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지배 권한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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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 CJB청주방송 회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하고도 보수를 그대로 받아 온 사실이 밝혀졌다. <충북인뉴스>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월별 급여액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받은 액수는 사임 후에도 변함없었다. 

이 회장의 한 달 급여액은 1천 3백만 원. 아직 올해가 남았지만,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년과 대비해보면 동일한 임금이 책정돼있다. 전년도 1·8·9월에는 1천 6백만 원을 수령했다. 올해 1·7·9월에도 급여에서 3백만 원을 더 받았다. 급여 세부내역은 알 수 없지만 상여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는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급여 지급과 액수를 결정할 수 있다. 이사 보수는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법적 기준은 없으나 CJB청주방송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보수가 동일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 

2020년 이두영 CJB청주방송 회장 월별 급여액.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 1천 3백 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아갔다 ⓒ 충북인뉴스
2020년 이두영 CJB청주방송 회장 월별 급여액.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 1천 3백 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아갔다 ⓒ 충북인뉴스

 

“대표이사 직책을 맡아서 업무 수행할 때랑 보수 변동 사항이 없잖아요. 그 전과 후의 업무 수행에는 질적·양적 차이가 있을 텐데 말이죠. 업무 수행에 따른 차이에 비해 보수 차이가 나지 않으면 현재 보수가 과도하게 책정돼서 지급됐다고 보이고요.”

이용우 변호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업무 차이가 보수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만약 업무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해도 문제가 된다. 이두영 회장이 이재학 PD 사망사건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사실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바뀐 태도…이두영 때문이다  

이재학 PD 사망사건 책임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3월 30일 이두영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내 이사회 소집과 안건 상정 권한이 있는 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이두영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CJB청주방송에는 이사회 의장 직책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는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놓고 ‘눈 가리고 아웅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직원 조회 시간에도 ‘자신이 무슨 잘못이 있냐’면서 회피했는데 그 연장선상”이라고 전했다. 

“공식적으로는 ‘이사회랑 상관없다’, ‘이두영 회장이랑 관계없다’고 하지만 유족과 통화하거나 협의할 때는 대놓고 이두영 회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대로 씨는 모든 결정의 최종 결정자 역할을 이두영 회장이 맡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4자 대표자 회의(CJB청주방송·유가족·시민사회·언론노조) 합의 사항이 갑자기 변동된 것도 이두영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청주지방법원에서 ‘CJB청주방송이 이재학 PD 사망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문을 내놨다. 4자 대표자 회의에서는 동의했으나 CJB청주방송은 돌연 태도를 바꿔 청주지방법원에 이의 신청을 냈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 대책위에서는 합의안 이행에는 이두영 회장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사망 사건 대책위에서는 합의안 이행에는 이두영 회장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 김다솜 기자

이사회 의장은 고액 보수 받아 가는데...

14년을 프리랜서로 일한 이재학 PD는 동료들의 처우 개선도 요구했었다. 그의 뜻대로 진상조사위원회는 CJB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26명을 심층 면접 조사했고, 고용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CJB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견·도급·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 방식으로 쓰였다. 

지난 7월 23일(목) 4자 대표자가 이행안에 합의하면서 △공식 사과 책임자 조치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으로 6개 분야 27개 과제가 제시됐다. 방송계 고용 구조 문제 해결에 첫발을 내딛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노동자성 인정’과 ‘불법 파견 직군 정규직 전환’ 문제는 이행 약속 기한이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가장 길게 잡히면서 우려가 컸다. CJB청주방송이 비용 문제 때문에 정규직 전환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순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시간을 끌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두영 회장은 그렇게 많은 임금을 받아 가는 건 지탄 받아 마땅하다”며 “비정규직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이성덕 CJB청주방송 대표이사와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이성덕 CJB청주방송 대표이사와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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