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내 대표적인 기관·단체장 모임인 무심회 회원 중에는 장기집권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 사회가 바뀌려면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 단체장 임기를 제도로 규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있었던 무심회 정기총회

정우택 의원은 지난 2006년, 53세에 충북지사가 됐다. 과거 주병덕 지사, 이원종 지사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젊은 나이에 지사가 된 것이다. 그러자 지역사회에는 리더들이 젊은층들로 물갈이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이하였다. 정 지사가 충북에 학연이 없고 50대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여론주도층의 인적 쇄신이 기대됐으나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별로 없었다.

당시 모 씨는 “청주권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사람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들이 견고한 인맥을 형성하면서 신진세력들을 밀어내 60~70대가 현안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다보니 40~50대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주병덕 지사 때 측근이던 사람이 이원종 지사 때도 활동했다. 정권이 바뀌면 사람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으나 대체로 이원종 지사 때 리더들이 정우택 지사 때도 큰소리 쳤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2010년, 63세 때 도지사가 됐다. 정우택 전 지사는 새누리당, 이 지사는 민주당이기 때문에 리더들의 색깔이 바뀐 것은 있으나 민선4기 때 활동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지금도 활동중이다. 민선4기에서 5기로 넘어갈 때도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많은 사람들 얘기다. 이 지사도 관료출신이라 그런지 퇴직관료들을 종종 기용했다. 특히 김광홍(76) 청원·청주통합추진공동위원장과 신방웅(72) 청원·청주통합추진자문위원장을 임명했을 때 놀란 사람들이 많다. 김 위원장은 충북도 정무부지사, 충북도립대총장을 역임했고 신 위원장은 충북대총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통합청주시를 준비하는 역사적인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70대 관료출신이라는 점에서 불만들이 많았다.

민선5기 상반기 때 도의장을 지낸 김형근 도의원(민주·청주)은 노장청의 조화를 부르짖었다. “충북의 리더들이 60대 이상인 건 맞다. 내가 52세에 도의장이 됐는데, 젊은 나이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 도의장들은 대개 나이가 많았다. 이런 것을 따지는 충북의 문화 때문에 어떤 자리에 가든 의장답게 보이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충북은 지금보다 청장년층을 더 기용해 노장청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사람을 추천할 때 여성할당제처럼 청년층 20%, 장년층 20%를 추천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것은 관에서 시작해야 민간으로 파급된다. 관이 먼저 나서라.”

과거 청주지역 문화예술계에는 음악 K씨, 미술 K씨, 무용은 P씨에게 잘 보여야 활동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이렇게 고착된 구도가 꽤 오랫동안 통용됐다. 지금은 이들이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판도 변화가 이뤄졌지만, 이 중 일부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한 예술인은 현재 이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예술인은 “서울에서 살다 청주로 이사왔다. 크고 작은 기관·단체장들의 나이가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예총·민예총·문화원이 지역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간다고 하는데 이 중 청주문화원이 좀 더 시대에 맞는 문화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원장이 더 젊어져야 한다. 한 사람이 8년 동안 원장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런 장기집권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에 ‘올드보이’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점에 대해 모 인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늘면서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이뤄지지 않았다. 건강하다보니 일부 인사들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에는 노년층에 맞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의사결정 보다는 자문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 그런데 충북인들은 관계를 중시해 딱 부러지는 말을 못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주축세력들이 젊어져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보수화 경향으로 흐르고 조직이 침체되는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5년 이상 장기집권하는 사회단체장 누구?
‘임기 2년, 한 번 연임가능’ 등을 제도로 규정해야

무심회 회원 중에는 ‘장기집권’하는 단체장들이 있다. 4년 이상 된 단체장들을 뽑아보니 의외로 많다. 무심회는 도단위 기관·단체장들의 모임이라서 그렇지 시·군 단위 사회단체까지 살펴보면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그 중 김영희 대한청소년충효단연맹총재가 가장 오래하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1998년 1월부터 총재를 맡고 있다. 올해로 16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영우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이사장직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14년째다. 그리고 박중겸 한국청소년충북연맹총장은 같은 해 12월, 김병국 충북택시운송사업조합이사장은 같은 해 2월부터 단체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들 3명은 임기 9년을 향해 나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류인모 충주상공회의소장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장은 10여년 동안 회장직을 고수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청주상공회의소는 지난해 3월에서야 노영수 회장으로 바뀌었다. 박영환 충북재향군인회장은 지난 2006년 2월, 오영식 한국BBS충북연맹회장은 같은 해 3월, 이상영 충북관광협회장은 같은 해 2월 회장에 취임했다. 이들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었다.

또 김영세 대한주택건설협회충북도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올해 7년차로 접어들었다. 김봉숙 대한간호사협회충북간호사회장은 지난 2009년 3월, 김태봉 한국전력기술인협회충북도회장은 같은해 1월, 김경배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장은 같은 해 6월 회장에 취임했다. 이들 3명은 올해로 5년 임기를 채웠거나 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들 사회단체 중에는 임기를 정확히 규정하지 않거나, 규정했어도 연임을 무제한 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이렇기 때문에 단체장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 씨는 “충북인들의 특성상 단체장이 장기집권해도 그만두라는 쓴소리를 못한다. 그래서 제도로 규정해 놓아야 한다. ‘2년 임기에 연임 한 번 가능’해서 4년이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공동모금회는 전국 회장 임기를 2년에 연임 한 번 해서 최장 4년 이상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각 부문 사회단체들이 신진세력들을 받아들이고 물갈이를 해야 충북이 젊어지고 새로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