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1구역, 지난달 총회서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 전환 결정
조합원이 토지 매입해 시공 맡기는 방식…건설사 참여 용이해

청주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사직동 국보제약 도로. 사직동에서 모충동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를 기준으로 좌측 지역이 정비예정지구인 사·모 1구역이다. 사모 1구역은 한때 38개나 됐던 정비예정구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며 개발이 가시화됐던 곳이었다. 2008년 조합설립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그 이후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조용했던 사·모 1구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미미하긴 하지만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시공사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모 1구역의 변화는 나머지 23개 재개발 지역에서도 주목하는 일이다. 사모1구역이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킨다면 지역주택조합 방식이 지지부진한 청주권 재개발지역에 대한 해법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설명-사·모 1구역이 재개발지역 중에 최초로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기로 결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나머지 23개 재개발 지역 중 상당수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환 후 시공사 문의 이어져
지난달 25일 열린 사모 1구역 총회 현장. 이진원 조합장에 따르면 전체 67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300여명이 참석해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하는 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고,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의결됐다. 이로써 사·모 1구역은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 조합장은 “현재로써는 방식만 결정됐을 뿐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지난달 말에 결정된 만큼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합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모 1구역은 정비예정구역 가운데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한 편이고, 주민들의 개발 의지도 높았던 곳이지만 조합 내부 문제로 사업추진을 원활히 하지 못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조합장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시공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합 설립이후 지난 6년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시공사가 사업전환 결정 후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사모 1구역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재개발지역이 지역주택조합으로 전환하는 첫 번 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부산 지역 1곳이 유일하다. 사모 1구역의 결과에 따라 지역 내 다른 재개발 지역들도 지역개발조합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청주 지역주택조합 잇단 성공
사모 1구역이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전환한 데는 최근 청주권 지역에서 지역주택조합 방식이 잇따라 성공을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5월 총 240세대 가운데 일반분양 100세대에 대한 분양에 나선 모충동 동일 센타시아(모충주택조합)가 분양을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율량지구 서희스타힐스도 지난 4월말 조합원분 399세대(총 508세대)를 제외한 109세대에 대한 일반분양을 진행해 47대 1이라는 높은 청약접수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분양을 완료했다. 서희 스타힐스는 2016년이면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내에서 진행된 지역주택조합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옥산 코오롱 하늘채(1206세대)의 경우 일반분양 359세대에 대한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100명의 예비자까지 확보했다며 100% 분양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이란 주택 마련을 위해‘지역’ 단위로 결성한 조합으로 청약통장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무주택자이거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소유한 1주택 가구주가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이론과 현실이 차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조합원 자격을 얻어 이들이 주체(현실에서는 업무대행사가 개입하기도 한다)가 돼 토지를 매입해 건설사에 시공을 맡기는 방식이다 보니 시공사 참여가 수월하다.

지역주택조합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분양가가 낮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토지를 매입하기 때문에 대출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10~20%가량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건설사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을 서지 않아도 되고, 전체 세대수의 70%가 조합원으로 이뤄져야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분양에 대한 부담도 없다.

또한 주택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고, 전매제한도 없다. 또한 지역주택조합이 사업부지의 95%를 확보하면 나머지 5%의 토지 소유주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일명 ‘알박기’로부터도 자유롭다.

지역주택조합의 시작은 조합원 모집이다. 대략적인 부지를 설정하고 이를 매입하기 위한 조합원 모집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전체 세대수 70%의 조합원을 확보하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가능하고, 설립인가를 마치면 토지를 매입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토지를 매입하면 건설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된다.

재개발지역 입장에서 지역주택조합은 또 다른 장점을 가진다. 일반적으로는 1차조합원(시작단계에서 참여한 조합원), 2차 조합원(사업이 일정궤도에 오른 다음에 참여한 조합원)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진행에 따라 1·2차 조합원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반분양보다는 2차조합원이, 2차조합원보다는 1차조합원이 더 낮은 분양가에 집을 구할 수 있다.

재개발지역에서는 1차 조합원이 지주조합원으로 대체된다. 현재 사·모 1구역의 토지주 가운데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은 사람은 토지를 제공하면 된다. 다시 말해 조합원들의 토지매입도 일반 지역주택조합보다 수월하고, 원주민들이 가장 낮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착률도 재개발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는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개발조합로 진행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매우 적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물론 PF에 대한 부담도 없다. 건설사들이 재개발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위험부담 때문인데 지역개발조합의 형태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 지연,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장점만 들여다본다면 가장 이상적인 개발방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기간이다. 일반적인 개발사업보다 통상 사업기간이 길다. 시공사나 시행사 등 기업이 참여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광고없이 조합원을 모집하다보니 모집기간이 자칫 길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업이 중단되면 소요된 비용의 대부분(일부는 업무대행사가 부담)을 조합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또한 사업기간이 지연되면 분양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져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일반분양 109세대에 대한 분양을 마무리한 율량지구 서희스타힐스의 경우, 같은 시기 사업을 진행한 율량지구 대원칸타빌과 비교해보면 일반 사업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희스타힐스가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시기는 2011년으로 대원칸타빌 2차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다. 대원은 같은 해 분양을 마무리하고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해 6월 입주를 마쳤다.

반면 서희스타힐스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이제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기간에서 최소 2년 이상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 정도의 차이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사업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분양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2011년 분양한 대원칸타빌은 3.3㎡당 740만원에 분양된 반면 서희스타힐스의 일반 분양가는 793만원이다. 물론 조합원 분양가는 이보다 낮지만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원 분양가도 재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한 업무대행사 관계자는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현재 청주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황이라는 점에서 조합원 모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사·모 1구역의 성공 여부에 따라 지역주택조합이 출구전략이 필요한 청주 재개발지역의 해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급증, 2008년 이후 최대
오창·강내·금천·용암 4곳서 조합설립 준비 중

지역주택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모충동 동일 센타시아, 율량동 서희 스타힐스, 옥산면 코오롱 하늘채가 착공한데 이어 오창을 비롯해 청주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이 택지개발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청주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전국 22개 사업지역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 1만 8000여 가구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000여 가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6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충북에서는 기존 3개 지역 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곳이 오창 센토피아지역주택조합이다. 2700세대를 공급할 예정인 오창 센토피아는 현재 청주시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 밖에도 강내주택조합과 용암동(한마음예식장). 금천동 우림필유 등이 진행 중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맡아야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들 지역 가운데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낸 곳들도 있지만 현재는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조합원과 토지확보가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80%의 토지소유권을 확보해야 인가가 가능하고, 95%를 확보해야 사업승인이 이뤄진다.

전국적으로 보면 대형건설사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뛰어드는 등 지역주택조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완화된 정부 정책과 달라진 건설시장 분위기가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들어 지역주택조합 규제가 완화됐다.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60㎡ 이하 1주택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었지만 85㎡ 중형주택 보유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데다 조합원 거주 조건도 시·군에서 시·도 광역 생활권으로 확대됐다. 전체 가구 중 25%는 중대형으로 지을 수도 있게 됐다.

지난 ‘9·1 부동산대책’에서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것도 지역주택조합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주택사업용 택지 매입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지역주택조합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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