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대통령은 이곳에서 위인이 된다
상태바
범죄자 대통령은 이곳에서 위인이 된다
  • 계희수, 김다솜 기자
  • 승인 2019.05.30 17: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하는 살아있다 ①] 공적만 기록되는 대통령 기념관

전두환 대통령이 1983년에 만들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국민에게 반환한 대통령 별장 청남대.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청주시 문의면에 별장 건설을 지시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온갖 스포츠 시설들을 그곳에 갖추고 가족들과 함께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충청북도의 관리 감독 하에 대통령 기념 테마파크로 운영되고 있는 청남대. 다시 전두환 대통령이 법정에 선 2019년 청남대는 권위주의 색채를 벗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을까.  - 편집자 주 

 

겨울바람이 대청호를 갈랐다. 금강에서 흘러 온 호숫물이 햇빛과 만나 춤을 췄다. 산천초목은 몸을 흔들며 추위에 떨었다. 72m 높이의 커다란 콘크리트가 대청호를 내려 봤다. 그 아래서 댐 준공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대청호를 응시하면서 읊조렸다.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대통령이 대청댐 근처에 별장을 짓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익명의 사업가가 기부금을 냈고, 대통령 별장은 소리소문없이 지어졌다. 전 대통령은 별장을 두고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담아 청남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남대 별장 본관 1층. 전두환 씨가 만든 청남대는 과거 ‘지방 청와대’라고 불릴 정도였다. 대통령과 그 일가가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승만 정권 이후 모두 4곳의 대통령 별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남대만 남았다. ⓒ계희수·김다솜 기자
청남대 별장 본관 1층. 전두환 씨가 만든 청남대는 과거 ‘지방 청와대’라고 불릴 정도였다. 대통령과 그 일가가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승만 정권 이후 모두 4곳의 대통령 별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남대만 남았다. ⓒ계희수·김다솜 기자

 

청남대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전 대통령 퇴임 후였다. 5공화국 비리 특별 청문회가 열렸다. 재임 기간 동안 벌어진 비리들이 줄줄이 터졌다. 온갖 추문이 청문회장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초호화 시설을 갖췄다는 대통령 별장에 이목을 집중했다. 반경 6km 내외 출입이 통제됐던 터라 누구도 청남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누가 청남대를 지었나 

“이 지역이 군 작전 지역이라고 했는데 이곳 경비를 맡은 1987부대의 설치목적과 부대장의 인적사항을 밝혀라.” - 김동주 민주당 의원 

“청와대 측에서 공개를 거부한 본관 2층에는 이태리와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18K 장식의 욕조, 14K 짜리 수도꼭지가 설치돼있다고 시공기업인 △△기업 직원들이 말하고 있는데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사해야 한다.” - 손주항 평민당 의원 

“22억 원 상당의 청남대를 지어 헌납했다. 이것이 부실 기업 인수 등 (재벌) 특혜와 관련이 없는가.” - 김봉욱 평민당 의원 

청문회에서 청남대를 향한 질의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청남대 현장조사 특위까지 꾸려졌다. 청남대는 오로지 대통령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골프가 취미인 전 대통령을 위한 전용 골프 연습장, 헬기장, 수영장 등 부대시설만 6천 8백 평에 달했다. 본관과 경호 시설까지 포함하면 2만 9천 3백여 평의 부지가 대통령 별장을 위해 쓰였다. 

대통령 별장을 지은 익명의 기업인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대림산업 이준용 부회장이었다. 그는 청문회장에 나와 전 대통령 별장을 짓게 된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설명했다. 
 

“일생의 명예로 삼고 대통령 별장을 건설해 기증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임기 중 전 씨가 골프를 치는 모습. 골프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전두환 씨의 취미 생활이다. 지난해, 5.18 민주항쟁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아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었던 전 씨. 치매를 핑계로 출석을 거부했으나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기록관
임기 중 전 씨가 골프를 치는 모습. 골프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전두환 씨의 취미 생활이다. 지난해, 5.18 민주항쟁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아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었던 전 씨. 치매를 핑계로 출석을 거부했으나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기록관

 

청남대를 짓는 데 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청남대 건설비용 중 정부 예산이 45억 원에 달했고, 여기에 대림산업이 22억 원의 돈을 들였다. 국회의원들은 대림산업과 전 대통령의 유착 관계에 집중했다. 대림산업이 출현한 범한항공을 전 대통령이 허가해주고, 대림산업은 범한항공 초대회장 자리에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 씨를 앉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두환 지팡이 고무 패킹까지 전시

 

청남대는 살아남았다. 후임 대통령도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냈다.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정국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청남대 구상'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사회 각계각층에서 청남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주장이 나왔다.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는 충청북도에 이양돼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1980년대 정경유착의 산물로 불리던 청남대,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청와대 외형을 본 따 만든 청남대 기념관 본관. 지금 청남대는 대통령기념관 2곳을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역사 교육이 기념관의 주된 목적이지만 여전히 찬반이 나뉘는 내용이 기록돼있거나 대통령의 공만 부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희수·김다솜 기자
청와대 외형을 본 따 만든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본관. 지금 청남대는 대통령기념관 2곳을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역사 교육이 기념관의 주된 목적이지만 여전히 찬반이 나뉘는 내용이 기록돼있거나 대통령의 공만 부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희수·김다솜 기자

 

청남대는 대통령이 머물렀던 본관과 그들이 여가 시간을 보냈던 장소들, 2곳의 대통령기념관,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대통령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한 명의 대통령 기념관이 아닌 역대 대통령 모두의 종합 기념관을 만들고, 충청북도와 대통령과의 관련성,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특수성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모두의 기념관, 청남대의 특수성 속에 진실은 가려졌다. 

