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총선 특집 ‘공약을 말하다’ - 청주 청원] '소각장 해결'에 적극적인 후보들...각자 법안 내놨지만 수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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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인뉴스>는 다가오는 4·15 총선을 맞아 특집 ‘공약을 말하다’를 준비했다. ‘일단 내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 이미 추진되는 정책을 새로운 정책으로 포장하는 기만형 공약 등 유권자의 눈을 속이는 ‘나쁜 공약’은 물론이고,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좋은 공약’까지 찾아봤다. 충북 8개 선거구 후보들은 어떤 공약으로 맞붙고 있을까. - 편집자 주 

이번 4·15 총선에서 청원 지역구에는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후보, 미래통합당 김수민 후보, 민중당 이명주 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 당과 세 후보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갈린 덕에 공약도 비교적 차별성을 보였다.

김수민 후보는 이번에 출마한 충북 국회의원 후보 중 유일한 청년 여성이다. 그는 5선에 도전하는 변재일 의원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젊은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도내 유일한 민중당 후보인 이명주 후보는 농민· 노동자 등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며 변재일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후보는 뜨거운 지역구 현안인 소각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공약도 일제히 내놨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해결 방식과 수위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어김없는 유치·개발 공약 등장…"진짜 후보님이 추진하는 거 맞나요"

자신의 지역구에 대규모 국가시설 사업이나 인프라 유치 공약을 남발하는 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이 지적받는 전형적인 행태다. 청주 청원지역구 세 후보들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5대 핵심 공약 중 이에 해당하는 것을 찾아봤다.

먼저, 민주당 변재일 후보는 소각장 관련 공약을 제외한 4개가 시설·인프라 유치 공약이다. 변 후보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미호천복합신도시 건설 및 도심항공모빌리티 특화단지 조성 △수도권내륙선(동탄~진천~청주공항) 추진 △소각장 문제 해결을 5대 핵심 공약으로 걸었다.

특히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뜨거운 감자'다. 이는 변 후보가 선거전 초반부터 전면에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그러나 이는 충청북도가 지역 주력산업의 획기적인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유치 지역은 입지나 지자체 지원 등 여러 조건들을 반영해 공정하게 결정되는 것"이라며 "1조 원이 들어가는 국가사업인데 국회의원 몇 명이 유치하겠다고 나서서 될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위해 국가사업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불필요한 과열 경쟁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방사광 가속기는 청주를 비롯해 강원 춘천, 경북 포항, 전남 나주 등 4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광주 지원 유세에서 광주·전남에 해당 사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가 큰 논란을 샀다. 그 덕에 정작 알려져야 할 후보들의 정책 보도는 가려지고 유치 공방전을 벌이는 각 당의 모습만 언론에 조명됐다. 

이외에도 변재일 후보는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공약에 8천억 원, '미호천복합신도시 건설 및 도심항공모빌리티 특화단지 조성' 공약에 약 8조 1천200억 원, '수도권 내륙선(동탄~진천~청주공항) 사업' 공약 등을 추진하는 데 약 2조 5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적어냈다. 하나만 국비를 지원받아 제대로 이행된다면 '대박'일 정도로 수조원대 대규모 사업들이다. 바꿔 말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변 후보는 4개 사업 모두, 자신의 '임기 후'에나 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책임을 묻기 힘들다.

통합당 김수민 의원도 청주 북서부벨트(내수~오창~옥산~오송) 조성 사업을 통해 항공·철도 교통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도권내륙선을 비롯,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세종~오송~청주공항 간 중전철 등 여섯 가지 국가 철도망을 청주공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역 간 적정 거리나 수요·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원 지역구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법안·정책이 아닌 지역 개발 공약에 치중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국회의원한테 너무 많은 걸 바란다. 사실 다리 놓아달라, 도로 깔아달라 이런 건 우리가 공약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안건을 대변하지 않으면 외면 받는다. 저희라고 중앙 정책공약 안 하고 싶겠나"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셈법에 의해 무책임한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한편, 민중당 이명주 후보가 제시한 공약에는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 없는 중앙 부처 차원의 대규모 개발 사업은 찾을 수 없었다.

