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씨.
이정주 씨.

나는 ‘가덕면’ 주민,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사람들과의 경험은 참 새롭다. 이사 떡을 돌렸더니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잘 살아보자’며 들고 온 휴지는 대청마루 시렁을 채우고도 남았다. 첫날의 놀라움은 생활 곳곳에서 이어졌고 마을 잔치, 마을 나들이, 동계 등에 참여하며 ‘가덕 부수골’은 우리의 옛 아름다운 마을 문화가 살아있는 곳임을 자부한다.

“우리 마을에 대안학교가 들어온대. 그게 뭐요?”

앞집 어르신의 걱정스런 질문에 떠오른 기억 하나, ‘독거노인 방문 프로젝트’다. 둥근 상에 가져간 떡과 과자들을 차려놓고 잘 듣지 못하시는 할머니와 마주 앉은 중3 현철(가명)이는 ‘할머니’라고 큰소리로 외칠 뿐 다음 말을 잇기 어려웠다. 현철이는 대뜸 애국가가 생각났고 할머니 소리가 높아지면 같이 높게, 빠르면 같이 빠르게 맞추는 기지를 발휘하여 4절까지 부르며 웃고 또 웃었다. 학교에 돌아온 현철이와 친구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배움을 더하게 되는 이것이 바로 공립 대안학교 은여울중학교 생활교육의 한 모습이 아니었던가?

지난해 풀만 무성한 가덕중학교 교정(단재고 예정지)의 쓸쓸함에 이어 ‘불량학생 수용 불가’라며 대안학교 건립을 반대한다는 황당한 현수막이 내 걸렸다. ‘공교육의 보완재’와 ‘공교육의 선도재’ 두 가지의 축을 중심으로 미래교육을 제시하는 공립대안학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왜 반대하고 있을까? 그저 바라만 보며 새 소식을 가져다 줄 봄을 기다렸다.

목련이 활짝 핀 학교에 공사가 시작되었고 내년이면 학생들 모습에 마을도 나도 들썩일 것 같아 설렜다. 그러나 단재고 소식을 알았을까? 목련꽃은 검게 변하였고 지금은 ‘단재고 2024년 개교를 촉구한다’는 현수막이 마을 입구에 펄럭인다. 교육청에서 교육과정 미비와 입시불리를 이유로 개교를 1년 미룬다는 것이다. 마치 정치판 같은 학교 행정에 나는 ‘교육이 뭐야?’ 뚱딴지같은 의문을 되뇌며 이를 보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심히 염려되었다.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무수한 염려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기에 교육청의 입장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충북 최초 공립대안학교 은여울중학교 개교에도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여러 시·도에서 배우겠다고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가덕 주민의 한 사람으로 교육청에 바란다. 단재고 준비팀과 협의하여 공립대안학교의 취지를 잘 살려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단재고가 뿌리내릴 지역 사람들의 소리도 들어주기를 바란다. 앞집 어르신도, 나도 학교를 바라보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학교’가 만들어지기를 매일매일 두 손 모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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