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 위에 앉은 회사, 노동자는 거리로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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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방석 위에 앉은 회사, 노동자는 거리로 나오게 됐다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2.12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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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이길 거부한다 ②] 10년 동안 일해도 최저임금…회사는 ‘뒷짐’  

‘세계 3대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 회사’라는 타이틀은 대단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됐다. 그러다 깨달았다. ‘우리는 부품으로 일하고 있었구나’. 2018년 12월 19일, 금속노조 산하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결성됐다. 부품이길 거부한 생산직 노동자 280명 중 250명이 노동조합 가입 신청서를 내밀었다. 결성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조는 해묵은 문제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노사 갈등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행동 방법인 파업에 이르렀다. 전면파업 200일을 맞은 지금, <충북인뉴스>는 이들의 투쟁기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회사가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16년 매출액 856억 원 달성. 임금협상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란 기대감을 안고 출퇴근했다. 결과는 ‘임금 동결’이었다. 내년에도 영업이익이 잘 나오면 달라지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은 남아 있었다. 2017년 12월, 노명철 경영지원실장이 노동자들을 강당으로 불러 모았다. 

“우리가 제조업 평균보다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재료값은 치솟는데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죠? 인건비 조정 안 하면 회사가 힘들어집니다.”

노 실장은 커다란 스크린 위로 제조업 평균 연봉을 보여줬다. 대강당에 모인 노동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명이 끝나고 노동자들 앞에는 사인지가 놓였다. 이윤희 씨는 선뜻 사인할 수 없었다. 

  • ‘상여금 200%를 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을 동의합니다.’

여기에 사인하면 상여금 200%를 포기하겠다는 얘기였다.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제 노동자에게 상여금은 든든한 살림 밑천이었다. 이 씨는 “제 기억에 그날 사인한 현장직 노동자는 거의 없었다”며 “사인지에 적힌 이름이 30명도 채 되지 않았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강당. 이곳에서 임금 설명회가 열렸다. ⓒ김다솜 기자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강당. 이곳에서 임금 설명회가 열렸다. ⓒ김다솜 기자

 

“신입사원은 상여금 200%를 임금에 반영해도 최저시급이 안 되는 분들이 있어요. 회사가 이분들 사정 고려해서 시급에서 ‘100원’ 더 올려주겠습니다. 그러니 이해 좀 해주세요.” 

임금설명회에서 노 실장은 선심 쓰듯 말했다. 일진다이아몬드 품질팀 직원이었던 A 씨는 2017년 시급 6,650~6,800원을 받고 일했다. 2018년 상여금 200%가 산입되면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넘겼다. 

상여금 400%가 사라졌다 

2016년 이전만 해도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상여금은 600%였다. 2016년 상여금 200%를 임금에 포함시키더니, 2017년에도 똑같은 방식을 취했다. 상여금 400%가 사라졌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맞춰 상여금 400%를 임금으로 주는 대신 동결시켰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상여금 400%를 회사에 뺏긴 셈이다. 

2014년 5,21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까지 올랐다. 상여금을 녹여 최저임금을 맞추면서 정부 정책은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에게 가닿지 않았다. 시급제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10년 차 시급이 8,400원에 머물렀다. 
 

상여금 400%을 녹여내 겨우 정부 최저임금 정책에 맞춘 회사. 노동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김다솜 기자
상여금 400%을 녹여내 겨우 정부 최저임금 정책에 맞춘 회사. 노동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김다솜 기자

 

“시급제는 정규직일 뿐이지. 아르바이트랑 똑같아요. 사무직과 관리직 일부를 제외하고 생산직 노동자는 100% 시급제예요.” - 이윤희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직부장 

회사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다루는 유해화학물질만 해도 모두 18여 종. 노동자들은 직접 유해화학물질을 만지고, 다루지만 현장에서는 마스크부터 장갑, 팔토시 등 안전용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사지에 내몬 셈이다. 

‘노사 협의’는 없었다 

해가 바뀌고, 임금협상 기간이 다가왔다. 노사협의회 배원길 씨는 한 달 반 동안 임금협상 자료를 만들었다. 노사가 모두 테이블 앞에 앉자 배 씨는 그동안 준비한 자료를 선보였다. 사측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임금 협상은 이미 끝났어요.”

취업규칙에 따르면 매년 4월 임금협상을 해야 한다. 2018년 임금협상은 그해 4월에 이뤄진다. 사측은 2017년 12월 임금 설명회가 임금협상이라고 주장했다. 12월에 임금협상을 그때 끝냈어도 적용은 2018년 4월부터 해야 하지만 당장 2018년 1월부터 월급이 달라졌다. 이 모든 것은 정부 최저임금 인상안을 맞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노사협의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회의감을 느낀 배 씨는 노사협의회를 그만뒀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는 게 없으니까. 배 씨는 “성과금 주는 것도 현장직에게 줄 필요가 없다면서 그나마 주는 걸 감사하라는 식”이라며 “회사가 너무 불합리하게 임금을 동결시키고, 노사위원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 ‘회사는 연봉제 사원에게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취업규칙 76조 1항

회사 취업규칙에도 보장된 성과급을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 회사의 ‘배려’로 인식한 것이다.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전경.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공장 내부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전경.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공장 내부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김다솜 기자

 

꼼수는 계속됐다 

회사는 중요한 순간마다 ‘꼼수’를 썼다. 2014년에도 그랬다. 당시 2013년 갑을오토텍 재판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는 판결이 나왔다. 노동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었다. 통상임금의 액수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졌다. 

다른 조건 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사는 이름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회사는 △합의금 △휴가지원금 △상여소급분 △명절수당 △능률향상수당 등으로 상여금 이름을 바꿨다. 법이 명시한 ‘고정성’에서 탈피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통상임금이 줄어들면 당연히 퇴직금도 적어진다. 주 52시간 도입을 앞두고 또 한 번 논쟁이 일었다. 정부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퇴직금 중도정산을 진행하라고 공표했다.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통상임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퇴직금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웃긴 건 회사에서 퇴직금 중도정산을 해준다고 했었어요. 신청할 사람은 상급 관리자를 면담하게 했고, 사인까지 받아 갔어요. 오죽하면 중도정산한 퇴직금이 나올 걸 고려해서 차를 산 사람까지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말을 바꿨어요. 퇴직금 중도정산 안 해주겠다고.”

강지훈 씨는 “두 번의 상여금 녹이기 때문에 회사 여론이 급격히 안 좋아진 걸 고려해서 퇴직금 중도정산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쌓인 회사의 이익은 어마어마하다. △2017년 973억 원 △2018년 984억 원으로 회사 매출액이 증가했다. 이익잉여금도 쌓였다. △2017년 865억 원 △2018년 907억 원으로 돈방석 위에 올랐다. 

노동자들은 속고, 속았다. 이들은 2018년 12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2019년 6월 전면파업에 이르렀다.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은 직장 폐쇄를 단행했고, 노사 협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회사가 돈방석 위에 오르는 동안,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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