반가운 소각장 제재 '입법 공약' 경쟁, 그러나 수위와 해법은 다르다

청원구 유권자에게 가장 절박한 건 소각장 밀집으로 침해된 건강권 문제다. 전국 하루 처리 용량의 18%에 이르는 1458t의 폐기물이 청주 6개 소각장에서 매일 소각되고 있다. 특히 청원구 북이면에는 반경 2km 이내에 세 군데의 소각장이 밀집했다. 북이면 주민들은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집단 암 발병이 의심된다며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제기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월부터 북이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건강영향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창읍 후기리에 ESG청원이 소각장을 더 짓겠다고 나서자 지역주민들의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달 ESG청원의 소각장 신설 사업계획서에 대해 적합 통보를 내리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4·15 총선에 청원구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가 모두 소각장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배경이다.

오창읍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유역환경청의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결정을 규탄했다.(사진 뉴시스)
오창읍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가 지난달 5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유역환경청이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미래통합당 김수민(당시 바른미래당, 왼쪽 두 번째) 의원도 동참했다.(사진 뉴시스)

현역 의원인 김 후보와 변 후보는 민심을 읽고 본선거 전부터 오창 후기리 소각장 저지 활동에 뛰어들었다. 먼저, 비례대표 김수민 후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금강유역환경청에 대한 시정 권고 조치를 요구하는 등 주민 요구를 들었다. 지역구 뺏길세라, 변재일 후보도 주민들과 금강유역환경청장을 만나는 등  소각장 저지 활동에 가세했다.

4·15 총선에서 청원 지역구에 출마한 세 후보 모두 소각장 밀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공약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먼저, 변재일 후보는 지난달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폐기물처리시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폐기물에 대한 배출지처리원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변 후보는 지난해에도 폐기물소각장 대책 3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3법 개정안에는 자원순환기본법, 폐기물관리법, 환경영향평가법이 속했다. 현재 △90%가 국고로 귀속되는 사업장폐기물 처분 부과금을 70%까지 시·도에 교부하고 △1억 원 이하의 위법행위 과징금을 매출액 기준 최대 2%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골자다.

변 후보는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업체와 행정소송 중인 청주시를 도와 후기리 소각장 신설을 저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지방교부금 비중과 과징금 수위를 높이는 건 소각장 과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될 수 없다. 또 법률이 개정돼도 소급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수십 년간 청원구 국회의원 자리를 지킨 변 후보가 총선을 앞둔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지적받는 대목이다.

오창후기리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변 의원은 청원군 때부터 16년이나 이 곳에서 국회의원을 했다. 이승훈 청주시장의 허가를 문제 삼으며, 후기리 소각장 건립을 저지하겠다고 말하지만, 진주산업 때부터 소각장이 들어오는 걸 십 수년 동안 막지 않았다. 변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각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 변 의원의 법안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통합당 김수민 후보도 지난해 5월, '환경영향평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경영향평가 시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자 유착에 의한 금품 수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김 후보는 같은 해 8월에도 대기 오염물질 배출시설 주변의 측정망을 늘리고 측정 내용을 인근 주민에게 실시간 공개하자는 취지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후보 역시 이미 들어찬 소각시설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현재 수준에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결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민중당 이명주 후보는 두 후보가 발의한 개정안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이 후보는 관련 법을 일부 개정하는 수준으로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소각장 밀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명주 후보는 "변재일, 김수민 후보가 내놓은 개정안은 '우리 지역에 소각장이 많으니 지방교부세 더 달라, 기업에 벌금 물려라'하는 미비한 수준의 법률 개정안"이라며 "선거용 민심 달래기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부기관(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조건부 동의가 나온 이상 특별법밖에는 주민들을 살릴 방법이 없다"며 "감독을 강화해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합리적 역학 관계가 나오면 정부 직권으로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발암물질 공해기업 특별법'을 제안했다. 이 법안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처리 책무 강화 △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매년 의무화(합리적 역학 관계 도출 시 정부 직권 시설 폐쇄) △엄격한 민간소각장 폐기물처리절차 구축 및 지자체 상시감독 체계 가동(경미한 처리절차 위반시에도 지자체 직권 시설 폐쇄) △발암물질 공해기업 밀집 지역에 추가시설 설치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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