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적극 유치”→ “여론 수렴” 신중론 선회… 시민단체-수안보 주민 연일 갈등

충주시와 민간업체가 추진해온 말문화복합레저타운(화상경마장 포함) 유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충주시가 반대여론에 부딪쳐 주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말문화복합레저타운 건립을 추진 중인 ㈜유토피아는 지난달 26일 충주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마사회 공모사업 접수를 위해 자치단체장의 동의서 등 각종 서류를 첨부받기 위해서다.


▲ 화상경마장을 포함한 말문화복합레저타운 유치와 관련 길거리 여론조사(사진 위)에서 시민들이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충주시는 시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신중론으로 돌아섰으나 수안보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사진 아래).

이 사업계획서에는 수안보면 온천리 3만 9614㎡ 부지에 총 305억 원을 투입해 승마힐링센터, 말박물관, 말동물원, 승마공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 등을 건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는 화상경마장 설치와 관련해 찬반논란이 뜨거운 만큼 주민설명회와 토론회 등을 시 주관으로 열기로 했다. 이는 화상경마장 유치 반대 충주시민연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길거리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반대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시민연대는 길거리 여론조사에서 시민 520명 가운데 찬성 65명, 반대 454명, 중립 1명을 보여 87%가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에 대해 정확한 사업설명 없이 화상경마장만 부각시킨 여론조사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여론조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눈치다.

올해 안 유치 신청 사실상 무산

더욱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화상경마장 설치를 여론조사 없이 강행할 경우 이종배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마사회를 방문하는 등 레저센터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는 사업계획서에 대한 세부검토와 함께 공청회, 여론조사를 실시해 시민여론을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여론조사 날짜와 대상 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공청회와 설명회,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충분히 검토한 뒤 말문화센터 동의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는 우선 사업계획서에 대한 세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시민들이 사업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3일부터 주민설명회 등 여론수렴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시는 지난달 29일까지가 마사회 공모시한으로 여론조사 시일이 촉박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처음부터 여론을 수렴해 일을 추진했다면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았고, 명분도 얻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시는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실시해 센터 유치에 대한 명분을 얻은 뒤 사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는 마권장외발매소와 함께 추진하는 승마힐링센터, 승마공원, 말박물관 등 사업에 대해 유토피아 측의 이행각서를 받아둘 계획이다. 마권장외발매소만 세우는 반쪽 사업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말문화복합레저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유토피아의 사업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 동의서와 건축허가를 받아야 마사회에 응모할 수 있는데 여론 수렴 등에 시간이 걸려 지난달 29일까지 정상적인 응모를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말문화복합레저타운 유치 신청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망된다.

명분 얻은 뒤 재추진 ‘의지’

하지만 큰 틀에서 사업추진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토피아는 지난달 29일 사업계획서를 마사회에 제출한 뒤 추후 충주시 동의서와 건축허가서를 보완하는 등 예정대로 유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유토피아 관계자는 “충주시의 제안으로 사업부지까지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중단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반대여론에 충주시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예정대로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의 현지실사와 농림식품부 최종 확정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015년 말경 말문화복합레저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한편, 말문화복합레저센터 유치와 관련해 찬성 쪽에 있는 수안보 주민과 반대 편에 있는 시민단체가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수안보 주민 100여 명은 최근 충주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최초의 말문화센터가 조성되면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 수안보 관광특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던 콘텐츠 부족을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승마공원, 힐링센터, 승마장 등으로 이뤄지는 문화·레저시설을 더 이상 ‘화상경마장’이라는 불법 도박장으로 누명을 씌우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상경마장 유치반대를 위한 충주시민연대는 “화상경마장 유치와 관련해 시는 모든 진행과정을 지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시민의 행복을 담보로 한 화상경마장 유치는 충주시민 전체의 불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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