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일단 내고 보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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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일단 내고 보는 ‘공약’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4.12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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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특집 ‘공약을 말하다’ - 청주 상당] 예산이 얼마가 들어갈지도 모르면서 ‘표심 잡기’가 우선
<충북인뉴스>는 다가오는 4·15 총선을 맞아 특집 ‘공약을 말하다’를 준비했다. ‘일단 내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 이미 추진되는 정책을 새로운 정책으로 포장하는 기만형 공약 등 유권자의 눈을 속이는 ‘나쁜 공약’은 물론이고,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좋은 공약’까지 찾아봤다. 충북 8개 선거구 후보들은 어떤 공약으로 맞붙고 있을까. - 편집자 주 

청주 상당구는 이전에 홍재형 통합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 했지만, 면 단위 지역이 편입돼있어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구 중 하나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의원이 19·20대 총선에서 승리해 깃발을 꽂았던 자리다. 

그러나 정우택 미래통합당 의원이 청주 흥덕구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게 됐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발을 내디뎠던 김종대 정의당 후보가 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는 모두 ‘첫 도전’이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갑근 미래통합당 후보가 한국메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질의서를 살펴봤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농촌 회생을 위한 스마트팜 청주 상당밸리 조성 △성안동·중앙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도심상권 활력 제공 △방서지구 동남지구 등 생활체육·문화시설 확충 △상당구 시외버스터미널 유치 △독립운동가의 국적회복과 후손들에 대한 지원 및 예우 강화를 5대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정정순 후보의 핵심 공약에서 소요 예산 부분은 모두 ‘향후 수립 예정’으로 비워져 있었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박종천 정책국장은 “소요 예산을 책정하려면 정책 간담회나 연구 용역을 해야 하는데 사전에 공약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며 “시간과 돈도 없고, 사전 선거 운동에 걸리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공급 확대 및 주거환경 개선’, ‘지역아동센터 운영 활성화 지원’, ‘청년 정치참여 확대’ 등 방법을 알 수 없는 공약에 대해 물었다. 박 국장은 “그걸 알리는 창구는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은 따로 공약집을 발간하거나 유튜브를 이용하는 등 세부적인 공약 설명을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윤갑근 미래통합당 후보도 소요 예산을 측정하기 어려운 현실은 같다. 2개 공약만 예산이 설정돼있고, 나머지는 없다. △청주 원도시 도시재생 사업 추진 △청주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추진 △청주 동남·방서지구 편의시설 및 문화시설 확충 △남부 5개면 농촌 소득 증대 △청주시 자연예술공원 조성 △상당산성 연계한 관광 활성화가 공약이다. 

윤갑근 미래통합당 후보 캠프도 예산 책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동현 정책특보는 “일부 사업은 예산을 책정했으나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 공약도 있다”며 “200억 원을 들여 청주 동남·방서지구 편의시설 및 문화시설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상당노인복지관을 증축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이었다. 

복지 시설 확충은 청주시청 복지국에서 담당한다. 복지국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공약으로 내놓은 건 무리하는 게 맞다”며 “시비 사업은 맞지만 시비만으로 복지관을 증축이나 신축하기엔 부담이 있어서 국회의원이 다른 국비를 일부라도 가져오면 추진이 보다 빨리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청북도청이나 청주시청에서는 이러한 부분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각 정당으로 공약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중에서 일부가 국회의원 후보 공약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방법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쓰거나 ‘새로운 공약’인 것처럼 포장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이 국회의원 당선자와 전혀 무관한 사업은 아니다. 국비를 가져오고,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지역 현안을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의 ‘의무’일 뿐 ‘공약’이라 보긴 어렵다. 

정책 대결의 실종, 그 이유는? 

공직선거법 제66조에 따르면 선거공약서를 작성할 경우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 절차·이행 기간·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하며,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에 관한 사항을 게재할 수 없다. 

한마디로 선거공약서의 구체적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만 해당하는 사항이고, 의무로 명시하진 않아 발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20.1%의 후보만 선거공약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원선거 후보들은 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2008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면죄부를 얻었다. 공직선거법 66조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예산 집행할 행정권이 없다고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국회의원선거에서 ‘아무 말 대잔치’가 가능해진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공약 실현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근거가 전무하다 보니 ‘정책 대결’은 실종하고 만다. 

인상 비평에 그치는 공약도 눈에 띈다. 공보물만 받아 봤을 때 정확히 후보가 어떤 공약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좋은 말을 다 쓸어 모아 만든 모양새다. 후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공약’으로 보여줘야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국회의원 공약집에 버젓이 나와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너도, 나도 표심을 사기 위한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가만히 있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청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은 4명의 후보 모두 공약으로 채택했다. 다들 비슷한 공약을 내놓다 보니 변별력도 약하다. 실행 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서로 중첩되고, 중복되는 유사 공약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결국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역 발전 전략이 부족한 거거든요. 앞으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공천할 때 ‘실거주 기간’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 필요할 거 같아요. 최소 2~3년 그 지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두면 그나마 그 지 역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거든요. 지역 맞춤형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죠.”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메니페스토본부가 이번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자를 대상으로 5대 공약을 받아봤다. 질의서에 답변한 후보는 모두 322명. 후보자들이 내놓은 핵심 공약 소요 예산만 집계해도 총 3,259조 원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후보자 1인당 10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정책 예산을 제시했다. 올해 정부 예산 6배가 넘는 액수다. 

예산 수립이나 재원 조달 방식 등의 고민이 없다 보니 단순히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양적 공약’보다 ‘질적 공약’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앞으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공약에 따른 이행 과정 내지는 재정 소요 방법을 제시해달라고 유권자가 요구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추상적인 공약 상당 부분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 위주 공약이라도…실현 가능성 보장못해 

김종대 정의당 후보는 ‘예산’ 고민을 덜어내는 공약을 주로 제시했다. △구도심 상권 해치는 ‘유통 공룡’ 입점 저지 △인구 100만 수요에 맞춘 아파트 난개발 중단 △구도심 용적률·건폐율 조정으로 주거권·재산권 보호 △소각장지역총량제로 불평등 해소 등 실제로 김 후보의 공약은 ‘재정 위주 공약’이라기보다 ‘입법 위주 공약’이 대다수였다. 

△농업인 기본 소득제 보장 △농민 기본수당제 도입 △부가세 및 종합소득세 감면제도 도입 △고교서열화 폐지 △사회통합전형제 확대 및 법제화 등 김홍배 민생당 후보 역시 ‘입법 위주 공약’이 많았다.

‘민생 대표’를 자처한 김 후보는 주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공약을 많이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노렸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입법화는 2004년 열린우리당에서 처음 나와 지금까지도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김홍배 후보 캠프 강성진 비서관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번에 최대한 노력해서 실현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16년의 시간 동안 국회의원은 4번이나 바뀌었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유야무야 사라졌다. 국회의원 한 명의 당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 연금제도 폐지나 면책 특권·불체포 특권 폐지 및 수정 그리고 의원 보좌진 축소 공약도 마찬가지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에서 기대하는 점은 ‘입법 공약’에서 두드러진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민주노동당이 2000년부터 내세운 대표 법안이다. 건물주의 임대료 과다인상, 계약해지 권한 등의 남용을 막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우려스럽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도 소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국회로 들어가자 원안이 퇴색된 경험을 겪었다. 

김종대 정의당 후보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이재표 정책·홍보팀장은 “실현 가능성을 묻는 건 거대 양당이 아니라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며 “정의당이 불과 6석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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