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보육교사가 아이 손등·발등·무릎 찔렀다” 주장

충주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옷핀으로 원생들을 찌르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는 속에 CCTV설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주시 등에 따르면 호암동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최근 접수돼 충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옷핀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아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학부모들이 제시한 피해 어린이의 환부. 발등, 무릎 등에 찔린 흔적이 뚜렷하다.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 야간반 전담 보육교사인 A(48·여)씨가 아동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상습적으로 아이들의 손과 발바닥, 머리, 손등, 무릎 등을 옷핀으로 찔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보호기관은 전체 원생 100여명 가운데 30여명을 조사한 결과 10여명이 핀에 찔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의 연령은 4~6살까지의 어린이집 원생들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또 이 어린이집에서 유아들을 퇴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 교사의 가혹행위는 최근 한 원생이 왼쪽 발바닥 4곳에 피를 흘리며 돌아온 것을 본 부모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 ‘야간반 선생님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침을 놨다’고 말해 몸을 살펴보니 발바닥과 무릎에 바늘로 찔린 자국이 선명했다”며 “아빠가 빨리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아이의 부모는 인터넷에 피해사실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어린이집이 아동학대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은폐의혹’도 제기했다. 학부모 C씨는 “원장과 이사장이 죄송하다며 한 번만 살려달라고 애원해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와 이 같은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릴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후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야간 보육교사도 그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결국 어린이집과 해당 교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게 됐다”고 성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원생들을 상대로 피해내용을 확인 중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전문 상담원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해내용을 알아보고 있다”며 “어린이집에서도 가혹행위에 대한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학부모들, 원장·보육교사 고소

지도점검을 벌이는 충주시는 진상조사 뒤 아동학대혐의가 인정되면 행정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로 판정받은 어린이집은 평가인증 취소, 기본 보육료·교직원 인건비, 자체 특수시책비 등 보조금을 최대 9개월간 중단 조치한다.

아울러 아동학대를 한 보육 교직원은 고의 및 중대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 자격정지 1년,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받으면 자격이 취소된다.

해당 어린이집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며,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교사에 대해 출근정지 시켰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고 뭐라 할 말이 없다”며 “해당 보육교사는 지난 14일자로 출근정지 시켰고, 퇴사 여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CCTV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논란은 충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월 울산 남부경찰서는 생후 18개월 된 유아를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울산시 남구 모 어린이집 원장 신모씨(50)와 보육교사 이모씨(40)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육교사는 이씨는 지난 3월 18일 어린이집에서 P군이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때려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도 울산시 울주군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을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보육교사가 5살 남자아이를 줄로 묶고 학대했다며 아이의 부모가 아동관련 전문기관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제 아이를 묶는 장면이 담긴 어린이집 CCTV를 확보했다. 보육교사는 아이가 장난이 심해 묶었다가 풀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학대가 인정되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해당 교사를 입건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불안”… CCTV 설치 요구 ‘봇물’
교사 인권침해 부작용 우려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대책 절실

잇따른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학부모들은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찾거나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38·충주시 교현동)는 “아동학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생각 뿐”이라며 “CCTV가 있는 어린이집으로 아이들 옮길 예정인데 그마저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모임에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구하는 문의가 많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충주지역 어린이집 128곳 중 30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충남 보령시의 경우 시 전체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됐다. 또 부산시의회는 내년부터 CCTV설치를 희망하는 부산의 어린이집에 설치비(50% 지원)를 지원한다.

현재 부산지역 유치원에는 CCTV가 대부분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어린이집은 전체 1848개 가운데 17.3%에 불과한 319개에만 설치돼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서명운동’에 동참하자는 충주지역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육서비스의 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아동학대 등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 어린이집은 회의적이다. 교사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일부 어린이집 사고 때문에 실시간 감시한다는 것은 보육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근시안적 대책으로 예산만 낭비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과정을 강화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서는 지난 2월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인숙(새·서울 송파구갑) 국회의원 측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유치원 아동학대보다 10배가량 더 많고, 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의사표현이 가능한 유치원생과 달리 어린이집은 의사표현이 어려운 0세 아이부터 위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 감독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 측은 “인권침해논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CCTV를 어느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 등이 보는 것”이라며 “영유아에 대한 보호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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