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에게 과자 사주면서 입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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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에게 과자 사주면서 입단속?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3.04 0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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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②] 매년 성폭력 발생하는 데도 은폐·묵인하는 이유  

여기 아주 오래된 아동복지보호시설이 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하던 허마리아 여사가 1948년에 설립한 충북희망원. 다음 해 김경회 씨가 인수한 뒤 그의 아들 김인련 씨, 손자 김성수 씨까지 원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삼대가 충북희망원을 운영하는 사이,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지난 5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만 해도 9건에 이릅니다. △시설 종사자와 시설아동 간 교제 △시설아동 간 성폭력 △후원금·물품 관리 부적절 △아동복지시설 기준 위반 △시설 운영위원회 운영 부적절 등 온갖 사건 사고가 충북희망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지역 사회의 묵인과 방관 속에 아이들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아동학대 공범일 지도 모릅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희망원 사태 연속보도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이 시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지적장애가 있는 A는 같이 살던 충북희망원 아이들에게서 성폭력을 당했다. 2017년 11월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건은 hcn충북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두 달 뒤 김성수 원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원장은 다음 해 3월에서야 시청에 보고했다. 피해자는 성폭력이 발생한 뒤에도 가해자와 같은 시설에서 살았다. 

“우리가 방관한 것도 아니고, 숨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느 시설이든 문제가 있는데…. 원장님은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부분인데…. 그거를 이렇게 경찰에다 솔직히 신고하는 게 어디 있어요.

(다른 시설도)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각자 격리조치하고, 심각한 사안이 아니면 원내에서 처리하고 말 거든요.” - 충북희망원 내부 직원 ㄱ씨   


다른 아동복지시설 직원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육 체계나 절차에 따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며 “본인 시설은 그러니 다른 시설도 그렇지 않냐고 하는 건 전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또다시 성폭력 하려 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거부하고 있어 조사를 마무리했다. A가 다른 시설로 보내진 것이 사건의 결말이다. 이보다 심각한 사안이 어디에 있을까.

충북희망원 아동 B는 “A가 샤워를 하겠다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를 밟고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시설을 나가는 어이없는 상식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충북희망원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아동 간 성폭력 논란이 일었다. 장애나 성별로 서열이 정해졌다. 성폭력 피해자 다수는 장애 아동이었다. 또 다른 충북희망원 직원 ㄴ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충북희망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아이들이 흉내 낸 것’이라고 표현했다. 

송규란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젠더 폭력에 대한 직원들의 감수성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며 “성을 스킨십의 문제라 보고,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 소장은 “가장 약한 장애 아동이나 여성이 폭력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도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폐, 회유, 협박

지난해 9월, 충북지방경찰청에 새로운 사건이 접수됐다. 동성 아동이 유사 성행위로 조사를 받게 됐다. C는 이 사건의 가해자였다. B는 C에게 물었다. 

“혹시 너도 당한 적 있어?”

C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만난 성폭력 상담원은 “아이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을 상담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C는 지난 3년 간 형들에게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C는 가해자 한 명과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B는 A의 탈출기가 계속 떠올랐다. 장애가 없고, 나이가 많은 남자기 때문에 B는 늘 ‘불행’에서 예외였다. 

충북희망원 대책위는 지속적인 아동학대와 성폭력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3일(화) 기자회견을 열어 시설 폐쇄와 충북희망원 법인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 김다솜 기자
충북희망원 대책위는 지속적인 아동학대와 성폭력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3일(화) 기자회견을 열어 시설 폐쇄와 충북희망원 법인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 김다솜 기자

이 고리를 끊기 위해 B는 ‘가족’(?)들을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다. B는 C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녹음 파일을 들고서 원장을 찾아갔다. 원장이 이 녹음파일을 듣고 C를 도와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원장을 설득시킬 순 없었다. B는 “원장이 녹음파일을 지우면 옷 사주고 싶으면 사주고, 방도 만들어주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B는 녹음 파일을 지우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B만 회유를 당한 건 아니었다. B는 C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B는 “(충북희망원) 직원 ㄷ씨가 성폭력 피해자 C에게 과자를 사주면서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자 ㄷ씨와 전화 연결을 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전에도 제보자는 있었다. 청주시의 한 정신과 의사는 4년 전 충북희망원 아동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상담했던 아이는 이 시설에서 벌어진 일들을 언론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여러 번 신고했다. 의사는 “충북희망원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거나, 그런 일들을 목도하고 죄책감을 가진 아이들이 병원에 오게 됐다”며 “이번만큼은 절대 그대로 넘어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충북희망원 아동 다섯 명이 그를 거쳤다. 그는 "충북희망원 아이들 사이에서도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며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범죄에 연루된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까지 드러날까 두려워 아동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입막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다른 사건이 충북희망원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원장이 침묵하는 이유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원장님은 아이들 법적 보호자이고, 이 시설의 책임자시잖아요. 답변해주세요."

기자의 물음에 김성수 충북희망원 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나가달라", "드릴 말씀이 없다", "바쁘다"를 반복해서 말했다. 충북희망원 사태에 대한 의견과 향후 거취를 묻자 김 원장은 내부 직원에게 기자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몇 분 뒤 경찰차가 충북희망원에 도착했다. 김 원장은 일절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충북희망원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무마되는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2015년 8월 입소 아동 간 성추행 의심 -검찰에서 법원 소년부로 송치(소년보호사건)
  • 2017년 4월 시설 아동 5명에 의한 아동 성폭력 -성범죄 판결, 행정처분(개선명령)
  • 2017년 8월 시설 아동에 의한 아동 성추행 의심 -불구속 의견 송치 및 법원 심리불개시 결정
  • 2018년 4월 시설아동 4명에 의한 성폭력 -충북지방청 종결
  • 2019년 9월 시설 아동 간 시설 내 유사 성행위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성범죄 미신고 아동학대(방임), 성범죄 판결, 행정처분(시설장 교체)
  • 2020년 1월 시설 아동에 의한 아동 간 성추행 의심  2건 - 충북지방경찰청 수사 중 

-충북희망원 대책위  3월 3일 자 기자회견 첨부자료

충북희망원 대책위가 청주시청으로부터 제공 받은 충북희망원 성추행·성폭력 사건이다. 그동안은 피해 아동이 일관된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내사 종결되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가장 낮은 수위의 개선 명령에 그쳐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시설 거주자, 이용자 간 범죄가 발생하면 책임은 시설에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시행 규칙(제40조 1항 9호)에 따라 △ 1차 발생 시 개선 명령 △2차 발생 시 운영 정지 또는 시설장 교체 △3차 발생 시 시설 폐쇄 수순을 밟는다. 

“충북희망원 원장이 그동안 성폭력 사건을 수수방관하고, 묵인, 은폐했기에 재발했던 겁니다. 원장이 시설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없었다면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충북희망원의 이미지가 나빠질 거란 우려와 원장(시설장) 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 충북희망원 내부 직원 ㄹ씨 

올해 1월, 청주희망원은 2017년, 2019년 아동학대 사건으로 운영정지 1개월을 처분 받았다. 지난달에는 시설 아동 간 시설 내 유사 성행위 건으로 시설장 교체가 결정됐다. 청주시청 아동보육과는 추가 처분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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