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여름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아열대와 온대에 위치한 이 나라는 지역에 따라 강우량이 많게는 무려 1만㎜나 되는데 그중 절반이 계절풍의 영향으로 하절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이래 그곳의 승려들은 여름 우기(雨期)가 시작되면 바깥출입을 일체 삼가 하고 일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3개월 동안의 안거(安居)에 들어갑니다.
안거란 인도의 옛 글인 산스크리트어‘바르샤(Varsa)’를 번역한 말로 비 또는 우기(雨期)를 뜻하는데 달리 하행(夏行)·하경(夏經)·하단(夏斷)·하좌(夏坐)·좌하(座夏)·백하(白夏)라고도 부릅니다.

불교에서 연중행사로 안거제도가 생긴 것은 우기에 비로 인해 바깥에서 활동하기 어려운데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나아가 땅속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들을 알게 모르게 살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밟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출입을 않고 수행에만 몰두한 석가모니의 계율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연중 여름, 겨울 두 차례 안거에 들어갑니다. 음력 4월 보름날부터 7월 보름까지 여름 석 달의 안거를 하안거(夏安居)라 하고 10월 보름날부터 다음 해 1월 보름까지의 석 달을 동안거(冬安居)라고 합니다. 동안거는 겨울이 있는 한국·중국·일본 등 북방불교에만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안거에 들어갈 때는 시작한다는 뜻에서 첫 날을 결제(結制)·결하(結夏)라하고 안거를 마치는 것을 과하(過夏), 푸는 것을 해제(解制)·해하(解夏)라고 합니다. 또 안거 중에 죄를 짓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파하(破夏)라 합니다. 안거를 마친 뒤에는 안거 중에 죄를 저지른 일이 없었는가를 서로 묻고 답하는 자자(自恣)를 벌이고 이 날을 특별히 자자일(自恣日)이라고 합니다.

지금 전국 사찰의 선방과 강원에서는 2500여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가 정진중입니다. 음력 4월 보름날인 지난 2일 일제히 시작 된 하안거는 앞으로 3개 월 동안 계속되는데 스님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오직 참선 수행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입니다.
올 하안거를 맞아 조계종 종정 법전 큰스님은 “큰고래는 벌써 물결을 누르고서 날아가는데 절름발이 자라는 아직도 다리 곁에서 진흙탕 속을 헤맨다 / 말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는 뜻 누가 알리오 / 푸른 버들 그늘 밑엔 동서로 길이 트였구나”라고 법문을 발표했습니다.

말씀의 심장한 뜻이야 사바의 우미한 중생이 어찌 감히 알 수 있으랴 마는 오늘의 혼탁한 이 사회에 던지는 꾸지람이 아닐까 그저 짐작되어 질뿐입니다. 모쪼록 방방곡곡 선방의 그 서원(誓願)들이 하나로 모아져 얼룩진 이 사회를 정화하는 죽비소리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6·5 재·보선 결과 예상을 깨고 열린우리당이 참패를 하고 한나라당이 대승을 하자 희비가 교차합니다. 50일전의 총선 결과가 무색합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백성의 마음은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니(民心朝夕變)” 자만하지 말고 몸을 낮추고 라고 통치자들에게 타일렀습니다.

그런데 어땠습니까? 열린우리당은 과연 몸을 낮췄습니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총선 승리에 취해 국민은 아랑곳없이 자리싸움을 벌이는데 혈안이 되지는 않았습니까. 이긴 자가 오만하면 반드시 재앙을 입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인과응보입니다. 하지만 잘 됐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다시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었을 터이기에 말입니다. 보약은 쓰지만 몸에는 좋습니다.

역사적인 17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국리민복과 국정개혁이라는 국민적 여망 속에 출범한 이번 국회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63%에 달하는 정치 신인들이 대거 물갈이 됐기에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하겠습니다. 그 기대가 기대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 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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