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근거없이 민원 등 이유 허가 반려 표의식 우려

올해 들어 충북 도내 일부 자치단체가 주민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특히 단체장들이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눈치 보기’ 행정을 펼치다 패소하면서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는 10일 “부적합 사유 없이 허가 신청을 반려한 것은 시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음식물 쓰레기 폐기처리업자 A씨(52)가 청주시를 상대로 낸 ‘폐기물 처리업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가 기존 대행계약이 체결된 업체가 있고, 필요한 경우 공개모집 방식을 통해서만 음식물 처리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규허가를 불허한 것은 법령의 목적에 어긋나고 객관적인 합리성·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음식물쓰레기를 수집·운반하는 폐기물처리업을 하기 위해 지난 2012년 8월 청주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는 올 연말까지 수집·운반 대행계약이 체결된 업체만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고, 신규 허가를 내주더라도 시와 대행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어 사업자가 막대한 투자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신청을 반려했다.

A씨는 “시의 결정은 사실상 기존업체의 독점적 대행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도 행정심판위원회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시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A씨는 “법적 허가 기준을 모두 지켰는데도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며 청주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 신청에 대해 명분 없는 반대로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기는 청원군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폐기물 매립장 운영업체가 “법적 허가·관리 기준을 모두 충족했는데도 소각장 건립을 사실상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며 청원군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금강유역환경청에 오창산단내 소각장 설치 사업을 신청, 수질오염총량제 지역개발부하량을 할당받으라는 지시를 받고 청원군에 배출부하량 할당량을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업체는 폐기물 처리 사업을 위해 사업용지를 사들인 상황에서 군의 재량권 남용으로 재산권 행사에 큰 손해를 입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군은 또 민원 등을 이유로 근거 없이 전원주택용지 내 원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가 행정소송에서 연거푸 패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잇단 패소가 행정력 불신으로만 그치지 않고 자치단체의 재정손실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가 패소하면 소송비용은 모두 혈세로 충당된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단체장들이‘100전 100패’의 결과가 뻔한데도 소송을 감수하는 데는 지방선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볼 때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기인한 일종의 ‘자기보호성 반사작용’에 가깝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행정불신과 재정손실을 최소화하려면 패소에 따른 분명한 피드백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전 사무처장은 “행정소송 패소는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법률검토를 해야 한다”며 “패소에 따른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해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문제가 발견되면 (담당자 등에게)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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