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노동시민사회단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묶음기사
“‘여기만 지나가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더라’. 그렇게 말해도 등산로 정비합니다. ‘이렇게 작업하다 보니 사람이 죽는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안 죽도록 해야죠. 왜 계속 죽게 놔두냐고. 이게 뭡니까? 이게 나라예요? 이게 공무원이에요?”
- 서민식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이천 화재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죽거나, 다치거나. 이 일은 얼마나 반복될까. 충청권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찾은 답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었다. 14일(목) 충청권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부장은 “한익스프레스 이천 화재 참사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올해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과 고용노동부의 합작품
한 해에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 민주노총은 2020년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원년으로 삼고,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 또는 다중 이용 시설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업주·법인·경영책임자·공무원 등 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38명의 억울한 참사는 예견된 것이었고, 자의가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어 낸 타살이라는 걸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며 “(이천 화재참사)는 기업과 고용노동부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만 260명. 지난해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2,000명이 넘었다. 양 부위원장은 “국가가 코로나19로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국가재난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면 산재사망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부주의가 원인…기업의 책임은 없다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보고 노동자를 ‘주류’라고 하는 것입니까.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대답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자본이, 기업이 합법적인 살인 면허를 마음껏 휘두르도록 둘 것입니까.”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지부 본부장은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묻는 법안은 2006년 처음 발의됐다. 2017년에는 故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내놨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사라지게 됐다.
기업의 살인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에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참사에서 기업이 받은 처벌은 벌금 2,000만 원이 전부였다. 2020년이 된 지금도 기업의 책임은 너무나도 가볍다.
조남덕 충북노동자시민회의 대표는 “많은 사람이 화학물질 사고 원인을 개인 부주의로 돌린다”며 “위험한 걸 뻔히 알면서도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에게 ‘위험한 노동’을 강요하는 게 진짜 원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