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되지만 충북은 안 되는 ‘전두환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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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되지만 충북은 안 되는 ‘전두환 지우기’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1.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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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는 살아있다⑥]  충북도 오락가락 행정, 이시종 도지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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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범죄자 대통령은 이곳에서 위인이 된다 
  2. 전두환은 광주의 삶만 망가트린 게 아니다 
  3. 전두환이 민주화 운동을? 대통령은 어떻게 기록돼야 하나?
  4. 청남대에서 전두환·노태우는 사라질까  
  5.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조례안...이대로 폐기?

지금 전두환의 고향 경남 합천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이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대통령은 기념사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례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이상식 충북도의원이 발의한 조례안도 이 제외 조항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폐기됐죠. 앞으로 청남대에 남아있는 전두환, 노태우의 흔적은 어떻게 될까요? - 편집자 주 

1980년 제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두환. ⓒ 대통령기록관
1980년 제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두환. ⓒ 대통령기록관
  •  “전두환 씨는 한국 민주주의의 총체적 역행자로서 역사와 대법원이 그렇게 지목했고, 판결했습니다. 40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가 5·18 광주민주항쟁에 참가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당위이고, 전 씨의 잘못을 똑똑히 기억해서 단죄해야 하는 것도 당위입니다.” - 2020년 6월 11일 경남도의회 374회 4차 본회의에서 김영진 경남도의원 
  •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존중해야 할 것인가. 대통령도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합니다. 권력자에 올랐기 때문에 불처분이 되고, 그 감정 속에서 (그동안의 잘못이) 잊혀 져도 된다? 그들은 현행법상 범죄자예요. 국민감정도 똑같아야죠.” - 2020년 10월 29일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식 충북도의원 

두 의원 모두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발의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대통령 지원 사업에서 제외시킨다는 근거 규정을 포함시킨 조례안이었다. 발의 이유는 같았으나 두 조례안의 결과는 크게 갈렸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의 조례개정안은 지난 9월 경남도의회 문턱을 넘어섰다. 전두환 씨의 고향은 경남 합천. 반대 여론에 부딪혀 통과가 어려울 법도 한데 조례안은 통과됐고, 경남에서는 ‘전두환 지우기’가 가능해졌다. 

“지역 정서, 우려했었죠. 그런데 의외였어요. 경남 합천이 전두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내에서 반대 논란이 생각보다 없었어요. 심지어 보수 단체에서도요. 합천군수까지도 이번 개정안 의미에 동감하고 계셨고요.”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조례안 통과가 무난했다고 평했다. 그는 “경남도민이 깨어났다는 걸 보여줬다”며 “과거 5·18을 ‘난동’으로 배웠는데 지금은 민주항쟁으로 인식되듯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경남도민이 인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명의 동료 의원이 조례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조례안 내용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동료 의원이 많았던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경남도의회 내부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조례안이 통과됐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지역 사회에서도 오랜 시간 역사연구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경남도의회 내에서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의정 활동에 관심이 많은 의원으로 꼽힌다. ⓒ 김다솜 기자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지역 사회에서도 오랜 시간 역사연구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경남도의회 내에서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의정 활동에 관심이 많은 의원으로 꼽힌다. ⓒ 김다솜 기자

조례안과 개정안의 차이 

반면에 충북은 조례안이 결국 철회 수순을 밟았다. 조례안 발의 이후에도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됐고, 충북도의회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렸다. 여기에 충북도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자 발의자였던 이상식 충북도의원마저도 조례안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경남은 되는데 충북에서는 ‘전두환 지우기’를 못 했을까.  

강원, 경남에서는 이전부터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있었다. 다만 금고 이상 형의 대통령은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경남도는 2011년 12월에 관련 조례안이 있었으나 이번에 김영진 경남도의원이 제외 규정을 담아 개정안을 내놨다. 

