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위 씨(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고문)
윤석위 씨(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고문)

얼마 전 걱정이 아주 많으신 교육관계자 한 분과 통화를 했다. “단재고등학교가 걱정”이라며 “단재고 설립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념적 불순함과 일반고에 턱없이 부족한 보통교과 시수로 대학가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의 우려가 아주 크고 또 진지하기에 그의 ‘교육 신념’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그에게 17년 전 겨울방학기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걸으며 호연지기를 키워주자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 나는 별나게 보이는 한 학생을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종일 배낭을 멘 채 홀로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고 식사도 수다에도 떨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는 자폐 학생이었다. 그렇게 20여일을 보내면서 기적처럼 변해가는 그 학생의 모습을 우리들은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좁고 가파른 천길 벼랑길과 5,300고개, 숨쉬기 어려워지는 환경과 자연의 장엄, 눈부신 설산의 경이로움, 밤하늘 가득한 별들의 찬란함이 사람을 말없이 가르치는구나.’ 하고 느꼈으며, ‘무거운 짐을 져 나르는 포터와 만나면 두 손 모아 인사하는 아이들이 그 학생에게 협동과 배려를 가르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말을 전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삼십 년 넘도록 단재 신채호 선생을 존경하게 되었고, 선구자인 그를 기리는 일에 작게나마 힘을 내어 온 사람이다. 대안학교로서 단재고의 설립을 준비하던 준비 연구팀에서 단재기념사업회에서도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는 요청에 선뜻 ‘그러마’ 했고, 5년이 지나도록 지켜보면서 가끔 참여해 왔다.

가덕면은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많은 우국지사를 배출한 ‘정신이 남다른’ 곳이 아닌가? 단재 예관 경부 동오 등의 선비가 애국계몽운동의 산실로 세운 산동학원이 지척이며, 함께 세운 문동학원이 바로 단재고가 문을 열게 될 그 자리이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그간의 교육방식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다 싶었다. 학력평가에서 낮은 평이 나올 때는 속이 상할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정책은 이러저러한 점들을 수정 보완하시라.’가 아니라 ‘이 정책은 맘에 들지 않으니 부서를 없애고 만든 이들을 원대복귀 시키라.’는 지시는 거쳐야 마땅한 여러 과정을 무시한 비교육적 처사로 생각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윤 교육감께 제안한다.

첫째, 그동안 단재고 개교를 위해 준비해 온 과정을 존중하고, 절차를 회복시켜 주시라.

둘째, 5년여의 기간 동안 주말도 없이 성심껏 준비해 온 교사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시라.

셋째, 1년을 미루게 되었을 때 재정 낭비는 없는지 살피시라.

넷째, 단재고가 창의적 대안학교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시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 대한민국이지만 대학 졸업하면 취업과 창업의 높은 벽으로 이생망을 절감해야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다. 이들을 위해 우리 교육청에서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 보다 미래 지향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배울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없는 것일까? 단재와 백범이 꿈꾸었던 미래조국은 어떤 나라일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