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충북희망원, 아이들은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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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충북희망원, 아이들은 거리로 나왔다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4.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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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④] 충북희망원 시설 폐쇄 결정…그리고 그 후 

 

여기 아주 오래된 아동복지보호시설이 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하던 허마리아 여사가 1948년에 설립한 충북희망원. 다음 해 김경회 씨가 인수한 뒤 그의 아들 김인련 씨, 손자 김성수 씨까지 원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삼대가 충북희망원을 운영하는 사이,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지난 5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만 해도 9건에 이릅니다. △시설 종사자와 시설아동 간 교제 △시설아동 간 성폭력 △후원금·물품 관리 부적절 △아동복지시설 기준 위반 △시설 운영위원회 운영 부적절 등 온갖 사건 사고가 충북희망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지역 사회의 묵인과 방관 속에 아이들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아동학대 공범일 지도 모릅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희망원 사태 연속보도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이 시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아이들의 농성장은 작고, 초라했다. 텅 빈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이 아이들의 농성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얇은 돗자리는 냉기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식량은 1.5리터짜리 생수가 전부였다. 그 옆에는 침낭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청테이프로 바닥에 붙인 플래카드가 농성장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빼앗긴 고아의 집 충북희망원을 되찾아주세요’ 

지난 2월, 충북희망원은 2017년과 2019년에 있었던 시설종사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사업 정지 1개월 행정 처분을 받았다. 아이들은 충북희망원에서 다른 아동보육시설로 흩어졌다. 한 달이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다. 

그 뒤로 사건은 빠르게 진행됐다. 청주시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한 성폭력과 아동학대, 은폐 시도를 문제 삼아 시설장 교체를 내렸다. 결국, 3월 31일(화) 충북희망원 시설 폐쇄 행정처분을 받았다. 아이들은 피켓을 들고 충북희망원과 청주시청을 오갔다. 

“여긴 우리 집이에요. 잘못한 원장을 처벌하면 되잖아요. 시설을 왜 없애냐고요. 개선하면 되는데…. 우리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건 범죄자로 본다는 거잖아요. 너희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는 거잖아요.” - 충북희망원 아동 A 

아이들은 청주시청과 보건복지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을 오가며 집회를 했다. 경찰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도 마주해야 했다. ⓒ 김다솜 기자
아이들은 청주시청과 보건복지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을 오가며 집회를 했다. 경찰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도 마주해야 했다. ⓒ 김다솜 기자

충북희망원에서 계속 살게 해달라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현재 충청북도는 6일(월) 충북희망원에 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청문 절차를 거쳐 5월 중에는 충북희망원 법인은 사라진다. 충북도청이 충북희망원 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내린 근거는 이렇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와 아동성범죄가 12건이 발생했다. 매년 1~4건씩 발생한 셈이다. 수사 과정에서 아이들이 처벌을 원치 않거나 진술이 번복된 적도 있었다. 혐의가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복지법인은 최소한 하나의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데 앞서 청주시청이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법인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한 시설이라는 게 충북도청의 판단이다. 충북희망원은 3대가 원장과 대표이사직을 번갈아 하면서 운영해왔다. 지난 3월에 나온 법인 특별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후원금 용도 사용 △기본 재산 처분 허가 미이행 △업무상 배임 행위 등이 지적됐다. 가족 중심 운영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광화문에 남은 아이들 

아이들이 서울로 올라왔다. 충북희망원 시설 아동은 32명이다. 모든 아이들이 충북희망원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이중 절반 가량이 ‘희망원이 아닌 다른 시설’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슬리퍼를 끌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을 돌아다녔다. 오랫동안 빨지 못한 옷에는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게 제일 힘들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충북희망원 아동 B는 타박상을 입어 깁스를 하게 됐다. ⓒ 김다솜 기자
충북희망원 아동 B는 타박상을 입어 깁스를 하게 됐다. ⓒ 김다솜 기자

7일(화)에는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청에서 도로법 위반을 들어 1인 시위 중인 아이들의 물건을 트럭에 옮겨 담았다. 트럭 위에 있는 물건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던 아이들은 경찰과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시설 아동 B가 타박상을 입어 깁스를 하게 됐다.

“우리 물건을 안 주셔서 가져가려고 손을 내밀었는데요. 그때 손이 바깥으로 꺾였어요. 그러고 나서 나를 밀쳤어요. 충북희망원에서 잘못 없는 생활지도원 선생님들이랑, 새로운 원장님이랑 다시 시작하는 게 소원이에요. 어른들의 잘못이잖아요. 피해자는 우린데….” - 충북희망원 아동 B

광화문 광장에서 머물던 유튜버들이 아이들을 찍었다. 영상을 보고 후원금이 전해지고, 이름 없는 시민들이 두 손 가득 먹을거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아이들은 3월 6일(월)부터 3월 9일(수)까지 광장에서 잠이 들고, 깼다. 

