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야 정규직이 된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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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야 정규직이 된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7.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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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에서 명예복직과 함께 분향소 차려 
CJB 청주방송에 이재학 PD 책상이 마련됐다. 책상 위에는 고인의 영정사진과 생전 좋아했던 물건이 올려져 있다 ⓒ 김다솜 기자
CJB 청주방송에 이재학 PD 책상이 마련됐다. 책상 위에는 고인의 영정사진과 생전 좋아했던 물건이 올려져 있다 ⓒ 김다솜 기자

‘PD 이재학’. 그가 14년을 일했던 CJB 청주방송 제작편성국에 명패 하나가 놓였다. 2018년 4월 부당해고를 당하고 2년 만에 명예 복직했다. 이재학 PD 영정사진 옆에는 그가 생전 좋아했던 담배 한 갑과 콜라가 놓였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낸 진상조사보고서도 자리했다. 

지난 22일(수) 4자 대표자(언론노조·CJB 청주방송·유가족·시민사회)가 합의를 이뤘다. △공식 사과 책임자 조치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으로 6개 분야 27개 이행 과제를 제시했다.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가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모습 ⓒ 김다솜 기자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가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모습 ⓒ 김다솜 기자

그 첫 번째가 이재학 PD의 명예회복이었다. 28일(화) CJB 청주방송에서 명예회복 및 추모 행사가 열렸다. 고인을 정규직 PD로 임명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는 “고인이 남긴 뜻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부당한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꼭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는 유가족에게 이재학 PD 정규직 임명장과 명예 사원증을 전달했다. 임명장에는 고인이 기획제작국 제작팀 PD라는 내용이 선명하게 기재돼있었다. 이재학 PD 어머니는 정규직 임명장과 명예 사원증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이재학 PD는 죽어서야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2월 4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76일 만이다. 

이재학 PD 어머니는 아들에게 주어진 정규직 임명장과 명예 사원증을 안고 오열했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어머니는 아들에게 주어진 정규직 임명장과 명예 사원증을 안고 오열했다 ⓒ 김다솜 기자

 

“앞으로 몇 년이 흘러도, 176일, 176개월이 흘러도 제 시간은 2월 4일 그날로 멈춰 있을 겁니다. 형이 여기 계신 분들에게 남겨둔 숙제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누구나 2020년에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그 당연한 걸 잊은 채 너무 오랫동안 부당함 속에서 아무도 목소리 내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오셨습니다.”

유가족 대표 동생 이대로 씨는 CJB 청주방송에 약속 이행을 거듭 당부했다. 이 씨는 “언제까지 잘못된 것들, 불법적인 걸 숨기고 그 속에서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느냐”며 “형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전태일 

“우리는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를 이재학 PD 사건을 통해 이제는 제대로 해결할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이재학 PD가 본인의 안위를 살피지 않고 동료들을 위해 소송을 냈고, 그들을 위해 싸웠습니다.”

오정훈 민주노총 언론노조위원장은 “이재학 PD가 우리 앞에 있진 않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전국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오정훈 민주노총 언론노조위원장이 이재학 PD에게 명예 조합원증을 수여하는 모습을 고인의 어머니와 누나가 지켜보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오정훈 민주노총 언론노조위원장이 이재학 PD에게 명예 조합원증을 수여하는 모습을 고인의 어머니와 누나가 지켜보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이행 요구안의 핵심 중 하나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다. 고인이 생전 부당해고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다투면서도 선례를 남기고 싶어 했던 부분이다. 2018년 이재학 PD는 직장갑질 119에 문을 두드렸다. 그 과정에서 이용우 변호사를 만났다. 

이 변호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함께 했고, 이재학 PD가 사망하고 나서 유족 대리인으로 나섰다. 유족 대리인 이용우 변호사는 “어렵게 도출된 합의안이 현실화되고, 좋은 사람 이재학 PD의 뜻이 CJB 청주방송 분만 아니라 가장 열악한 지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에게 피부로 와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CJB 청주방송 편집실. 이재학 PD의 이름을 딴 편집실도 만들어졌다. 앞으로 2주 동안 CJB 청주방송에 고인을 기리는 분향소와 추모 공간이 전시될 예정이다  ⓒ 김다솜 기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CJB 청주방송 편집실. 이재학 PD의 이름을 딴 편집실도 만들어졌다. 앞으로 2주 동안 CJB 청주방송에 고인을 기리는 분향소와 추모 공간이 전시될 예정이다 ⓒ 김다솜 기자

앞으로 진상조사위원회는 이행점검위원회로 전환된다. 2023년까지 매년 이행 점검을 확인할 예정이다. CJB 청주방송은 고용 구조와 노동 조건 개선을 약속했다. 일부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 전환이 되고, 고용 안정성을 위해 직접고용을 하거나 촉탁직·업무 지원직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이재학 PD를 ‘전태일’에 빗대어 표현했다. 1970년 섬유공장 여공들을 위해 산화한 전태일 노동자가 이재학 PD와 닮았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50년 전 (산화한) 노동자 전태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2020년 별이 된 이재학 PD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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