청남대 입구로 들어가 처음 보이는 건물은 대통령 기념관 별관이다. 별관 전시관에는 ‘대통령의 일상’이라 쓰여 있다. 그 아래 제트스키, 요트와 같은 화려한 취미 생활들이 전시돼있다. 모두 대통령들이 청남대를 휴가지로 사용하는 동안 쓴 물품이다. 대통령들이 국민 세금으로 청남대를 이용했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기념관 별관 전시물 중 전 씨가 사용했다는 수영 귀마개(아래)와 전 씨 지팡이 전용 고무 패킹(위) ⓒ계희수·김다솜 기자
대통령기념관 별관 전시물 중 전 씨가 사용했다는 수영 귀마개(아래)와 전 씨 지팡이 전용 고무 패킹(위) ⓒ계희수·김다솜 기자

단지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면도기, 칫솔, 비누, 귀이개 등 세면·위생용품도 진열장 안에 들어가 있다. 심지어 전 대통령의 지팡이 고무 패킹, 수영 귀마개도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철학을 알기 어렵다. 

 

공적만 남아있는 기념관 

 

청남대에는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이 조성돼있다. 대통령 길을 걷다 보면 동상을 마주할 수 있다.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따서 만든 동상, 그 옆에는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했던 말이나 관련 격언이 새겨져 있다. 전두환 씨 동상 옆에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위민위향’(爲民爲鄕) - 국민을 위하고 고향을 위한다 

민주화 탄압으로 알려진 전두환 씨, 그는 여기서 ‘민주화를 위해 힘쓴 대통령’이 탈바꿈했다. 전 씨의 대통령 생애가 쓰인 부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청남대 ‘전두환대통령 길’에 세워진 전두환 동상 옆에 자리한 업적 안내석의 한 부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전 씨는 청남대에서 ‘민주화’를 위해 애쓴 대통령이 됐다.ⓒ계희수·김다솜 기자
청남대 ‘전두환대통령 길’에 세워진 전두환 동상 옆에 자리한 업적 안내석의 한 부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전 씨는 청남대에서 ‘민주화’를 위해 애쓴 대통령이 됐다.ⓒ계희수·김다솜 기자

 

‘6.10 민주화운동 전개', ‘6.29 민주화 선언’ 

청남대 대통령 기념관 본관에는 역사 기록화가 있다. 지난 2014년 청남대관리사업소에서 실시한 사업이다. 본관 양 옆 전시실에 들어가면 큼지막한 액자가 전시돼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전두환 씨의 그림 앞에서 멈춰 섰다. 관람객 한 명은 욕설을 내뱉었고, 다른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전 씨가 작업복을 입고 한강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벽면에 걸려있다. 이 그림 속에서 전두환 씨는 ‘강한 리더’다. 

대통령기념관 본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을 업적과 생애를 그린 역사 기록화가 전시돼있다.ⓒ계희수·김다솜 기자
대통령기념관 본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을 업적과 생애를 그린 역사 기록화가 전시돼있다.ⓒ계희수·김다솜 기자

 

‘오늘날 한강의 모습을 있게 한 한강종합개발 공사현장 시찰을 소재로 항상 당당하고 거침없이 일을 추진해나간 전두환 대통령의 결단력과 강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전 씨만이 아니다. 사사오입 개헌으로 결국 국민들에 의해 내쳐진 대통령, 이승만을 표현한 그림 속 설명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국제적인 외교 능력과 위상을 나타냈으며 친근한 인간미와 인류를 사랑하고 평화를 애호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온화한 미소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담았다’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5·18 민간인 학살 등으로 헌정사상 처음 구속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기만 하다. 

‘1987년 6월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원하며 대통령 직선제 요구 등을 수용하는 6·29 선언을 소재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대통령의 고뇌에 찬 모습을 그려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보면 네 가지 사항에 해당될 시 예우를 박탈당한다. 

  • 첫째,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 둘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 셋째,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 넷째,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위 사항에 해당되는 사람은 세 명. 전두환·노태우·박근혜다. 청남대에서는 탄핵, 반란 수괴, 뇌물수수, 상관 살해미수 등의 중죄를 지어도 모두가 ‘위인’(偉人)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독자1 2019-06-06 16:22:18
6.10 민주화 운동이 전두환씨의 공적이라면
3.1 은 이토히로부미의 공적으로
4.19 는 이승만전대통령의 공적으로 기록해야 하지 않나요?
역사책을 새로써야 할듯.
기자님들 잘 읽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