경남도의회는 전직대통령 기념 사업 조례개정안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다. 조례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이 다수였다.. ⓒ 김다솜 기자
경남도의회는 전직대통령 기념 사업 조례개정안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다. 조례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이 다수였다.. ⓒ 김다솜 기자

충북에서 내놓은 조례안은 ‘처음’이다. 새로 조례를 제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개정안보다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통상 통과 시기도 오래 걸리고, 부딪혀야 하는 논쟁거리가 많은 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두환의 고향이 있는 경남에서 제외 규정이 담긴 개정안이 통과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남 곳곳에서 전두환 미화 

2018년 5월, 전두환이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모욕하면서 사자 명예훼손 재판을 받게 됐다. 여기에 광주 민주항쟁 40주년을 맞이하면서 전국적으로 전두환을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전두환 씨가 전직 대통령 예우에서 제외되면 경남에선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하다가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여기에는 제외 상황이 없는 거예요. 확인하자마자 조례개정안을 준비했죠.”

이런 상황 속에서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조례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남에 남아있는 전두환의 흔적을 돌아봤다. 그는 경남 곳곳에서 전두환 씨가 미화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학창시절 교과서로 접했던 위인들이 ‘독재자’, ‘범죄자’라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됐다. 왜곡된 역사 속에서 성장했다는 배신감이 들었다. 김 의원은 “다음 세대들이 사실 그대로를 보고 익힐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왜곡이나 조작을 그대로 두면 다음 세대는 그걸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진보당 경남도당은 8월 20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김경수 지사는 전두환 적폐청산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고, 경남도청 뜰에 있는 전두환 동생인 전경환의 기념식수 표지석에 그의 죄목을 쓴 말뚝을 박아 놓았다. ⓒ 윤성효 오마이뉴스 기자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진보당 경남도당은 8월 20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김경수 지사는 전두환 적폐청산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고, 경남도청 뜰에 있는 전두환 동생인 전경환의 기념식수 표지석에 그의 죄목을 쓴 말뚝을 박아 놓았다. ⓒ 윤성효 오마이뉴스 기자

충북도, 동상 존치로 결정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청남대에 대통령 동상과 기록화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2012년부터 청남대를 대통령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키워왔다. 10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돼 지금의 청남대를 만들었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충북도에서 청남대에 동상을 건립할 당시 반대 의견을 냈다. 동상이 존경의 대상으로 세워진 게 아니더라도 나중에 논쟁이 있을 거란 우려가 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결정은 범죄자 대통령을 미화하는 일로 이어졌다. 전두환 업적 안내석에서는 그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묘사돼있다. 수많은 국민을 사살했던 전두환은 ‘위민위향-국민을 위하고 고향을 위한다’는 격언으로 표현하거나, 결단력 있고 강한 리더로 평가했다.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 동상 옆에는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서 전두환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묘사돼있다. ⓒ 충북인뉴스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 동상 옆에는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서 전두환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묘사돼있다. ⓒ 충북인뉴스

청남대에 남아있는 전두환 기록은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갈등을 양산해내고 있다. 처음부터 도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청남대 관광 활성화 계획을 세운 충북도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청남대 동상·기록화 철거 여론이 들끓자 충북도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조례안 제정이었다. 이상식 충북도의원은 조례안 발의 배경에 충북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도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설치한 청남대 내 전직대통령 동상에 대해 스스로 철거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졌기 때문에 조례안 제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보수단체에서 철거를 하지 말라는 의견이 나오자 충북도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처음 발의된 조례안에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할 경우 기념사업에서 제외된다는 강제 조항이 있었으나 충북도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선택 조항으로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례안은 폐기됐다. 충북도는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거는 없지만 이들이 저지른 과오를 명시해두겠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충북도의 오락가락 행정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지상 5·18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시종 충북도지사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잘못이 아니라고 덮고서 문제를 해결하려 수를 쓰다 보니 이렇게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 행동 제공
ⓒ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 행동 제공
  • (토론회 다수의견) 청남대 동상건립은 '전직대통령법'에 의한 기념사업이 아닌 대통령 역사테마공원 조성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임. 아픈 역사도 기록해야 함. 대통령 역임 중 과오도 그대로 적어 후손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활용 - 충북 5.18 민중항쟁 4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질의 요구서 답변 내용 (2020년 11월 17일) 

충북도의 입장은 이렇다. 앞으로 도민 의견과 도의회 조례제정 상황에 따라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동상을 존치하는 대신 사법적 판결 내용을 적시할 예정이다. 이제는 충북도가 청남대에 남겨진 범죄자 대통령들의 흔적을 어떻게 기록할 지 두고 봐야 한다. 

이전처럼 청남대 갈등은 계속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5·18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동상 철거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해서 항의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청남대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서 방문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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