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없다는 게 이유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에서 중화조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부로 나간 배출량은 5t으로 추정된다.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사로 18종의 유해화학물질을 다룬다. 그간 노동자 건강권과 지역 환경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된 사업장이다. 이번에는 다이아몬드 세척 공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집진기는 켜져 있으나 중화조 가동 버튼이 꺼진 상태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집진기는 켜져 있으나 중화조 가동 버튼이 꺼진 상태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황산, 질산, 염산을 사용해 다이아몬드에 붙은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작업을 하는 공정이다. 전기로 물을 끓게 만들어 화학물질을 녹이는데 이때 발생한 가스 증기를 집진기를 통해 배출한다. 알칼리성 약품을 사용해 산을 중화시킨 뒤 수중기로 배출해야 하지만 정화조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배출구가 있는 건물 옥상은 새어 나온 산으로 인해 노랗게 부식돼있었다. 정화조 탱크 크기에 따라 배출량이 5t 정도 될 거로 추정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이 대기와 수질로 방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알칼리성 약품 대신 물 넣어 

다이아몬드 세척 공정에서 근무한 노동자도 문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측이 생산량을 이유로 안전교육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6시간의 특별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 지회의 조사 결과 교육 대상 117명 중 17만이 특별안전교육을 들었다.

15년 동안 다이아몬드 세척 공정에서 근무했던 A 노동자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중화조에 알칼리성 약품을 투입한 적이 없다”며 “알칼리성 약품을 투입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고, 회사 측에서는 물을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화조를 거치지 않은 황산은 옥상으로 유출됐다. PH 페이퍼로 농도를 확인한 결과 '강산'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중화조를 거치지 않은 황산은 옥상으로 유출됐다. PH 페이퍼로 농도를 확인한 결과 '강산'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PH 페이퍼는 산의 농도가 강할수록 붉은색을 띤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에서 옥상에 유출된 황산을 실험한 결과 곧바로 ‘강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측에서는 “ph 지수가 극도로 낮을 경우 알칼리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 처리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전체 공정(51곳) 중 45곳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권고로 작업 환경 개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32억 원이 투입됐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작업환경 문제점이 더 남아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민엽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노동안전부장은 “일진다이아몬드는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 관련법을 위반해왔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해당 법을 위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황산, 질산, 염산을 사용해 다이아몬드에 붙은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작업하는 현장.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황산, 질산, 염산을 사용해 다이아몬드에 붙은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작업하는 현장.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과태료 200만 원이 전부? 

이 문제는 지난 13일(월) 음성군청 환경과에 접수됐다. 15일(수) 일진다이아몬드 음성 공장에 행정 처분상 경고와 함께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됐다. '방진 시설에 딸린 기계·기구류 훼손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한 행위'로 위반 사실이 확정됐다. 

중화조 전원이 꺼져 있는 문제에는 관련 법규가 없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음성군청 환경지도팀 이성호 씨는 “현장에 나갔을 때 중화조 장비가 꺼져 있는 걸 확인했으나 그와 관련한 처벌 법규가 없다”며 “그래서 저희는 훼손 쪽으로 처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출구가 있는 건물 옥상 현장. 산으로 인해 바닥의 페인트칠이 녹아내렸다. 넘쳐 흐른 산은 배수구를 통해 들어갔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배출구가 있는 건물 옥상 현장. 산으로 인해 바닥의 페인트칠이 녹아내렸다. 넘쳐 흐른 산은 배수구를 통해 들어갔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제공

 

배출 유무도 제대로 지적되지 않았다. 이 씨는 “유해화학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됐으면 공공수역 유출로 처분이 가능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증거가 될 만한 게 없었다”며 “객관적인 증거나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출량도 ‘추정’일 뿐 정확하게 알아낼 수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조남덕 충북노동자시민회의 대표는 “행정 처분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노동자들이 실제로 확인하는 위험에 대해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관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밝혀내고, 확인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법에 없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