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량지구서 시작된 ‘100% 분양’ 효과, 2014년도 계속
저금리 탓 여윳돈, 단기 회수 가능한 아파트 시장으로

지난 23일 분양을 시작한 오창2지구 대원 칸타빌이 사실상 100% 분양을 예약해두었다. 대원에 따르면 1순위 청약을 받던 지난 23일에 84㎡ B타입 10세대를 제외한 582세대에 대한 청약이 마무리됐고, 남은 10세대도 다음날 3순위 청약에 749명이 몰리며 마감됐다. 대원은 오는 30일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속되는 공급에도 청주지역 아파트 분양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과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실수요층이 받쳐주고 있는데다, 분양권 당첨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까지 더해지면서 ‘불패신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2010년 율량지구에서 시작된 아파트 100% 분양으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까지 아파트 분양시장으로 몰리면서 청주 분양시장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문을 연 오창2지구 칸타빌 모델하우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예상치 못한 부수입에 부동산 관심

청주에 거주하는 33세 주부 김 모씨. 결혼과 함께 집장만을 위해 2011년 율량지구 A아파트에 청약을 접수했다. 당첨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부동산중개사무소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줄테니, 분양권을 전매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온 것이다. 당시 김 씨는 전세로 얻은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한 상태였고, 이사가 급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그는 2000만원이라는 공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2012년 그는 다시 율량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준공을 기다리던 지난해 그는 또 3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했다.

김 씨는 여전히 결혼 당시 얻었던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문을 연 가마지구 힐데스하임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목적은 반반이다. 어떻게 지었는지 살펴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청약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프리미엄이 붙으면 차익을 남기고 넘길 수도 있고, 어차피 이사 갈 때도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 청주에는 김 씨와 같은 30대 복부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복부인이란 말은 부동산 투기를 일삼은 주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이들은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항변한다. 노재영 공인중개사는 “젊은 주부들의 특징은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투자자이기도 한 동시에 실수요자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분양권을 전매하기도 하고 실제 입주해 살기도 한다. 투자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투자는 1,2회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물론 부동산업계에서도 지금과 같은 분양시장 열기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보여 온 청주지역의 전통적인 분양 유형과 사뭇 다르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분양이 시작되면 처음 1~2개월 사이 30~40%가 분양되고, 준공까지 2년여에 걸쳐 꾸준히 분양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분양 전까지 100% 분양이 마무리되면 성공적인 분양이라고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청주 분양시장은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유형으로 바뀌었다. 최근 오창2지구를 이틀만에 청약 마감한 대원의 경우 이전에 분양한 율량지구 3·4차도 조기에 분양을 마무리했다. 최근 1년 새 분양한 복대동 두진하트리움, 율량지구 서희스타힐스, 제일풍경채도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내에 청약을 마감하며 100% 분양을 이어갔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한때 치솟았던 분양가가 재조정되며 기존 아파트와 분양아파트 간에 시세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웃돈이 형성됐고,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까지 몰려든 것이다.

분양가-거래가 차이에서 발생

2008년 미분양 아파트가 6000세대까지 쌓이면서 그 이후로 한동안 청주지역에서는 신규 공급이 없었다. 마지막인 2008년 오송힐데스하임의 3.3m당 분양가는 799만원을 기록했다.

미분양이 장기화되던 2010년 율량지구가 첫 선을 보인다. 당시 분양가는 697만원, 같은 시기 분양한 용정동 한라비발디는 737만원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계산방식인 토지매입가+표준건축비+가산비를 통해 산출된 금액은 790만원대였지만 최대 100만원 가량 분양가를 낮췄다.

현재 청주지역 112m(34평형) 아파트 거래가격은 3억 1000만원~3억 7000만원선으로 형성돼 있다. 3.3㎡당 10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오는 30일 청약 접수하는 가마지구 힐데스하임 분양가는 3.3㎡당 815만원이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과 취득세, 수수료, 이사비용 등이 매매가에 포함됐기 때문에 동일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분양시장에서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힐데스하임과 비교해도 분양가와 거래가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

결국 분양가와 거래가의 차이가 존재하는 한 웃돈이 거래되는 시장은 지속되고, 수요자와 투자자가 합세하면서 분양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 청약 규제와 분양권 거래 제한은 완화되는 반면 저금리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 시장에 풀린 여윳돈이 단기간 투자와 회수에 용이한 분양권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2만 843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6만3484건)보다 40% 급증했다. 올 들어 한 달 평균 2만5000여개의 분양권 매매가 이뤄진 셈이다.

바뀐 정책, 달궈진 분양시장에 기름 부을 듯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더 낮아진 담보대출 조건

웃돈이 오가는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실수요자가 분양가에 웃돈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출구전략 없는 저금리 대출이 일명 하우스푸어를 양산해 결국 국민들을 빚더미에 앉힐 것이란 우려도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또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1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규제 합리화는 뜨겁게 달궈진 청주지역 분양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조치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1순위 자격은 청약통장 개설 기간이 2년 이상이거나 24회 이상 납입해야 주어진다. 하지만 완호된 1순위 자격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청약 가입기간 6개월 또는 월 납입급 6회이상으로 크게 완화됐다.

1순위와 2순위가 통합됐고, 기존 2순위보다도 손쉽게 1순위가 될 수 있다. 6개월마다 청약 1순위가 되는 게 가능해졌다. 금융결제원 청약사이트에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전국 청약통장 가운데 1순위 자격 통장은 732만여 계좌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면 1순위 계좌는 1121만여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1순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분양시장이 과열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은 정부가 지원하는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이다. 소득수준과 상환기간에 따라 금리는 최저 2.6%에서 3.4%까지 분포한다. 최근 정부가 디딤돌 대출 자격을 완화해 도내 아파트와 개인주택 등 자격 범위가 커졌다. 수도권 외 지역은 전용면적 100㎡ 이내의 주택이면 대상이 된다. 여기에 기존 은행권 담보대출도 3%대까지 낮아져 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였다는 것도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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