“이게 대한민국이 고아들을 대하는 현실입니다. 저는 시설 없애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애들을 왜 설득하지 못하냐고요. 애들 위하자고 하는 일이라면서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이 아이들 설득할 때까지 저는 같이 싸워줄 겁니다.” -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공동대표가 아이들과 함께했다. 고아권익연대 내부에서는 충북희망원 사태 대응 방식을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조 대표는 “충북희망원 아이들이 도움을 청해서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개입”이라며 “고아권익연대가 움직였다기보다 개인의 소신이 컸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  

아이들은 시설로 돌아가지 않았다. 폐쇄된 충북희망원을 찾아갔다. 충북희망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테이프로 입구를 막아뒀다. 전기 하나 끌어다 쓸 수 없어 아이들은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맸다. 

현재 충북희망원 아이들은 폐쇄된 시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 김다솜 기자
현재 충북희망원 아이들은 폐쇄된 시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 김다솜 기자

10일(금) 충북희망원 앞으로 보건복지부 서기관과 청주시청 아동보육과 공무원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책임지라”고 외쳤고, 공무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청주시청 아동보육과 주무관은 “우리는 아이들한테 배치된 시설로 돌아가란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충북희망원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아동보육시설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동보육시설조차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다. 내부 직원들이 집회 장소로 가서 열 체크를 하거나,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이 없다. 갑갑한 마음에 ‘통고제’, ‘가출신고’를 입에 올리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협박’일 뿐이다. 충북희망원 아동 C는 “우리는 정당하게 집회를 하는 건데 말을 안 듣는다고 통고제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어른들은 ‘언제 돌아갈 거냐’, ‘어차피 너네 충북희망원으로 못 돌아간다’고만 말하니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나 봉사단체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 김다솜 기자
누리꾼들이나 봉사단체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 김다솜 기자

김영길 육아원 사무국장은 “통고제를 이용해 아이들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아이들은 우리가 몸에 손만 대더라도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대로 아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통고제는 소년법 제4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 소년을 발견하면 아동보육시설에서 신고할 수 있다. 통고제로 신고를 당하면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송치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 있다. 심리 상담 절차도 있지만, 통고제는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옭아맬 수 있어 인권적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다시 희망원으로 돌아갈 수 있나 

청주시청 아동보육과는 14일(화) 아동 관련 전문가를 대동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청주시청에서 아이들이 거리에 있는 동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자원봉사자와 연계해서 텐트 4동을 설치해 준 상태다. 상담복지센터 차량이 날마다 집회 장소로 들어갈 계획이다. 자원봉사자 2명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을 법인·단체에서 운영하는 2개의 그룹홈으로 분산 배치할 계획이다. 청주시 아동양육시설 정원 충족률이 60%로 정해져 있어 신규 설치는 어렵다. 성범죄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성범죄 추가 피해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룹홈은 정원이 최대 7명이기 때문에 형제 같은 아이들끼리 지낼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다.

충북희망원 아동들을 모두 수용할 새로운 보육시설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갑자기 시설 운영 법인을 찾기가 힘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그사이 만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되어 퇴소 절차를 밟는다. 

충청북도청은 충북희망원 법인 허가 설립 취소를 앞두고 있고, 자정 능력을 잃은 시설은 법적으로 살릴 수 없다. 아동학대가 1건이라도 발생하면 법인 운영은 어렵다. 이미 충북희망원에서는 수차례 아동학대와 성범죄가 발생했다. 

김혜숙 청주시청 아동보육과 팀장은 “추가경정예산을 받아 아이들 심리상담 치료에 주력하겠다”며 “아이들에게 멘토-멘티 연결을 해주고, 후원자도 연결해주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청은 아동보육과는 추가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충북희망원 아동들을 만나 대화에 나서고 있다. 

“갓난아기 때부터 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어요. 엄마, 아빠보다 여기 있는 애들이 내 가족이란 말이에요.” - 시설 아동 E 

접점을 찾기란 어렵다. 충북희망원을 되살려 내는 건 힘든 상황이다. ⓒ 김다솜 기자
접점을 찾기란 어렵다. 충북희망원을 되살려 내는 건 힘든 상황이다. ⓒ 김다솜 기자

하지만 어떤 말로도 아이들이 설득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일은 멀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 아동복지시설이 사업 정지, 위탁 취소 또는 시설 폐쇄 되는 경우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을 다른 시설로 옮기도록 하는 등 보호대상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아동복지법 제56조 

아동복지법에는 아이들의 권한이 없다. 아이들을 ‘시설 이용자’가 아닌 ‘수용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복지시설이 폐쇄될 때 시설 이용자들은 주도적인 권한을 가질 수 없었다. 수용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면밀한 검토 없이 분산 배치되곤 했다. 

김혜숙 청주시청 아동보육과 팀장은 "충북희망원이 운영 정지 1개월을 받아 아이들을 전원 조치 시켜야 했을 때 시설장이 시설 아동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설 이용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장애계에서는 일찍이 문제 제기를 해왔다. 시설이 폐쇄되면 장애인 이용자가 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아동보육시설도 마찬가지다. 시설 폐쇄 시 이용자가 청문회 과정에 참여하거나, 떠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설 운영 정지 1개월을 시작으로 시설장 교체, 시설 폐쇄, 법인 허가 설립 취소까지 발 빠르게 진행됐다. 여기서 ‘아이’들은 없었다. 청주시청은 개별 면담을 수차례 했다고 밝혔지만,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집’을 떠나야 했고, ‘가족’을 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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