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원 손실 보은농협…징계는 견책, 변상은 2억만
5억원 손실 불정농협… 직무정지 5개월에 변상 5억

▲ 지난 9일 보은농협 농민조합원과 노조는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보은농협 조합장이 독단으로 업무를 추진해 13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조합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보은농협에 대한 농협중앙회 감사가 형평성 논란에 빠지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돼 파장이 일고 있다.

감사결과를 접한 보은농협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집단 고발을 준비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은농협 감자 구매사업에 연루돼 피해를 입은 괴산불정농협도 감사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보은농협 소속 조합원과 농협노조는 ‘보은농협 부실경영 책임전가 및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감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이하 조감위) 감사 결과 보은농협이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와 감자 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해 13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보은농협은 현재까지 인정 감모 처분액 및 각 종제비용과 공식 손실금을 포함하면 20억 이상의 손실액이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손실금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이 파장은 최소 5년 이상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농협중앙회가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오히려 조합장에게 면죄부를 내려주는 솜방망이 조치만 취했다고 조감위를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농협조감위는 조합장과 전무 등 사업관련자들이 1억5000여만의 손실금을 변상할 것과 책임자인 조합장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특히 사업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이 가장 큰 보은농협장의 변상액은 1700여만원에 불과했다.

기자회견참가자들은 “농협중앙회 조감위가 경영진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고, 20억원이 넘는 손실금에 대하여 농민조합원과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라며 “이 사건에 대해 형사고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중징계

관련 규정에 따라 객관적인 징계를 했다는 농협중앙회의 주장과는 달리 동일한 사건에 대해 징계조치는 큰 차이를 보였다. 농협중앙회는 괴산군 소재 불정농협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5억원을 변상할 것과 조합장에게 5개월의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농협 중앙회가 문제를 삼은 것은 불정농협이 진행한 감자 매취 사업.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 불정농협은 보은농협과 납품계약을 맺었다는 큰들영농조합법의 말을 믿고 1200톤의 감자사를 사들였다. 이후 큰들영농조합이 대금을 주지 않아 5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농협중앙회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남 모 조합장 4억5500만원, 전무 2100만원, 직원 970만원 등의 변상과 함께 조합장에 대해서는 5개월의 직무정지를 별도로 내렸다. 다만 정부로부터 받은 상훈으로 징계를 감경받아 실제 직무정지 기간은 1개월에 그쳤다.

이에 불정농협 남모 조합장은 변상액중 모자란 부분을 메꾸기 위해 자신이 1억9000만원을 대출받아 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사항에 대해 손실이 큰 보은농협보다 피해규모가 작은 불정농협을 중징계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농협중앙회 조감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징계는 피해 규모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혹은 조합장 독단적으로 한 것인지 이런 것 까지 파악해 징계와 변상액을 정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관계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불정농협이 중징계를 받은 원인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돼있는 정관을 무시하고 남 모 조합장이 임의로 사업을 집행한 것, 즉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중징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보은농협도 마찬가지였다. 보은농협 관계자는 “우리 농협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사업이 한창 일때도 조합장과 실무 담당 직원 이외에는 정확한 내역조차 알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감사 과정에서도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농협중앙회 관계자의 말에 대해 불정농협 관계자는 상식 밖의 입장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불정농협 남 모 조합장은 개혁적인 성향으로 중앙회와 껄끄러운 관계다.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보은농협도 똑같이 위반하지 않았나. 불정농협은 보은농협 감자사업의 피해자 측면도 있고 피해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데 우리만 중징계 했다. 편파적인 징계”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감사가 객관성을 보장해야지 고무줄 감사 기준이면 누가 신뢰하겠냐”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50억원 감자 사기사건
보은농협‧큰들영농조합법인 감자 매취사업이 발단
피해농가 수백가구…양성농협, 보은농협상대 소송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농협중앙회 감사의 발단이 된 사건은 보은농협과 큰들영농조합법인이 진행한 감자 계약재배 사업이다. 이들은 2013년 감자유통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호 협력하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큰들영농조합법인은 보은농협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보여주며 경기도, 충북, 경북 김천, 충남 등 각 지역 수백가구의 농가 및 경기도 양성농협, 미양농협, 김천농협, 불정농협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여름철 하지 감자 수확기에 감자값이 폭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큰들영농조합법인은 수매한 감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판로를 잃은 감자는 그냥 썩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은농협이 감자를 일부 농민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버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은 농협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피해 농협과 농민은 보은농협과 큰들영농조합법인이 체결한 양해각서를 믿고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보은농협이 책임질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은농협은 큰들영농조합법인과 계약한 것이라며 감자 수매를 거부했다. 

급기야 경기도 양성농협과 미양농협은 보은농협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청구했다. 괴산 불정농협은 민사소송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로 인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또 경북 김천농협도 같은 피해를 받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지역중 가장 큰 손실을 본 곳은 충남 청양, 홍성, 당진 지역이다. 이곳에서만 피해액이 40억원이 넘는다. 충북 옥천지역 4억여 원, 경기도 양성과 미양농협 6억여 원, 불정농협 5억여 원 등 알려진 것만도 50여억 원을 훌쩍 넘는다.

보은농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모 농협의 관계자는 “같은 농협 직원이어서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같은 이름을 쓴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보은농협이 이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적인 최종 책임은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보은농협에서 시작된 감자 사업으로 인해 농협에 대한 신뢰는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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