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행정심판 불복, 법원 정식소송 제기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을 폭행해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도내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처분을 놓고 학생과 학교 간 소송으로까지 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청주지법 등에 따르면 청주 C중학교 3학년 A군(15)이 교장을 상대로 낸 가해학생처분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C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7일.

학급 실장인 A군과 B군 등이 소위 ‘판치기’를 한 게 발단이 됐다. 판치기는 교과서나 문제집을 밑판으로 삼아 그 위에 100원짜리 동전들을 ‘판돈’으로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밑판을 강하게 때리는 일종의 돈내기다. 동전이 뒤집어져 모두 같은 면이 나오면 모두 가져간다.

판치기를 하다가 B군과 승강이를 벌이게 된 A군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교실 안에 있던 빗자루로 B군을 사정없이 때렸다. 다른 학생들이 말리면서 가까스로 A군의 폭행은 멈췄지만, B군은 눈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당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부모는 곧장 A군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는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조치를 의결했고, 학교는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A군의 부모는 도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내려진 처분은 정당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군의 부모는 6월 24일 청주지법에 소송을 제기, 지난 22일 원고와 피고, 양측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1차 변론을 마쳤다.

A군의 부모가 소송을 낸 까닭은 ‘과한 처분’ 말고 더 있다. A군이 졸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사항을 학교 측이 삭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 학생의 학생부에 사실을 기재하고, 이를 2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초 보존 기간이 5년이었는데 지난달 법률이 개정돼 2년으로 단축됐다.

다만 졸업사정위원회가 기재사항 삭제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하면 학교폭력대책위에서 가해자가 반성하고 행동변화를 보였는지 판단해 졸업 즉시 삭제할 수 있다. 행동변화가 없거나 재발 우려가 있으면 졸업 후 2년간 보존된다.

A군 변호인은 “처분수위와 학생부 가해 사실의 삭제 여부가 쟁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A군에게 내린 처분은 다른 가해 학생들과 비교할 때 매우 약한 수준”이라면서“학생부 기재 내용을 삭제하지 않는 것도 A군의 반성 정도와 생활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재판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학교와 학생 간 소송에서 판결을 내리면 패소한 쪽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판결보다는 합의가 최우선이라고 판단, 고민 끝에 양측에 화해를 권고했다.이번 소송이 재판부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날지, 학교와 학생 간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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