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비 분담률 합의 파기 75.7%→40%로 낮춰 114억원 절감
충북도, “재정 어렵다”…작년과 올해에만 지방채 2천100억 원 발행
충북교육청, “도민과 약속 저버리는 일”…아이들에게 피해갈까 우려
학부모단체, 재정악화 이유로 교육예산부터 손대…"최악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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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 전국 1위’, ‘투자유치 100조원 달성’ 등 ‘1등 경제’를 실현했다고 자랑을 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초·중·고학생들의 급식비를 줄이겠다고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충북도는 17일 보도 자료를 통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3조원의 투자유치를 달성했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11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41조 1천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부터 충북의 5년간 경제성장률은 전국 1위(5.0%)로 ‘1등 경제’를 실현해가고 있다”며 “충북은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선도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1등 경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학생들의 급식비(식품비)를 줄여 도의회에 제출, 충북교육청은 물론 교육계,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이 투자유치 100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충북도 제공)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이 투자유치 100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충북도 제공)

 

75.7%→40%…114억 원 아끼려고 합의 번복

충북도는 내년도 학교급식 지원예산 127억 원을 편성해 충북도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2018년 이시종 도지사와 김병우 교육감, 장선배 충북도의장이 서명한 ‘합의서’에 따르면 올 급식비로 241억 원을 편성했어야 함에도 114억 원을 감액해 127억 원만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17일 열린 1차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2018년 무상급식 합의에서 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시설비를 전액부담하고, 도는 식품비의 75.7%를 부담하기로 했었다. 이 75.7%는 또다시 도와 시·군이 4대 6으로 나눠 부담한다. 내년에 지출될 식품비 예상총액은 797억 원으로, 당초 약속대로라면 도와 시·군은 603억 원, 교육청은 194억 원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충북도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75.5%가 아닌 분담률을 40%로 낮춰 319억 원(충북도 127억 원, 시·군 192억 원)만 부담하겠다고 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것이다. 319억 원을 시·군과 4대 6으로 나누면 도는 127억 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2018년 1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장선배 도의장 중재로 ‘초중고 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육성’에 대해 합의했다
2018년 1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장선배 도의장 중재로 ‘초중고 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육성’에 대해 합의했다

 

신용식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급식비 삭감은 도의 재정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도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이 1조원이 넘고 최근 5년간 부채만 4천억 원이 넘는다. 부득이하게 결정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40%로 했지만 부족할 경우에는 추경으로 보충할 수도 있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협약파기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로 방향을 정한 이후 교육청에 알렸다. 교육청에서 협의를 한다면 얼마든지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적은 △국제무예액션영화제 △전통무예진흥시설 건립 △온라인 무예마스터십 내년도 예산 43억 원을 급식비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까지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다. 무예관련 사업은 아주 작은 금액이다. 내년에 지출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충북도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도교육청과 충북도의 유치원·어린이집 원생들의 재난지원금 예산편성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교육청은 학부모단체 요구에 따라 유치원생에게 지급할 교육회복지원금 예산안(15억6천만 원)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관리주체인 도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도교육청에 누리과정에 해당하는 어린이집 원생 교육지원금 20억 원 지원을 요청했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집은 충북도에서 관리할 책임이 있고,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두 기관 입장이 엇갈리면서 신경전이 무상급식으로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충북교육청 이종수 기획국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의 급식비 삭감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교육청 제공)
충북교육청 이종수 기획국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의 급식비 삭감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교육청 제공)

 

“지역의 상생교육과 무상급식 합의 정신 훼손했다”

무상급식비 감액과 관련 충북교육청은 물론 교육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도교육청 이종수 기획국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북도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입장을 번복하면서, 지역의 상생 교육과 무상급식 합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염려하게 되었다”며 “이번 약속 파기로 생겨날 혼란과 갈등이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8년 합의는 단순히 기관 간 약속을 지키는 일을 넘어, 충북교육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도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이어가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도로부터 40%로 조정한다는 것과 관련해서 전혀 연락받은 적이 없다. 도의 주장대로 진행된다면 원만한 급식은 어렵다. 합의서 내용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충북의 학생 1인당 교육투자비는 전국광역자치단체 중 꼴찌에서 세 번째다. 2019년 8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651억 원으로 줄었다. 교육경비를 증액해야 하는 마당에 충북도는 급식비마저 줄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진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청주지회장은 "얼마전 부산시가 내년도 친환경 급식 예산을 삭감하려다가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비판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아이들 밥값도 아깝다면서, 재정악화를 이유로 교육예산부터 손대려들면서, 지자체와 단체장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구동성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충북도의 급식비 삭감도 비슷한 양상이다. 충북도의 급식비 삭감은 최악의 꼼수를 쓴 것이다. 이제 학부모들이 철퇴를 내려야 할 때"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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