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소재 테스트테크 노동자, 노조 만들어 사측에 항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 만들자 곧이어 한국노총 노조 설립
18일 충북지노위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제1노조로 판정
노동자들 “복수노조 만들어 탄압” 규탄…천막농성 진행

전국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청주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스트테크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청주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스트테크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청주시 오창에 소재한 테스트테크 20~30대 노동자들이 관리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 성희롱 등 직장 갑질과 불법·부당 노동행위를 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결의대회,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촉구, 천막농성까지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테스트테크 신종노조파괴중단 및 민주노조사수 충북대책위(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법률대응 및 사측의 불법·부당 행위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직장갑질 부분에 대해서 현재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원만한 교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모두가 함께하는 회사, 모두가 만족하는 회사’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테스트테크.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테스트테크지회, "회사가 어용 노조 만들었다"

테스트테크는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본사를 둔 패키지 기판 전기검사(Bare Board Test·BBT) 전문 업체다. 시흥과 부산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2021년 1만8200㎡ 부지에 신규 토지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생산설비 86대를 구매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일로를 걷고 있을 때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 2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 가입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테스트테크지회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노조에는 현재 오창 공장 현장 직원 130여 명 중 110여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26세다.

그러나 테스트테크지회가 만들어진지 불과 한 달 만에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또다시 만들어졌다. 이 노조에는 오창 뿐 아니라 시흥, 부산지사의 관리자들이 대거 가입, 최근 충북지노위로부터 제1노조로 판정받았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조합원들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사측이 개입된 어용노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영성 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장은 “우리의 교섭권을 빼앗기 위해 관리자 중심의 노조를 만들었고 시흥과 부산에 있는 관리자들이 대거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는 한국노총 설립 후 기다렸다는 듯 우리와 맺은 기본협약 실효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교섭창구단일화라는 악법을 이용해 우리 지회의 교섭권을 빼앗아 갔다”고 비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테스트테크지회 김영성 지회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테스트테크지회 김영성 지회장.

 

“강제연차로 임금 대폭 삭감”VS“오히려 임금보존 위한 방법”

지난 2월 테스트테크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소속의 노조를 만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은 ‘강제 연차 사용’이다.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1년 동안 부여되는 연차를 단 두 달 사이에 모두 소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노조 설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김영성 지회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회사는 연차를 강제로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동료 중에 한분은 연차 강제 사용으로 그동안 받던 월급이 반토막이 나서 힘들어하셨습니다. 애가 둘이어서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가 너무 높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누군가의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테스트테크 측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존해주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사팀장인 A씨는 “지난해 11월 회사 주문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사실 직원들이 출근을 해도 할 일이 없었다. 잔여연차를 사용하라고 현장 관리자들에게 지시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장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강제로 했는지는 잘 모른다”라며 “연차사용은 노동자들의 임금보존이 목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성 지회장은 “임금이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은 일단 연차를 쓰게 되면 잔업이 없어지고 기본급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후 5시 20분부터 8시까지 수당과 야간수당이 다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통상임금은 줬다고 말을 하지만 200만 원 정도다. 사실상 생활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폭언·욕설·성희롱 당해”VS“자료제출 안 해 자체 조사 진행 중”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두 번째 이유는 관리자들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 때문이다. 반말은 물론 ‘씨X’, ‘이 새X야’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불량이라도 생기면 관리자들의 폭언은 극에 달한다. 채팅 창에 ‘욕 처먹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 얼마든지 욕 처 해줄 테니 등 온갖 욕이 난무하다”고 주장했다.

 

테스트테크 신종노조파괴중단 및 민주노조사수 충북대책위 제공.
테스트테크 신종노조파괴중단 및 민주노조사수 충북대책위 제공.

 

실제 '직장갑질119'는 14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갑질 내용'을 공개하며 대표적 사례로 테스트테크를 지목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견디다 못해 20대, 30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지만 가해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다수노조가 되어 단체교섭권을 가져가 버렸다"며 "노동부는 즉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성희롱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여성노동자들의 팔을 꼬집는 행위, 남자관리자들이 여성 탈의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드는 행위, 남성노동자들의 젖꼭지를 꼬집는 행위 등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

 

김민희 씨.
김민희 씨.

 

이와 관련 실제 테스트테크에서 일을 하고 있는 23살 여성노동자 김민희 씨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며 그동안의 일을 털어놨다.

 

“여기 관리자들은 일단 사람을 부를 때 호칭이 ‘야!’, ‘이 새X야!가 기본이에요. 씨X이 그냥 일상이구요. 존댓말이요? 그동안 존댓말은 들어본 적 없는 거 같아요. 여자들한테는 살 빼라는 말도 자주 했고요. 저한테는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여자니까 머리를 기르라고도 했어요. 팔뚝을 꼬집기도 하고요. 멍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여자 중에서 팔뚝 안 꼬집힌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정말 짜증나고 싫었지만 그냥 참았어요. 저는 여기가 첫 직장이라 다른 데도 다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동안 제가 당했던 게 굉장히 부당한 거였더라고요.”

 

김민희 씨는 자신이 맡은 일이 12시간을 꼬박 서서 해야 하는 일이었고 수시로 무거운 짐도 날라야 했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폭언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이었다며 밀려오는 모욕감과 수치심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난 나이가 어리니까’, ‘다른 곳도 다 그렇겠지 뭐’ 애써 스스로 변호했지만 그럴수록 힘겨움은 배가 됐다고.

이에 대해 인사팀장 A씨는 “욕설과 폭언이 있었다는 것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현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직장내 괴롭힘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정확하게 적시가 되어 조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접수된 사실이 없다. 노조 측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탄원서든 진정서든 무엇이 되든 달라고 했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 명단이라도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명확하게 절차를 밟아서 징계와 책임을 지도록 할 예정이다. 일벌백계한다는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테스트테크지회 김영성 지회장은 “사측이 꾸린 직장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위원 일부가 갑질 가해자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도 안 되어 있다. 절차도 준비도 안 되어 있는 회사가 자료만 달라고 한다. 자료만 주면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하겠나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장이 근로자 대표말도 안돼”VS“법적 요건 갖춰 노사협의회 다시 꾸릴 것”

테스트테크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세 번째 이유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를 공장장으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김 지회장은 특히 “회사가 어려운 사람, 갈 곳 없는 사람, 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김 지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자신이 직접 해봤다는 설문조사에 근거한다. 즉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현재 테스트테크 오창공장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사회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거나 빚이 있는 사람, 신용이 불량한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자신 또한 “자영업을 하다 잘 안되어서 현재 빚이 많은 상황이고 쉽게 이직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사측은 벼랑 끝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사팀장 A씨는 “공장장이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로 선출될 당시 직책은 차장이었다. 특별 승진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라며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는데 관심이 부족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제1노조가 결정되었으니 이제는 법적 요건을 갖춰 노사협의회를 다시 꾸릴 것이다. 비밀투표 방식으로 대표도 선출할 것이고 대표도 바뀔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노조 측이 주장하는 어용노조는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테스트테크지회 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 테스트테크지회 제공.

 

한편 금속노조 소속 테스트테크지회는 지난 18일 이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복수노조 설립주체의 상당수는 그동안 현장 노동자들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부당한 노동을 강요했던 장본인들이다. 정작 노조설립으로 고개를 숙여 반성해야 할 자들이 어느날 가짜 노조라는 탈을 쓰고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며 “노조할 권리를 지켜내고 노동자가 인간대접 받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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