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여론조사 검토… 행복추구권 위배 땐 재의 요구”
찬성 의원 “민주 절차 따라 가결… 분명한 입장 공포해야”

논란 속에 ‘충주시건축조례 개정안’이 충주시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종배 시장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의결한 건축조례 개정안을 놓고 무효 논란이 일고 있어 앞으로의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종배 시장은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조례안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며 “하지만 광범위한 시민의견 수렴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밝혔다.

▲ 이종배 시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논란을 빚고 있는 건축조례 개정안에 대해 시민여론조사를 검토한 뒤 재의요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앞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른 지역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재의요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시민공청회와 여론조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시민 행복추구권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고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새누리당과 충주발전시민연대, 충북환경운동연대 등은 건축조례 개정에 반발해 마지막 수단인 시장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축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시의회 송석호 의원과 찬성파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충주시장은 의원들이 찬반의 열띤 토론 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가결된 건축조례 개정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시민에게 공포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방자치법 제10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오는 13일까지 조례안을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충주발전시민연대 등은 이번 개정안이 시민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는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재의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재의 요구 땐 의회와 대립각 ‘부담’

시장이 재의를 요구하면 본회의에 재상정되며, 의결요건은 기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강화된다. 재적의원 19명 전원이 출석했을 경우 가결을 위해 1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지난달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0, 반대 8, 무효 1의 투표결과를 대입하면 다시 가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행동이 의회 경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시장은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앞으로 시정 운영에서 시의회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도 당초예산과 올해 3차 추경 등 주요 안건이 시의회의 문턱을 넘어야하는 시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의를 요구하지 않는 것도 새누리당 의원들 및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묵과할 수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시민 다수가 반대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갖추고, 공익을 해친다는 명분이 확실할 경우 이 시장의 거부권 행사는 오히려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역대 민선 충주시장 가운데 시의회의 의결사안에 대해 공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한 사례는 없다.

무기명 투표, 무효표 논란

이런 가운데 건축조례 개정안에 대한 충주시의회 본회의 무기명투표 결과와 관련, 무효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찬성 10표 중 1표를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건축조례 개정안을 놓고 무기명 투표가 열릴 당시 투표용지에 ‘가’ 또는 ‘부’로 표기하기로 약속했는데 찬성표를 던진 한 시의원이 ‘㉮’로 표기했다. 당초 약속과 다르게 ‘㉮’로 표기한 투표용지는 당연히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가 아닌 ‘불’로 적은 투표용지가 나왔는데 이는 무효표로 인정됐다. 투표 전 시의회 사무국장은 “한글로 ‘가’ 또는 ‘부’를 적되 다른 표시를 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된다”는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가’ 또는 ‘부’만을 적어 넣기로 한 형식적 요건에서 벗어났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문제의 표가 무효표로 인정됐다면 투표결과는 찬성 9, 반대 8, 무효 2가 되며, 이는 가결에 필요한 과반수 찬성(당시 출석의원 19명의 과반은 10명 이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부결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홍진옥(새) 의원은 “조례안은 찬성 10명, 반대 8명, 무효 1명으로 가결됐지만 한 표를 무효표로 처리한다면 조례안은 부결된다”며 “새누리당 의원 간 논의를 벌여 무효표 처리를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시의원들은 무효표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주장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안희균(민주)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무효표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표결 당시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은 조례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충주 건축조례 일부 개정안 의결과 관련, 무기명 투표 감표위원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각 1명의 의원이 참여했고, 둘은 찬성표로 인정할 것을 합의했다.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과정에서 나온 무효표를 재검표할 것을 요구했지만 양승모 시의장은 직권으로 공개를 거부했다.

한 시민사회단체는 “시의장이 재검표 요구를 거부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가’아닌 ‘㉮’를 유효표로 인정한 과정과 ‘무효표 판단 기준’을 시의장과 감표위원, 의회국장은 한 점 의혹도 없이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다음 회기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개정안 의결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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