 ‘서연고 서성한, 또는 의치한약’의 진학만을 위해서 아이들을 키우지 않는다고. 적어도 대안학교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으면 수능 입시 운운하는 것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한다. 2022 국가교육과정 총론과 2023한-OECD 국제세미나의 주제가 ‘학습자의 삶과 연계한 교육’이라는 점에서 볼 때도 단재고 교육과정은 미래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있게 탐구하고 성찰한 결과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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